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장관은 지방 분권 위해 뛰는데 / 행안부 감사관은 지방 뭉개는 갑질했나
[사설] 대통령·장관은 지방 분권 위해 뛰는데 / 행안부 감사관은 지방 뭉개는 갑질했나
  • 경기일보
  • 승인 2018.09.05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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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분권적 권위주의적 감사태도
피조사자 “모욕적 언사∙공포”
조사 후 사실이면 엄히 다뤄야
문재인 정부는 분권 개헌 정부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철석같이 약속했다. 실제로 분권을 향한 정권의 움직임이 바쁘다. 518개에 달하는 국가 사무를 지방으로 넘기기로 했다. 지방 분권을 전담하는 조직을 청와대에 두고 있다. 분권형 개헌도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다. 야권의 반대가 있지만,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생겼다. 지방 정부에 대한 중앙 정부의 악성 갑질이다.
발단은 고양시의 한 직원의 폭로였다. 행안부의 감사를 받았다며 이 직원이 공개한 내용은 이렇다.
지난달 30일 이 직원은 행안부 감사관이라는 전화를 받고 시 주차장 공터로 불려나갔다. 주차 중인 차에는 행안부 감사관 2명이 있었다. 직원은 차에 태워진 뒤 1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내가 이미 갖고 있는 자료만으로도 (당신을) 끝내 버릴 수 있다.” 감사관이 한 말이다. 직원에게 잘못한 행위를 모두 적으라고 강요했다. 공무원이 잘못을 부인하자 감사관은 “나 만나서 살아남은 공무원 없어”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모욕적인 언사도 다수 있었다. “공무원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느냐. 집은 뭐야. 애들은 몇이야. 아직 신혼이냐.”
조사를 마친 공무원은 행안부 소속 감사관들이 맞는지 경찰에 확인했다고 한다. 도저히 행안부 공무원이라 여겨지지 않았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감사 업무의 성격상 다소간의 강제성을 띠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뇌물 수수 등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차량을 긴급 수색하는 행위도 더러 있다. 하지만, 이번 건은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일단 공무원을 차량에서 감금한 채 조사를 해야 할 시급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감사의 필요성을 넘는 과도한 협박과 공포 분위기를 조장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끝내버린다” “살아남지 못한다”는 등의 표현은 잡범을 수사할 때도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다.
지금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확인이다. 고양시 직원은 이 같은 사실을 시청 내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올렸다. 사실이 아니라면 행안부 감사관에 대한 법률적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행안부 감사관에 대한 엄벌이 따라야 한다. 차량에 블랙박스가 있을 수 있다. 다 조사하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통상적인 감사의 범위를 넘은 부당한 감금이고 위법한 모욕이다.
분권을 통치에 기초로 삼는 문재인 대통령이다. 중앙 정부의 권위를 없애겠다며 뛰는 김부겸 장관이다. 이런 대통령과 장관 모두에게 욕이 돌아가게 하는 언행이다. 혹여 해당 공무원의 비리 내용을 공개하며 강압 감사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부터 다른 문제다. 우리가 놀란 것은 고양시청 공무원의 비리가 아니라 그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행안부 감사관의 탈법적 행동과 삐뚤어진 권력의식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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