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땜질식 전기요금 인하, 문제 해결책 아니다
[사설] 땜질식 전기요금 인하, 문제 해결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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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수준 폭염에 정부가 7~8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3단계인 누진제 구간 중 1ㆍ2단계 구간의 전력사용 상한선을 각각 100㎾h씩 올리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전력사용량 300㎾h 이하 구간은 1단계 요금(㎾h당 93.3 원)이, 301∼500㎾h 구간은 2단계 요금(㎾h 당 187.9 원)이 적용된다. 500㎾h 초과 때는 3단계 요금(㎾h 당 280.6 원)이 부과된다. 정부는 누진제 완화로 가정용 전기요금 총액 인하 효과가 2천761억원에 달하고, 가구당 전기요금은 19.5%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에 에어컨을 많이 켠 가정에선 요금 폭탄에 걱정이 많았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가구 에어컨 보급률은 78%에 달했다. 지금은 최소 8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폭염은 자연재해 수준으로 끔찍할 정도여서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조치는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무서워 맘대로 에어컨을 못 튼 가정에선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에어컨 없는 가정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전기요금 인하 방침을 예고하기 어려웠을 수 있으나 형평성을 잃은 조치는 맞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조치에 국민들의 불만의 소리가 높다. “냉방을 국민의 건강·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봐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요금 인하가 됐는데 그 혜택이 몇 천원에서 최대 2만여원이다 보니 실효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전기요금 걱정없이 에어컨을 틀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국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기요금 인하 거부하고 싶다’는 글까지 올렸다.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는 올해 7, 8월 두 달간 한시적이다. 기후변화로 매년 폭염과 혹한이 상시화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한시적인 조치는 땜질식 밖에 안 된다. 현행 누진 요금제를 유지하면서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안정적 전력수급 대책 등 근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
본질적인 문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력 수급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17~2031년)에서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를 8천750만㎾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전력 수요가 9천248만㎾에 달해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안정적 전력 수급 기준으로 삼았던 예비전력 1천만㎾, 예비율 11%는 툭하면 깨진다.
정부 예상이 틀리는 건 ‘탈(脫)원전’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전력 수요를 의도적으로 낮게 전망했기 때문이다. 폭염과 혹한이 일상화하고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면 전기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탈원전만 외치며 안정적 전력수급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공급 확대책은 찾지 않고 한시적인 요금 인하와 같은 일회성 대응만 해선 안 된다. 안정적인 장기수급 계획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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