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의 문화돋보기] 우리 정서에 맞는 ‘기념 행사’를 부탁해
[탁계석의 문화돋보기] 우리 정서에 맞는 ‘기념 행사’를 부탁해
  • 탁계석
  • 승인 2018.06.12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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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 날을 조국의 원수들이 총칼로…’. 언제부터인가 불려지지 않은 6ㆍ25 노래다. 아마도 요즈음 청소년들은 거의 들은 적이 없을지도 모른다.

6월은 보훈의 달이다. 현충일이 있고, 애국 충절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추모하는 경건한 달이다.

엊그제 10일, 총리실 등에 따르면 이 총리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보훈처 주관 기념식이 뮤지컬을 본 듯한 감동을 주고 있다”고 평가하고 “다른 부처의 기념식도 감동을 주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딱딱하게 형식에 묶인 연설문을 낭독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단에서 致辭(치사)를 하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컨셉의 문화 소통을 주문한 것이다.

사실, 3ㆍ1절을 비롯해 광복절 등 국가 기념일에 태극기 들고 동원된 청중의 입장에서는 기념일이 그리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그 의미를 작품에 녹여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 것이다. 이 총리는 전 부처에 주문했다고 한다.

사실 필자 역시 오래전부터 국가 기념일에 우리 정서와 동떨어진 음악회 레퍼토리를 하는 것에 지적을 해왔다. 광복절에 베르디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하거나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를 하는 것에 부적절성이다.

만약 미국이나 이태리, 세계 어느 나라가 자신들의 국경일에 남의 나라 음악을 가지고 ?을 기리겠는가. 주체성, 정체성이 상실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아야 한다. 우리가 찬연한 5천년의 전통문화를 가지고 있는 나라인데 식민지적인 사고에 묻혀 있다면 경각심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무분별한 외국 작품을 하기보다 우리 문학이나, 詩(시)로 된 생생한 역사 현장의 스토리를 구성해 누구라도 공감하고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총리의 지적은 명쾌하다.
아울러 뮤지컬에만 기울지 말고, 우리 칸타타 작품들을 선정해 청중과 충분히 교감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필자 역시 필요성 때문에 칸타타 ‘송 오브 아리랑’, ‘한강’, ‘조국의 혼’, ‘달의 춤’ 등을 작품화하여 반향을 끌어낸 바 있다.

전국의 시립합창단들이 이 달에만 해도 베르디, 브람스, 포레의 ‘레퀴엠’을 무대에 올린다. 모두가 명작인 것은 분명하지만 과연 농촌이나 시골 벽촌에서 내용을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 작품이 얼마나 바람직한 것인가를 재고해 보아야 겠다.

지난 4ㆍ3에는 제주도의 합창단이 창작을 해서 여러 지역을 순회해 큰 호응을 받았다. 음악이란, 노래란 귀로 먹는 음식이다. 이제는 외국 작품에 기대기보다 지역민들과 바로 소통이 되는 콘텐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미국 남북전쟁에서 적군일줄 알고 렌턴을 비첬던 중대장은 이미 싸늘한 죽음이 된 아들의 호주머니에서 악보하나를 발견했으니 이것이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오늘날의 추모, 장례, 취침 나팔곡이다.

이낙연 총리의 국가 기념일에 ‘우리 정서, 우리 내용’의 것으로 기념식 행사를 만들도록 하라는 지시는 무관심에서 벗어나 우리 국경일부터 역사 바로 세우기의 작업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도 기획자가 하자는 대로 했더니 반응이 좋았다는 기사를 보고 이제는 정말 官(관)이 콩 놓아라, 팥 놓아라 간섭하지 말고 예술가의 창의력이 살아날 수 있도록 지원했으면 한다.

모든 것은 변하고 또 변헤야 한다. 바야흐로 남북평화 무드로 러시아를 횡단해 유럽에 한류문화 콘텐츠가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동방의 보물이 갔던 실크로드 길이 우리세대에 실현된다면 그 얼마나 행운인가. 따라서 냉전시대에 설정된 노래나 감각에 동떨어진 정서의 것이 있다면 이번을 계기로 독창성이 살아났으면 한다.

사회 전 분야가 그러하지만 과거 근대화 속도전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내고 이제는 반듯한 우리의 얼굴, 우리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 관행을 깨고 혁신으로 가는 것에 예술이 단연코 사회를 러더해야 하지 않겠는가.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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