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대통령 특사 출장길에
[의정단상] 대통령 특사 출장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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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편하기는 틀린 일정이었다. 닷새 만에 지구 반대편까지 갔다 오는 일정이다. 안락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촉박하다. 새벽에 차를 몰고 서울 부산을 당일치기로 왕복하는 것 이상의 부담이 몰려왔다. 이름하여 대통령 특사!

출장지는 콜롬비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사단 자격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야 한다. 활주로를 차고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잠시 생각해 본다. 여정은 촉박하고 힘들지만 우리 특사단은 콜롬비아 정부의 환영을 받게 된다.

외교장관은 물론 부통령, 대통령과도 만나게 돼있다. 국빈에 가까운 예우를 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파견한 모든 특사가 그런 환대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우리 국민들 머릿속에 특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1907년에 만국평화회의에 파견된 헤이그 특사만 해도 그렇다. 당시 역사를 너무 또렷하게 알고 있기에 또렷한 만큼의 아픔이 있는 과거사의 한 장면이다.

이러하듯 특사에 대한 대우는 국력, 외교력에 따라 달라진다. 지금이야 그런 일이 없겠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목숨을 걸고 특사로 국경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특사들을 생각해 보면 비행기 타고 5일 만에 안전하게 돌아오는 이 출장은 꽃길이다. 이 꽃길은 어쩌면 선배들의 눈물과 땀과 목숨의 대가로 우리에게 돌아온 기회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고되다는 생각을 떨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고쳐본다.

대한민국 수교국은 현재 190여 개국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전에는 수교국이 60여 개에 불과했다고 하니 우리의 국력도 외교력도 최근 30년 사이에 급성장한 것이 분명하다.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었음이 분명하고, 노력해야 할 숙제 역시 산적해 있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13시간을 날아가 도착한 곳은 미국의 애틀랜타. 여기서도 6시간을 기다렸다가 5시간을 더 날아가야 목적지인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도착하게 된다. 우리 시간으로 8월5일 오전 9시에 인천을 떠났는데, 보고타에 도착한 시간은 다음날인 6일 저녁 10시경이었다. 밤인데 잠을 잘 수도 없다. 시차 때문이다. 눈을 붙여 보지만 두 시간도 못 자고 다시 정신이 말똥말똥해진다. 잠도 못 잔 데다가 해발고도가 2천600m 이상 되다보니 기압도 달라 이래저래 몸이 예민해진다.

대통령 당선자는 생각보다 훨씬 젊은 지도자였다. 이반 두케 신임 대통령은 보수우파이며 미국과 아주 가까운 인물이라고 한다. 대통령 취임식 후 막 취임한 대통령을 예방해 취임 축하 환담을 나누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도 전달했다. 양국 간의 돈독한 우의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만남이었다.

콜롬비아와 우리의 인연은 625 동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미에서 유일한 파병국가가 바로 콜롬비아다. 콜롬비아는 1951년 5천100명을 파병했다. 그들 중 500여 명이 전사 또는 부상을 당했다. 자유대한민국을 건설하는데 타국의 이름 모를 젊은이들까지 목숨을 바치면서 헌신했다. 그러하기에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더 신중히, 그리고 더 고귀하게 지켜나가야 하는 인류 전체의 유산인지도 모른다.

이번 출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의원을 특사단장으로 해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함께했다. 국회 안에서는 현안에 대해 시각을 달리하거나, 때로는 상대가 돼 원내운영을 협상해야 하는 사이들이다. 하지만, 이역만리 타국 땅 이곳 콜롬비아에서는 그도 나도 대한민국일 뿐이다. 모두가 그저 대한민국일 뿐이다.

오늘이 지나면 귀국이다. 왔던 그대로 또다시 이틀을 날아가야 한다. 돌아가면 두 의원과 함께 현안을 가지고 토론하게 될 것이고 어떤 경우에는 얼굴을 붉히게 될지도 모른다. 서로 치열하게 공방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도 나도 우리 모두가 그저 대한민국이었다는 그 사실만은 아마도 머릿속에 오래오래 남게 될 것만 같다. 까마득하지만, 다시 돌아갈 귀국길이 그리워진다.

<이 글은 지난 8월8일 출장지인 콜롬비아 현지에서 보내온 글입니다>

유의동 국회의원(바른미래당평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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