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나가사키 수녀원 지붕 위에 떨어진 원자탄
[삶과 종교] 나가사키 수녀원 지붕 위에 떨어진 원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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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11일 오전 11시 30분, 미군 B-29 폭격기가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탄은 수녀원 지붕 바로 위의 300여 m 상공에서 터졌는데, 일본인들은 그 지점을 ‘폭심지(爆心地)’라고 부른다. 그러나 폭발순간 지상에서는 시속 1천 km 이상의 강력한 화풍(火風)과, 2천도 이상의 고열로 건축물들이, 심지어, 탱크나 대포를 제작하던 대규모 군사시설의 대들보를 받치고 있던 직경 1m 내외 굵기의 철골 기둥들도 엿처럼 녹아서 구불구불하게 휘어져 쓰러져 있는 것을, 1985년 1월 초, 필자와 김남수 주교의 방문 시에도 보게 하고 있었다. 원자탄이 폭발하던 순간 10만여 명에 가까운 나가사키 시민들이 원자 화염으로 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

폭심지에 있던 수련원에는 16세 전후의 수련 수녀들 10여 명이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일본과 세계 인류가 범하는 죄악을 보상하기 위하여 거룩한 번제물(燔祭物)로 하느님께 봉헌되었으니, 마치 베들레헴에 예수 아기 탄생 후, 헤로데 왕의 근위병들이 예수 아기 대신으로, 무죄한 3살 아래 아기들 약 20여 명이 제물로 참살되었듯이! 천주교회는 이 순결한 어린 아기들을 지난 2천 년 동안, [어린 순교자들]로 공경하고 있다. 하느님께 바치는 번제물은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처럼, 천주 성자께서 바치던 어린양같이 무죄하고 순결한 제물이어야 할 것이다.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폭발하는 동안, 나이 어린 지원 수녀들 7명은 선배 수녀 2명과 함께 점심 도시락 벤또를 받아 가지고, 정부에서 시키는 소나무 죽은 가지 꺾으러, 일찍 나가사키를 출발하여 내륙으로 약 12km 떨어진 미쯔야마(三峰山)에 가서 나무하는 바람에 원폭을 면하였다. 그러나 폭심지 본원에서 선배 수녀들과 함께 원자탄 화염에 싸여 하느님께 바치는 인류의 번제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음을 한하였다.

불행히도 지금 핵전쟁이 나면, 우리 신부 수녀들은 성당과 수도원 지붕에만은 핵폭탄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시도록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이 사는 주택과 학교와 병원과 시장거리와 장병들의 군부대에는 핵폭탄이 떨어지지 말고, 그 대신 성당과 수도원 지붕에 떨어지도록, 진심으로 하느님께 기도하고 자청하며 대기해야 할 것이다.

1945년 4월부터 7월까지 3개월 동안 아시아에서 최악의 최대 규모 전투는 미군의 오키나와 상륙작전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일본 육·해·공군에서 선발된 특전사는 물론, 가미가제 자살특공 전투기도 2천여 대를 동원하여, 밀고, 밀리기를 거듭하였다. 양국 군의 전사자가 섬 민간인들을 포함하여 30여만 명이나 되었다. 마침내 일본군은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였고, 일부 생존자들은 포로가 되었으며, 미군이 승리함으로써, 임시 군용비행장을 해변에 마련하였다.

비핵화는 정치, 경제, 외교, 무기, 등의 문제 이전에, 핵보유 집단의 사상 문제며, 국제외교 간 신뢰 문제다. 남한에 설치했던 전략 핵무기는 1975도에 이미 260여기(?) 모두 철거하여, 비핵화 약속을 지키고, 핵을 버렸으나, 아프리카와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다’, ‘천체 위성 제작, 실험이다’, 하는 발표로, 지난 25년간 10여 차례 이상 U.N.과 미국은 거짓에 속고 있는 줄을 알면서도, 설마 전쟁까지야 하랴? 하며, 군사적 대응을 피하고 미루는 동안 일부 국가의 핵무기 증강은 이제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세계를 속이며, 약속을 어기고, 승리할 수는 없다. 무엇을, 얼마큼, 어떻게, 해야만, 하는지를 서로가 다 잘 알고 있다. 다만 여기에 고의적인 약속 이행 미달이나, 의도적인 이탈은, 현대화한 나가사키 비극의 처참한 현상이 우리들 앞에 전개되는 것을 어느 편도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변기영 천주교 몬시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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