[전시리뷰] ‘금하는 것을 금하라’
[전시리뷰] ‘금하는 것을 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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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나혜석 타계 70주년 기념 전시
사회가 만든 ‘여성의 役’ 그 억압을 향한 비판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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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숙 작가의 <미친년들>, 1999, C-프린트, 150×120cm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각계에서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권리와 지위를 다시금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 펼치는 <금하는 것을 금하라> 전은 이런 고민이 단순한 이슈가 아니라 과거부터 이어져 왔던 것임을 보여준다. 

미술관은 시대를 앞서나간 신여성 정월 나혜석의 타계 70주년을 기념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나혜석은 수원을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소설가, 화가, 여성운동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당시 사회가 규정한 여성의 역할에 끊임 없이 반발했다. 

전시는 2부로 구성했다. 3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1부 전시는 나혜석의 삶을 조명한다. 조덕현 작가가 금기에 저항한 나혜석의 생애를 다룬다. <프렐류드>는 나혜석에게 영향을 준 사건을 9개 화면으로 만들어 합쳤다. 

중앙 밑부분에 흰 천을 덮은 시체가 눈에 띈다. 작가가 나혜석이 타계한 장면을 상상했다. 이 작품 맞은 편 벽에는 천을 부여잡고 일어선 여성이 보인다. 부활과 여성의 권리를 위한 행동을 상징한다. <프렐류드>에는 다양한 기호가 숨어 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나하나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2부 전시는 미술관 2층에서 진행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어둡고 좁다. 벽에는 희곡 <인형의 집>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나혜석의 시 <인형의 가>가 써 있다. 이어지는 2부 전시에서는 현대 작가들이 여성과 관련한 금기와 고정관념을 이야기한다. 박영숙, 손정은, 윤정미, 장지아, 정은영, 주황, 흑표범 작가 등이 참여했다.

주황 작가는 광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성의 이미지를 다룬다. 사진 속 여성들은 대중에게 익숙한 자세와 표정을 취하고 있다. 주황 작가는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상과 그 압박을 보여주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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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덕현 작가의 <프렐류드>, 2017, 캔버스, 장지, 중국지에 연필, 아크릴릭, 354×582cm

박영숙 작가의 <미친년들> 시리즈는 여성이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재배치했다. 아이와 놀아주는 여성,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은 무표정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억압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성의 내면을 드러냈다.

윤정미 작가는 어릴 때부터 정해지는 성 역할을 주제로 작업했다. <핑크&블루 프로젝트>는 분홍색과 파란색이 빼곡한 화면을 대비해 보여준다. 이 작품은 색을 제외하더라도 사물에 다양한 차이가 있다는 걸 포착했다. 사람들의 시각이 만든 고정관념을 풍자한다.

정은영 작가의 <노래는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는 매우 흥미롭다. 1950~60년대 유행한 전통 창극인 ‘여성국극’을 주제로 했다. 여성이 극의 모든 역을 맡아 남성의 행동과 목소리도 수행해야 하는 장르다. 정 작가의 작품에서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이 여성은 평생 조연으로 머물렀다. 여성국극의 주연 배우는 노래를 불러야 했지만 당시 노래를 배운 여성을 ‘기생’이라 보는 시선이 있었다. 배우는 사회적 편견을 거부하기 위해 끝까지 노래를 배우지 않았다. 배우가 출연한 작품과 현재 인터뷰를 배치해 사회가 규정한 여성상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24일까지다.

글_손의연기자 사진_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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