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속방지턱 공화국
[사설] 과속방지턱 공화국
  • 경기일보
  • 승인 2018.09.11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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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를 제외한 거의 모든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은 이제 미세먼지보다 더한 공해다. 요즘은 구조물을 따로 만들어 노면에 설치하는 조립식 공법이 많이 사용되는데 불량하고 조악한 게 많아 차량 펑크까지 생긴다.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이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사고를 유발하는 때도 많다.
무분별한 과속방지턱은 우리 지방행정의 고질적인 난맥상을 보여준다. 나아가 국가 전체의 행정시스템 수준을 나타낸다.
첫째, 무책임한 행정편의주의의 표본이다. 사고의 위험이 있으니 설치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치밀한 검토 없이 마구 설치한다. 관련법에는 위치와 설치기준이 명시돼 있지만 제대로 지키는 일은 거의 없다. 설치 후의 파생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다.
둘째, 일시적 임시방편 행정의 표본이다.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주민들은 하루 평균 10.5개의 과속방지턱을 경험한다. 주민 중 68.1%는 높이나 위치가 터무니없다고 느끼며 오히려 턱 때문에 사고위험을 경험한 운전자도 50.4%에 달했다. 과속방지턱이 아니라 ‘사고 유발 턱’이다.
셋째, 저급한 면피 행정의 표본이다. 일단 설치만 하면 끝이라는 안이한 생각이다. 선진국에서는 유압조절을 통해 규정 속도 이상의 차량에만 작동하는 형태, 실제 돌출된 착시현상을 주는 3D가상과속방지턱 등 다양한 첨단시설을 도입하고 있다.
엉터리 과속방지턱 설치 후 파생되는 문제는 내 소관이 아니라는 보신주의가 나라를 망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답답하다’ 면서 규제혁신점검회의를 전격 취소시킨 적이 있다. 민간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각 부처의 내용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중앙부처도 이 지경인데 지방이라고 더 나을 게 없다. 사실 과속방지턱 같은 문제는 자치단체장이 제대로 맘먹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다. 맹자는 지도자가 할 수 없는 것과 안 하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엉터리 과속방지턱은 없애야 한다. 실태조사를 해보면 답이 나온다. 과속방지턱 위에 차량 충돌파손 흔적이 있거나 과속방지턱 직전에 짙은 타이어 자국이 있는 것은 일단 불합격이다. 50m도 안 돼 또 설치된 것도 당연히 없애야 한다. 학교 등 어린이 보호구역은 지금보다도 더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를 핑계로 차들이 잘 안 다니는 1km 정도 되는 농로에 과속방지턱이 무려 7개나 설치된 이유에 대해 토지 소유주가 친한 공무원에게 부탁해 그랬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도 있다.
다른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도 좋고 통일도 좋고 복지도 좋고 문화도 좋다. 하지만, 과속방지턱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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