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안전이혼’ 원하는 사회, 그 서글픈 자화상
[인천시론] ‘안전이혼’ 원하는 사회, 그 서글픈 자화상
  • 이승기
  • 승인 2018.09.05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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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님… 저 안전하게 이혼할 수 있을까요?”
필자가 최근 이혼소송을 상담하다 보면, 종종 듣게 되는 질문이다.
‘안전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혼할 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는 것이다. 왜 사랑에도 ‘안전’이 필요해진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부부간의 ‘안전이혼’에 대한 위협은 연인간 데이트폭력과 관련된 ‘안전이별’의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부부는 혼인해 자녀를 함께 양육하고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는 등 혼인생활을 영위하고 있기에, 배우자의 무차별적인 폭력에 노출될 때도 이를 문제삼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또한, 가정폭력은 가정 내 문제라 치부하며 당사자 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안일한 생각에 경찰 등 제3자의 개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역시 존재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가정 내 구성원의 폭력 등의 경우, 일반 형사사건이 아닌 가정보호사건으로 분류해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하는 등 그 처벌의 정도가 가볍다. 위 법률의 입법취지가 ‘가정폭력범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 환경의 조정과 성행의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것’임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최근 대검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의 재범인원은 해마다 2배 이상 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4년 1천92명이던 재범자수는 2015년 2천219명, 2016년에는 4천257명을 기록하며 그 어떤 범죄보다 높은 재범률을 보이고 있다. 결국 안전이혼은 부부라는 특수한 관계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가해자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만들어낸 서글픈 시대의 자화상인 것이다.

최근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국회에서는 피해자 보호는 강화하고 폭력 행위자는 엄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또한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가정의 양육비 지원책 마련을 위해 여성부가 3년마다 시행하는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이혼가정 양육비 수급 항목을 추가하는 내용의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 역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는 가정폭력 때문에 이혼한 피해자 상당수가 가해자의 경제적 지원을 빌미로 한 접근을 우려해 양육비를 포기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다는 씁쓸한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필자는 ‘안전이혼’을 돕기 위해 접근금지명령 등 사전처분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본 소송에서도 의뢰인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는 것은 물론 두 번 다시 가해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안전이혼을 걱정하는 의뢰인에게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린 배우자에게 위협을 주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대부분 막상 공권력이 개입되거나 법원에 소송이 제기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집니다.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숨지 마십시오. 그럴수록 용서하지 말고 법과 제도를 적극 활용하세요”라고 조언해준다. 어쩌면 ‘죽어도 못 보내’라는 유행가 가사가 누군가에게는 끔찍한 공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안전이혼’이라는 단어도 추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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