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버텼는데 폭우에 쑥대밭… 농민들 ‘망연자실’
폭염도 버텼는데 폭우에 쑥대밭… 농민들 ‘망연자실’
  • 채태병 기자
  • 승인 2018.09.05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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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파주 등 도내 논·밭 21만㎡ 비닐하우스 87개 동 침수 피해
떨어진 품질에 값도 절반가 낮춰 “외국인 노동자들 월급 주기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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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에 이어 쏟아진 집중호우로 경기지역 곳곳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해 수확을 기다리던 농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4일 (왼쪽부터) 열과현상이 발생해 상품가치를 상실한 화성시 서신면 한 포도농장. 수확을 앞두고 벼가 쓰러진 파주시 교하동 들녘. 침수로 진흙이 묻은 채 누렇게 고사된 비닐하우스 내 채소들. 김시범기자
“40도에 달하는 폭염에도 추석 대목만 바라보며 애지중지 기른 작물인데…갑작스러운 폭우가 모두 할퀴고 가버렸습니다”

4일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1만 1천570㎡ 규모의 포도농가에서 만난 정우련 대표(59)는 옆구리가 툭툭 터져버린 포도를 어루만지며 이같이 토로했다. 포도농가 바닥에 깔린 검은 비닐막에는 아직까지 물이 고여 있는 등 거센 빗줄기를 맞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는 여름 내내 이어진 무더위에 혹여나 줄기와 잎이 마르지는 않을까 매일 찾아가 살피며 애지중지 기른 포도가 최근 내린 폭우로 열과(裂果)가 진행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열과는 물리적 요인이나 병충해 등에 의해 과일이 갈라지거나 쪼개지는 현상을 말한다. 열과가 진행된 과일은 과피와 과육이 손상돼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정 대표는 “봄에는 냉해, 여름에는 폭염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는데 가을이 오자마자 집중호우로 인한 폭우 피해까지 겹치니 하늘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라며 “포도 품질이 좋으면 5㎏당 2만 5천~8천 원 수준으로 판매하는데, 열과 등 부실한 포도가 많아 5㎏당 1만 원 이하로 내놓을 계획이다. 평년보다 생산량도 30%가량 줄었다”고 설명했다.

파주시 파평면의 60여 개 동 규모 비닐하우스에서 열무, 시금치 등을 재배하는 안상준씨(54) 역시 지난달 28~30일 경기북부를 중심으로 쏟아진 폭우로 인해 전체 비닐하우스 중 절반이 넘는 51개 동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비닐하우스 1개 동에서 나오는 열무와 시금치를 정상가로 판매한다고 가정할 때 200만~25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안씨의 비닐하우스에서 볼 수 있는 것은 물을 잔뜩 머금은 채 썩어버린 누런 열무와 시금치뿐이었다.

안씨는 “물기가 잔뜩 스며든 땅이 마르기까지 약 20일, 열무와 시금치 등을 다시 심어서 재배하는데 30일 등 다시 수익을 얻기 시작하려면 최소 2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외국인노동자를 12명 고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2달간 이들의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41도까지 치솟던 역사상 최악의 폭염에 이어 곧바로 40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는 등 극과 극의 날씨가 이어지면서, 경기도 내 과수원 및 농가들이 이중고를 겪으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이번 폭우로 도내 21만㎡의 논ㆍ밭, 비닐하우스 87개 동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관계자는 “피해 입은 과수원 및 농가를 대상으로 배수 지원 등 적극적인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침수된 비닐하우스 등의 현장에 약 160회 정도 출동, 300t에 달하는 물을 빼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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