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결혼 앞둔 ‘보육교사’ 죽음 내몰았다
마녀사냥… 결혼 앞둔 ‘보육교사’ 죽음 내몰았다
  • 김준구 기자
  • 승인 2018.10.17
  • 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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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의심만으로 악플·신상털기 인천·김포 ‘맘카페’ 도넘은 공격
“이제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어린이집 교사 유서 남기고 투신
“개인정보 유출 게시자 처벌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4만여명 동의
아동학대 의심을 받은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인터넷에 신상이 공개된 뒤 극단적 선택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그는 교제하던 남자친구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보육교사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뒤 비난을 쏟아내던 맘 카페에서는 추모와 반성의 글이 줄을 잇고 있다.

16일 경기 김포경찰서에 따르면 13일 오전 2시 50분께 경기도 김포의 한 아파트 앞에서 인천 모 어린이집 보육교사 A씨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A씨 곁에는 ‘내가 다 짊어지고 갈 테니 여기서 마무리됐으면 좋겠다’며 ‘어린이집과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그는 ‘내 의도는 그런 게 아니었다. XX야 그때 일으켜 세워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원생 학대를 부인하는 내용과 함께 가족 등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남겼다.

A씨는 앞서 이달 11일 자신이 일하는 인천의 한 어린이집 나들이행사 때 원생 1명을 밀치는 등 학대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인근에 있던 시민의 신고는 이후 ‘신상털기’로 이어졌다.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학대 의심 아동의 친척이 A씨의 실명과 어린이집 이름 등을 공개하면서 인천과 김포의 인터넷 맘 카페에는 A씨를 가해자로 단정 짓고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는 가장 먼저 신상털기가 시작된 맘 카페를 폐쇄하라거나 개인 정보를 유출한 게시자를 처벌하라는 글이 이날까지 7건 올라와 4만여명이 동의했다.

A씨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맘카페는 신규 회원 가입을 차단했다. 이 카페에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거나 ‘반성하고 추모하겠다’는 내용의 글 수십건이 이어지고 있다.

A씨와 같은 어린이집에 근무했던 한 교사도 ‘함께 3년을 근무한 사랑하는 동료 교사를 잃었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피해자인 해당 (아동) 어머니는 괜찮다고 이해해 주셨는데, 친척분이 오히려 큰소리를 지르며 교사에게 물까지 뿌리는 행동을 했다’며 ‘예식장에서 만나야 할 시부모님을 장례식장에서 만나고 어린이집에 피해를 줄까 봐 혼자 모든 걸 안고 갔다’고 했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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