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상공인은 임대료 부담에 저항할 여유도 없다 / 대기업은 물론 근로자보다 못한 상황 이해해야
[사설] 소상공인은 임대료 부담에 저항할 여유도 없다 / 대기업은 물론 근로자보다 못한 상황 이해해야
  • 경기일보
  • 승인 2018.07.13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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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만 소상공인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서 비빌 언덕을 잃었다. 최저임금 결정의 최종 시한은 14일이다. 소상공인들은 그동안 업종별 차등화 적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10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이 요구안이 부결됐다. 기표된 결과는 찬성 9, 반대 14다. 노사 동수임을 감안할 때, 정부가 선정한 공익위원들이 노동계 손을 들어준 결과로 해석된다. 소상공인들은 ‘정부가 우리 호소를 안 듣겠다는 뜻’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강도 높은 반발에 나설 것을 공언했다. 거리 집회와 최저임금 모라토리엄 선언 등을 예고했다. 모라토리엄 선언이란 최저임금 불이행 선언을 뜻한다. 사업자등록증 반납, 소상공인연합회 집행부 총 사퇴 등도 거론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노동계가 잔업 거부 등 준법 투쟁을 하듯이 우리 소상공인도 같은 수준의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했다. 식당 편의점 등의 야간 영업 중단 등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소상공인은 직원 5명 미만의 서비스업이나 10명 미만의 제조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다. 이들이 채용하는 근로자 대부분은 아르바이트 형식의 단기 근무자다. 상대적으로 싼 임금으로 경영수지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받게 될 타격이 중ㆍ대기업의 그것보다 크다. 안 그래도 소상공업체 한 곳의 월수입이 209만원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임금 근로자 월 소득이 329만 원이니 근로자보다 가난한 사장들이다.
과연 소상공인들의 단체행동은 실현될 수 있을까.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하고 야간 영업을 중단하는 단계로 갈 수 있을까. 우리는 그렇지 않을 거라 본다. 노사 충돌의 극단적 선택을 피한다는 긍정적 판단 때문이 아니다. 소상공인들의 현실은 그런 반발조차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대표적인 멍에가 임대료다. 소상공인의 90%는 임대한 건물에서 영업한다. 영업을 하든 휴업을 하든 꼬박꼬박 내야 하는 경영의 고정 지출항목이다.
이게 엄청나게 올랐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평균 임대료는 단위면적(㎡)당 2015년 1분기 1만 6천510원에서 올해 1분기 2만 890원으로 올랐다. 28.5%다. 30평을 기준으로 하면 3년 새 전국이 43만 8천 원씩 오른 셈이다. 만일 동맹 휴업에 들어가더라도 이 임대료는 충당해야 한다. 영세한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어렵다. 바로 이 점이 소상공인들의 안타까움이다. 임대료 부담에 대출이자까지, 휴업의 여유를 가질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다. 소상공인과 대기업은 다르다. 근로자에 비해 대기업은 갑임에 틀림없지만, 소상공인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소상공인 정책을 폄에 있어 대기업과 동등한 위치에 놓고 재단하는 것은 그래서 대단히 위험하다. 최저임금의 결정이 어찌 되든 별개의 문제다. 소상공인은 대기업은 물론 근로자보다도 못한 열악한 경제주체임을 인정해야 한다. 만일 이들이 휴업에 나선다면 그건 정말 모든 걸 버린 투쟁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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