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훈처의 여성독립운동가 선정 용역 / 너무 안이하게 접근한 것 아닌가
[사설] 보훈처의 여성독립운동가 선정 용역 / 너무 안이하게 접근한 것 아닌가
  • 경기일보
  • 승인 2018.08.21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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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가 국가보훈처의 여성 독립운동가 선정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여성 독립운동가 선정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독립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하나다.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포상은 남성 위주로 이뤄졌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독립운동가 포상자는 1만4천830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은 외국인 4명을 포함해 296명으로 2%에 불과하다. 일제하 독립운동이 음성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의 숨은 역할이 저평가됐음을 알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경축사에서도 이 점을 강조했다. 여성들의 독립운동 기여에 대한 평가를 옳게 바로 잡겠다고 역설했다. 그 시작이 국가보훈처의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 포상 확대 방안 연구 용역’이었다. 국가 차원의 공명하고 정확한 여성 독립운동사를 평가하고자 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이 사업은 한 용역 업체에 맡겨졌고, 202명의 여성독립운동가를 발굴했다. 총 4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돼 4개월간 연구해서 도출해낸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이 용역에 대한 이견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용역 업체 선정 과정의 불공정성 제기다. 보훈처의 입찰 공고는 지난해 12월8일 나라 장터에 게시됐다. 마감 후 응찰한 곳은 한 곳이었다. 단독 입찰의 경우 재입찰을 거친다는 기준에 따라 다시 입찰 공고를 냈다. 역시 같은 업체만 단독 입찰했고, 보훈처는 이 업체와 용역 업무를 수의 계약했다. 유사 단체ㆍ업체들은 이 부분에 이견을 제기한다. 입찰의 폭, 과정 등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보훈처 관계자가 본보에 밝힌 해명은 이렇다. “입찰은 합법적으로 진행됐고 단독 응찰이 두 차례 이뤄진 뒤 수의계약 한 것이라 문제 될 것 없다.” 절차와 규정으로 보면 맞는 말이다. 용역 회사의 상주 직원이 없었다는 점도 딱히 불공정의 예로 들기엔 부족하다. 문화, 관광, 행정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의 상당수가 일감이 있을 때만 구성되는 프로젝트팀 형식을 취한다. 대부분의 용역사들이 그런 형태로 운영되니 이 업체만을 문제 삼을 건 아니다.
그러나 업무 목적의 중대성은 따지면 얘기는 달라진다. 1세기 전 독립운동가의 발자취를 분석하는 일이다. 수많은 민족운동가가 훗날 친일의 마각이 드러나며 역사가 고쳐졌다. 평가 당사자의 어느 시대, 어느 행동을 보느냐에 따라 평가는 갈린다. 용역 업체가 발굴한 202명의 여성독립운동가의 행적과 평가가 공정하다고 확언할 수 없다. 통상의 연구 용역에서처럼 용역 말미에 개최하는 한두 차례 심포지엄 개최가 정당성의 근거가 될 수도 없다.
발굴된 202명 가운데 26명이 광복절 포상에 반영됐다. 역설적으로 나머지 176명은 선정에서 떨어졌다는 얘기다. 혹시 중구 난방식 나열 때문에 빚어진 결과 아닌가. 혹시 기본 조사 부족으로 빚어진 결과 아닌가. 최소 73년 전에 업적을 찾는 용역이다. 기록에서 배제된 여성의 발자취를 찾는 용역이다. 아무리 판단해도 용역업체 단 한 곳이, 불과 4개월만에 처리하고 끝낼 일은 아니었던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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