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그곳&]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전면 금지 1년 지났지만…학교 앞 가득 메운 차량

“5분 잠깐 주차했는데 불법이라뇨. 그럼 아이는 어떻게 데려다 줍니까?” 7일 오전 9시께 화성시 매송면의 매송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이곳 약 300m의 도로에는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붉은색 도로 표식과 주·정차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있었지만 이를 무시하는 듯 도로 양 옆으로 5대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학교 바로 옆엔 공영주차장이 있었음에도 어린이보호구역에 불법 주차가 만연하고 있었고 특히 학교 정문 바로 앞엔 대형트럭이 세워져 있었다. 같은 날 안산시 상록구의 해솔초등학교와 병설유치원의 어린이보호구역 일대. 이곳엔 자녀를 태운 차량 수십 대가 오고 갔으며 학부모들은 당연하다는 듯 학교 앞에 차를 세운 뒤 자녀를 데리고 학교와 유치원으로 향했다. 차량으로 다섯 살 아이를 유치원에 매일 같이 등교 시킨다는 유상진씨(37)는 “아이를 데려다주기 위해 다들 여기 차를 잠깐 세운다. 5분 정차하는 것도 안된다면 아이는 어떻게 데려다줘야 하느냐”며 “안전을 위한 법의 취지는 좋지만 무작정 차를 세우지 말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등교 시간이 지난 뒤 수원특례시 장안구와 시흥시 거모동의 어린이보호구역 일대도 도로를 따라 승용차, 트럭 등 십수 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가 전면 금지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여전히 불법 주·정차가 성행하면서 법이 정착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경찰은 법 시행 전 계도 기간을 두고 어린이보호구역 주·정차 금지 홍보 등을 펼치고 있지만 불법 주·정차는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 금지 전면 시행 전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 계도 기간을 둔 뒤 꾸준히 홍보를 하고 있지만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정차 전면 금지와 함께 안전을 위해 픽업 존을 마련하는 등 세밀한 대안과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법 때문에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교에 등하교 시키는 걸 막을 수는 없다”며 “길거리에 정차해서 아이를 내려주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학교 내 주차장이나 특정 부지를 이용해 픽업존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강 교수는 “무조건적인 금지는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시민들의 인식도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기도와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도내 어린이보호구역은 3천877곳이며 최근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는 2019년 297건, 2020년 288건, 2021년 358건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김은진기자

[현장, 그곳&] 연탄값 오르고 기부는 줄고…에너지 취약계층의 혹독한 겨울나기

“몇 년 전에 등유 보일러를 설치했는데 등유가 비싸져서 얼마 전에 연탄 보일러로 되돌아왔어요. 그런데 이젠 연탄값이 감당이 안 돼요.” 오래된 주택에 살고 있는 주순덕 할머니(76·여주 현암리)는 매년 겨울마다 추위가 싫었지만 올해는 더욱 두렵다. 최근 온갖 물가가 오르면서 서민 연료 ‘연탄’마저 비싸졌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하루에 9장씩 연탄을 갈아왔다는 주 할머니는 “지난해 겨울만 해도 연탄을 보통 8시간마다 바꿔왔는데 올해는 12시간마다 바꾸고 있다. 하루에 6장 이상 쓰기가 부담스럽다”며 “당장은 면사무소에서 지원받은 연탄이 있지만 언제 바닥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남편, 장애를 가진 두 아들을 뒤로 하고 주 할머니는 차츰차츰 비어가는 창고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치솟는 물가에 연탄값도 뛰면서 에너지 취약계층이 떨고 있다.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안 되는 이들이 경기도에만 5천여가구 이상 존재하는 상황이다. 7일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하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경기도의 연탄 사용가구는 5천550가구로 집계됐다. 연탄은 인건비·배달비 인상, 원재료비 상승 등 영향으로 해마다 가격이 오르고 있었는데, 올해만 해도 1장당 850~900원까지 값이 올랐다. 2년 전 700원과 비교했을 때 소폭 비싸진 금액이다. 이 영향으로 연탄 후원마저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와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서울권에 후원된 연탄 수를 보면 14만장에서 8만장까지 43%가량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기도 역시 후원 양이 55% 감소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코로나19, 고물가 등 영향으로 연탄 후원이 1년 사이 60%까지 줄어든 지역도 있다”며 “연탄 사용가구는 평균적으로 한 달에 200장 정도를 쓰는데, 점점 후원이 줄면서 가구당 50장만 지원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에너지원 공급을 위한 인프라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역별 에너지 취약계층 수요를 파악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푸드뱅크 같은 ‘에너지뱅크’를 만드는 등 안정적인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인천 서구 사월마을, 비산먼지 가득 쌓여…

“골재산이 집 바로 옆에 있다보니, 바람만 불면 너무 고통스러워 숨조차 쉬기 힘듭니다” 7일 오후 1시30분께 인천 서구 왕길동 사월마을 동네 곳곳이 온통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마을회관 앞 게시판 유리는 짙은 회색의 먼지가 눌러 붙어 안이 보이지도 않았고, 건물 지붕도 먼지가 가득 쌓여있었다. 뿌연 연기를 뚫고 마을회관 옆길로 3분여 걸어가니 거대한 골재산이 보였다. 방진 덮개는 드문드문 있을 뿐 대부분은 골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덤프트럭 3대가 골재를 실어나르며 희뿌연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문유숙 사월마을 비상대책위원회 총무는 “바람만 불편 골재 가루가 마을 곳곳에 시커멓게 쌓인다”며 “숨쉬기도 버거울 정도”라고 푸념했다. 사월마을 인근 주민들이 골재산에서 쏟아지는 비산먼지로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데도 서구는 방진 덮개 미설치를 여러차례 적발하고도 경고만 하는 등 솜방망이 행정처분에 그치고 있다. 7일 서구 등에 따르면 사월마을 주변 약 35만㎡ 규모의 골재산은 모두 3곳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가 약 1천10만t의 골재를 보관·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방진 덮개의 설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산먼지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덮개가 씌워지지 않은 골재 위로는 풀이 자랄 정도로 방치 중이다. 대기환경보전법 제43조와 환경부의 비산먼지 관리 매뉴얼에 따라 야적물질을 1일 이상 보관하려면 비산먼지 발생 억제를 위한 덮개 등을 설치해야 한다. 구는 이 같은 조치를 하지 않으면 해당 업체에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 및 형사 고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구는 올해 이들 업체 3곳에 대한 점검에서 모두 3건의 방진 덮개 미설치를 적발했지만, 행정처분은 ‘개선 명령’이나 ‘조치 이행 명령’ 등 사실상 경고에만 그치고 있다. 앞서 구는 지난해에도 업체 2곳에 대해 같은 문제를 적발, 개선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작업 구간을 제외한 모든 곳에 방진 덮개를 설치하도록 지도하겠다”고 해명했다. 황남건수습기자

[현장, 그곳&] 부실한 제설함 관리… 폭설 땐 ‘속수무책’

“시민 안전을 지켜줄 염화칼슘 대신 쓰레기 더미만 가득 차 있네요” 경기도에 첫눈이 내리는 등 영하권 추위가 본격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결빙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된 제설함이 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경사로를 비롯해 지하차도, 고가도로 진입로 등에는 각 자치단체별로 마련한 1만895개의 제설도구함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폭설 시 도로변에 설치된 제설도구들이 전혀 활용되지 못하고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오후 찾은 광주시 초월읍 지월리 높은 경사 도로. 경사로 위 편엔 마련된 제설함을 열어보니 염화칼슘, 모래 등 제설을 위한 도구 없이 제설함 안은 텅 빈 상태였다. 이곳에서 약 500m 떨어진 노인 보호구역 앞 경사 도로 제설함에도 제설 도구는커녕 담배꽁초와 아이스크림, 과자 봉투 등 쓰레기로 차 있는 모습이었다. 해당 구간을 지나치는 차량들은 전날 내린 눈으로 아직까지 얼어 있는 도로 곳곳 위를 아슬아슬하게 주행하고 있었다. 김진섭씨(28)는 “주말에 눈도 내렸고 기온도 영하로 내려가면서 도로가 얼어붙고 있는데, 제설함에 쓰레기가 웬말이냐”며 “작년 폭설이 내릴 때도 미끄러져 사고가 날 뻔했지만 이번 겨울에도 지자체는 수수방관하며 시민 안전을 외면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권선구 오목천동의 한 제설함도 텅 빈 강정을 연상케 하듯 어떠한 제설 도구도 찾아볼 수 없었고, 평택시 팽성읍 원정리 한 도로에 놓인 한 제설함은 넝쿨에 둘러 쌓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상습 결빙구간으로 지정된 교량 인근의 경우 제설함 자체가 설치돼 있지 않은 곳도 확인됐다. 행정안전부가 제공한 상습 결빙구간 현황에 따르면 평택시 팽성대교와 광주시 쌍령교는 상습 결빙구간으로 지정돼 있지만 교량 주변에는 제설함이 비치되지 않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내 설치된 제설함에 대한 점검을 통해 미흡한 부분이 발견 될 경우 신속한 조치를 진행하는 등 시민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서강준수습기자

[현장, 그곳&] 화물연대 파업 ‘8일째’…서민 밥줄 끊겼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파업에 하루하루가 지옥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파업이 8일 차에 접어들면서 공사현장 일용직 근로자들과 인근 식당 주인 등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1일 오전 8시께 의왕시 상동의 한 공사장. 평소라면 공사가 막 시작돼 근로자들이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하지만 6명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현장 사무실 안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한 후 콘크리트의 공급이 끊겨 이틀째 공사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용직 노동자 정석준씨(가명·44)는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그동안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지인 등 6명으로 이른바 ‘공구리팀’을 꾸려 겨우 일감을 따낸 것도 잠시,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밥줄이 끊겨버린 것이다. 당장 모은 돈이 500만원도 안 된 상황에서 이씨는 막막한 생계에 대출까지 받을 고민을 하고 있다. 파업의 여파는 공사 현장 인근의 식당에도 미쳤다. 이날 정오께 용인특례시 처인구 아파트 공사 현장 인근의 식당가는 적막감만 가득했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는 등 식당들이 개점휴업을 이어간 것이다. 이곳에서 1년 가까이 한식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금순씨(66·여)는 “평소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점심과 저녁마다 가게를 찾아왔다. 한 테이블당 10만~15만원씩 먹고 가 생활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3~4일 전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며 “장사 자체가 안 돼 문을 닫고 건물 청소와 같은 소일거리라도 찾을 생각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유소 업계 관계자들 역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주유소엔 지난달 30일 오후 2시부터 휘발유가 품절됐다. 이 때문에 해당 주유소 대표는 피눈물을 머금고 찾아오는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야 했다. 주유소 대표인 이상준씨(가명·54)는 “휘발유가 공급되지 않아 매출이 반토막으로 줄어들었다”며 “오늘 새벽 겨우 배송차량을 수배해 휘발유를 공급받았지만 또 언제 공급이 끊어질지 모른다”고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처럼 파업의 장기화로 시민들의 실생활까지 영향을 끼치자 정부는 화물연대의 정상 업무 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화물연대의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 등 조직적으로 연대투쟁에 나서는 것은 국민 일상생활과 경제를 어렵게 만들어 노동자들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다”며 “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달라”고 당부했다. 김은진기자·서강준·황남건수습기자

[현장, 그곳&] 공공청사 공사장 ‘셧다운’ 공포… 피해 눈덩이

“이대로 가다간 공사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사 자체가 ‘올스톱’될 위기입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파업이 6일 차에 접어들면서 경기지역 공공청사 건설 현장에 이른바 ‘셧다운’ 공포가 드리워졌다. 29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의회 신청사 공사 현장(팔달구 인계동). 이달 중순까지만 해도 축구장 약 한 개 크기인 해당 공사장(대지 면적 6천342㎡)에는 하루 수십대의 대형 화물차량이 오갔으나 이날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는 등 적막감만 가득했다. 지난해 11월 시작된 해당 현장은 현재 35%의 공정률을 보이며 골조 공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시멘트 공급이 중단되자 타설(구조물의 거푸집 등 빈공간에 콘크리트 따위를 부어 넣는 행위)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시멘트 업체에 요청한 물량마저 제대로 수급할 수 없게 되자 수원특례시와 시공사는 내년 12월 완공 일정에 차질을 빚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착공된 경기신용보증재단 신사옥(2024년 6월 완공 예정, 영통구 이의동)도 12.5%의 공정률로 한창 공사가 진행돼야 하나 이날 중소형 화물차량 한 대만이 오가는 등 고요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번 파업에 따라 철근 공급이 끊기면서 시공사는 남은 해당 자재로 겨우 공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마저 다 사용하게 되면 공사가 멈추게 된다. 시공사가 발주처에 공사 기한 연장 요청을 고민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상황은 경기주택도시공사 융복합센터 신축공사 현장(영통구 이의동)도 마찬가지다. 경기주택도시공사 관계자는 “소요자재의 운반이 지연되면서 공사가 원활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이런 가운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선 긴장감이 맴돌았다. 대형 화물차량 2대는 순찰차의 호위 하에 이곳에 진입했으며 일부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운송기사의 차량 운행을 잠시 막은 뒤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특히 올해 의왕 ICD의 월요일 평균 반출입량은 2천937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이나, 지난 28일 반출입량은 592TEU에 그치는 등 반·출입량이 뚝 떨어진 실정이다. 대한건설협회는 성명을 통해 “국내 모든 건설현장이 셧다운 위기에 처한 만큼 화물연대는 파업을 중단하고 현장으로 복귀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한편 경기도를 관통하는 8호선 등의 운영사인 서울교통공사 노조 역시 안전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며 30일 파업을 예고, 시민들의 출퇴근 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정민기자·이다빈·서강준수습기자

[현장, 그곳&] 한파 예보에 경기도 난방 제조업계 '기대감'

#1. 전기요, 전기장판 등 계절 가전을 제작해 판매하는 양주 소재 기업 ‘창영테크’는 올 겨울 포근한 날씨 탓에 작년 대비 매출이 30~40% 줄었다. 이창근 창영테크 대표(35)는 “온열제품은 주로 10~11월에 많이 팔리는데 올해는 날씨 영향을 받아 실적이 저조한 상태”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지난 주말 이후 들려온 한파 소식에 그는 “12월엔 상황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라 기대된다”며 희망을 가졌다. #2. 부천에서 전기히터, 온풍기 등을 생산·판매하는 조경석 ‘대성정밀’ 대표(68)는 “올해는 작년에 비해 판매 실적이 60%가량 감소했다”며 “계절 상품은 날씨가 도와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공장에 자재가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면 매출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까 꿈꾼다”고 덧붙였다. ‘더운 겨울’ 영향에 하락세를 그리던 난방용품 매출이 12월부터 반전을 노리고 있다. 경기도내 유통업계는 물론 난방기기 제조 중소업체까지 다가오는 ‘한파’를 두고 반가운 기색을 보이는 분위기다. 28일 유통가에 따르면 올해 11월 약 한 달 간 난방용품의 매출액과 판매량은 예년에 비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롯데마트의 경우 같은 기간 핫팩·문풍지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5%, 난로·히터·가습기·난방텐트 등 계절 가전은 –10%로 각각 떨어졌다. 홈플러스는 대표적인 난방용품인 전기요·히터·전기매트·가습기 등 4개 품목에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판매량을 보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올해는 ‘수능 한파’도 덜했던 만큼 따뜻한 날씨 영향을 받아 매출액과 판매량이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커머스 업계도 마찬가지다. 지난 15일부터 24일까지 열흘간 11번가의 난방용품 판매 추이를 살펴봤을 때, 전년 동기 대비 난방용품의 판매량이 급감했다. 전기매트·장판은 -1%로 상대적으로 감소 폭이 작았지만, 전기요(-47%), 전기히터(-61%), 온풍기(-69%) 등 대부분 품목에서 큰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전기히터와 온풍기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60%가 넘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11월은 이상고온 등의 영향으로 따뜻한 날씨가 유지된 탓에 난방용품 판매가 특히 저조했다”면서도 “비가 그친 뒤 한파가 찾아오면 난방용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상청은 이날(28일) 비 소식 이후로 강추위가 찾아온다고 전망했다. 30일부터 영하권이 시작되면서 다음 달 1일에는 영하 9℃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경보가 내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고됐다. 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하루에 연탄 한 장… 취약계층, 매서운 ‘에너지 보릿고개’

“하루에 연탄 한 장도 아까워요. 춥지만 버텨야죠…” 28일 오전 6시30분께 찾은 수원역 일대. 역사 안에서부터 지하주차장까지 이어진 통로 구석 한 켠에는 10여명의 노숙인 무리가 찬 바람을 피해 이곳으로 모여 넓게 핀 박스 한 장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자고 있었다. 한 노숙인은 열린 유리 문으로 찬 바람이 들어오는지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모자를 고쳐 쓴 후 기둥 뒤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오전 7시가 되자 노숙인들은 저마다의 자리를 정리하며 수원 정 나눔터 앞에 긴 줄을 이었다. 거리 생활 5년 차에 접어든다는 김범석씨(57·가명)는 “오늘같이 날이 추워지면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최대한 늦게까지 돌아다닌다”며 “이번 겨울은 더 두꺼운 박스를 찾아 헤매야 한다”고 말하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같은 날 광명시 소하동의 한 판자촌 일대. 재활용시설 바로 옆 20여명의 주민들이 자리를 잡은 이곳은 비닐과 폐그물, 스티로폼, 슬레이트로 된 집이 빼곡하게 줄지어 있었다. 화목보일러와 연탄을 사용하는 듯 아궁이와 연탄이 곳곳에 쌓여 있었으며 판자촌 지붕 위는 스며들어 오는 강풍을 막고자 슬레이트를 겹겹히 쌓아 놓고 그것도 모자라 돌까지 덧대며 추위와의 힘겨운 전쟁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해 사랑의 연탄 등 여러 봉사단체로부터 500여장의 연탄을 지원받았었지만 올해는 물가 상승으로 연탄을 100~200장 정도 적게 지원받았다. 이혜옥 할머니(75·가명)는 “지금부터 3월까지 연탄 300장으로 버텨야 한다. 하루에 한 장도 아까워 밤에만 겨우 연탄을 뗀다”며 “올해 지원 받은 연탄을 아껴써도 3월까지 턱 없이 부족하다. 수술한 팔도 쓸 수 없어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언제 또 지원을 받을 수 있을런지…”라며 한숨을 내쉬며 말을 흐렸다. 30일부터 최저기온이 영하 7도까지 떨어지며 본격적인 한파가 예상된 가운데 도내 취약계층이 겨울나기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취약계층은 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 15만명, 취약노인 6만833명, 거리·시설 노숙인 799명 등 총 21만4천여명으로 집계된다. 이런 가운데 고물가·고금리의 장기화로 취약계층에 대한 도움의 손길마저 줄어든 탓에 이들은 평소보다 더욱 힘겨운 겨울나기를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경기도는 이달부터 3월까지 취약계층 지원 중점기간으로 두고 순찰, 응급 잠자리, 생활 지원사로 안부 확인, 방문건강관리 등으로 도내 취약계층을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의료, 돌봄, 주거 등이 확실하게 보장돼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 계절, 단기간에 지원을 하는 응급처방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은진기자

[현장, 그곳&] “불안해서 못 살아”… 성범죄자 이사 소식에 동네 ‘발칵’

“‘그놈이 살겠다면 저희라도 떠나야죠…” 성폭행범들이 출소 후 인생 2막을 위해 선택한 거주지 일대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채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27일 오전 11시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주택가. 주택가 입구엔 ‘조두순 이사 안 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는 푯말이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이 동네는 지난 21일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이 선부동의 한 주택으로 이사할 것으로 알려진 지역으로, 당시 주민들은 기자회견을 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조두순의 부인이 남편을 회사원으로 속여 계약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흘 만에 계약이 파기됐지만 주민들은 아직까지도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수지씨(41·여·가명)는 “조두순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은 ‘동네를 떠나야겠다’였다”며 “계약이 파기 됐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언제 또 그가 이 곳을 찾을 수 있다는 불안한 생각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고 두려워했다. 이곳보다 더욱 긴장감이 고조된 곳은 조씨가 현재 머물고 있는 와동. ‘성범죄자 동네’라는 주홍글씨를 2년 동안 감내한 와동 주민들은 조두순이 28일 계약 만료 후에도 당분간 갈 곳이 없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상태다. 선지윤씨(38·여·가명)는 “조두순의 입주부터 현재까지 그가 나가는 날만 기다려 왔다”며 “이제 그 바람은 물거품이 됐고 이젠 그만 우리 가족이 안산이라는 지역 자체를 떠나기로 남편과 합의를 봤다”고 자포자기했다. 같은 날 오후 연쇄성폭행범 박병화가 살고 있는 화성시 봉담읍 원룸촌 일대도 상황은 마찬가지. 원룸촌 골목에 들어서자 ‘박병화 퇴출을 촉구한다’는 현수막 수십 개가 빈틈 없이 걸려있었다. 박병화 거주지를 둘러싸고 특별치안센터와 처소, 화성시민 안전 상황실이 마련돼 있었으며 거주지 앞 골목 입구엔 시민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한 퇴출촉구 국민입법청원 동의를 위한 배너와 시민게시판이 설치돼 있었다. 게시판 옆에선 인부 두 명이 화성시 상황실과 연결되는 시스템을 점검 중이었고, 안전 상황실 경비 2명과 경찰은 순찰을 돌고 있었다. 특히 박병화가 거주 중인 원룸에 대한 보안은 더욱 경계가 삼엄했다. 거주지 앞 처소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해당 원룸을 방문하는 시민 한명 한명을 일일이 붙잡아 “몇호를 방문하시냐?” , “000호는 들어갈 수 없다”며 입·출입을 제한했다. 이와 함께 화성시의 28개 읍·면·동 주민들은 30명씩 순번을 정해 박병화가 출소한 날부터 매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거주지 앞에서 퇴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주민들의 격렬한 퇴거 요구에 박병화는 출소 후 제대로 된 외출도 못한 채 집 안에서 배달음식만 시켜 먹고 있다. 화성시민 안전 상황실 관계자는 “매일 교대로 박병화 주거지 200m 반경 일대에 대한 순찰을 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불안을 넘어 분노한 모습”이라며 “혹시나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더욱 치안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서강준수습기자

[현장, 그곳&] 선 넘은 외국어 표기… ‘노인 배제문화’ 부채질

“멀쩡한 ‘경로당’이라는 말 대신 ‘시니어클럽’이라고 쓰는 이유를 모르겠네요” 경기도내 의·식·주 생활 전반 곳곳에 한글 없이 외국어 표기 남용이 성행하며 암묵적인 ‘NO 노인존’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오전 수원특례시 권선구 한 백화점. 같은 층에 입점한 옷가게를 둘러보는 동안 한글 표지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계산대, 탈의실 등 모두 영어로만 표기돼 있었으며 옷의 소재나 체형에 맞는 옷 추천도 한글이 아닌 영어였다. 백화점에서 만난 김을옥씨(67·여)는 “백화점에는 외국 브랜드가 다수 입점해 있기도 하고 젊은 사람이 주 고객층이다 보니 영어 안내판이 많은 걸 이해한다”면서도 “영어로 표기돼 있는 걸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워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며 유추를 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찾은 화성시 반송동에 위치한 한 양식집 입구에 놓인 입간판의 메뉴도 모두 영어로 적혀있었다. 양식집 맞은 편에 있는 카페 역시 메뉴가 영어로 작성돼 옆에 그려진 음료 그림을 보고 메뉴를 유추해야만 했다. 외국어 남용은 거주지까지 잠식했다. 수원특례시 팔달구 한 아파트 단지는 경로당은 시니어클럽, 복지시설은 그리너리라운지 등으로 표기돼 있었다. 어린 손자와 단지 내 놀이터를 찾은 양순자씨(70·여)는 “지금은 용어들에 적응했지만, 처음엔 무엇을 뜻하는지 몰라 주변에 물어봐야 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한글 표시 혹은 설명 없이 영어로만 표기되는 표시판, 메뉴 등이 늘어나며 노인을 배제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글문화연대가 국민 1만1천07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외래어·외국어에 대한 국민 이해도 조사’에 따르면 총 3천500개의 단어 중 70세 이상 응답자의 60% 이상이 이해했다고 답한 단어는 242개로 6.9%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런 행태를 제재할 법안이 없다는 점이다. 옥외광고물법 시행령 제12조상 광고물은 원칙적으로 한글로 표기해야 하나 이는 권장 사안일 뿐더러 간판만 해당한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외국어 표기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는 마케팅 수단 중 하나”라며 “이는 노인을 포함해 영어 취약자에겐 모두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수진기자·이다빈수습기자

[현장 그곳&] 일회용품 규제 첫날… 손님·업주 ‘혼란’

“환경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소규모 영업장은 현실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24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소규모 커피전문점. 사장 1명이 주문과 커피 제조까지 도맡아 하는 이곳은 손님들이 몰려드는 점심시간마다 1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이날부터 1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바쁜 시간에 ‘설거지’ 일까지 늘게 됐다. 사장 김씨(45·여)는 “특정 시간에만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수 없어 손님이 몰려들 때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원특례시 팔달구의 한 편의점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계산대 앞에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는 안내가 써 있었지만 여전히 봉투를 찾는 손님이 많았다. 5년째 이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순자씨(63)는 “이전부터 손님들에게 판매용 종이 쇼핑백이나 쓰레기 종량제봉투 사용을 권하고 있다”며 “그래도 비닐봉지를 달라는 손님이 많은데 앞으로는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카페·식당 등에서 1회용품 사용 제한이 확대되면서 경기도와 인천지역 곳곳이 혼란을 겪고 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이날(24일)부터 소규모 소매점에서 1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 1회용 소재의 컵과 접시, 용기, 플라스틱 빨대 등이 단속 대상이다. 또 편의점에서 구매한 물건을 담을 1회용 비닐봉투 판매도 불가능하다. 식당에선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 1회용품 사용규제를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이번 사용 제한 규정은 계도기간 1년동안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당초 예고와 달리 환경부가 계도기간을 부여하면서 기간 내 규제를 지키지 않으려는 소상공인도 나타나고 있어 시장 혼란이 우려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관계자는 “1회용품 규제에 1년 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 것은 업계와 시민에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소상공인협회 관계자 역시 “1회용품 사용 규제는 점차적으로 시민의 호응과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수·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베란다·화장실서 ‘뻑뻑’… 화마 위험에도 지자체 ‘아파트 흡연’ 손 못댄다

“연기와 재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건 물론이고 밖으로 내던진 담배꽁초로 큰불이 날까 봐 조마조마 합니다” 23일 오전 9시께 광명시 하안동의 A아파트. 매일 아침 아파트 단지에서 담배꽁초를 양손 가득하게 발견한다는 경비원 송영준씨(61·가명)는 입주민들로부터 ‘담배 냄새가 난다’, ‘누가 아파트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는 민원을 자주 듣는다. 이런 민원이 접수될 때마다 그는 아파트 안내방송으로 실내 흡연을 자제하라는 안내를 한다. 송씨는 “실내 흡연을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 집 안, 복도에서 담배를 핀다”며 “누군지 모르겠지만 밖으로 불을 끄지 않은 꽁초를 버리는 사람들도 있어 혹여 불이라도 날까 낙엽을 자주 쓴다”고 토로했다. 아파트 주민 박지현씨(30)는 “15층 높이에 살고 있는데 열린 창문과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계속해서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며 “나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실내 흡연을 해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지난해 5월 남양주시 금곡동의 다세대주택 주차장에서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가 발생, 건물 내외부 3층 높이까지 불이 붙어 검게 그을렸으며 주차돼 있던 차량이 전소됐었다. 이 불로 건물 안에 있던 주민 3명은 연기를 들이마셔 치료를 받았다. 또한 같은 해 7월 구리시 인창동의 아파트 세대 내에서 화재 발생으로 상하층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부 타 2억2천827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도내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실내 흡연이 버젓이 이뤄지며 주민들이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공동주택 화재는 2019년 2천293건, 2020년 2천259건, 2021년 2천81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담배꽁초로 인한 화재는 2019년 171건, 2020년 168건, 2021년 157건 발생했다. 이 같은 상황에도 사유지 내 실내 흡연의 경우 지자체나 소방 당국이 행정지도를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단속이나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아파트 실내 흡연에 대한 민원이 발생 시 아파트 입대위를 통해 해결 방안을 강구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철홍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담뱃불로 인한 화재는 언제든지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안에서 흡연을 해도 현행법상 지자체가 행정처분을 할 수 없다”며 “담배꽁초를 밖으로 던지는 행위는 의도된 방화는 아니지만 큰 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법적 규제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은진기자

[현장, 그곳&] 이웃 vs 불청객… 길고양이 돌봄 ‘갈등 격화’

길고양이에 대한 먹이 제공을 두고 경기도내 일부 주민들과 이른바 ‘캣맘·캣대디’들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러한 사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완벽히 시행되기 어려운 만큼 전문가들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파장동의 한 주택가. 오래된 주택의 슬레이트 지붕 위에 놓인 참치캔 주변에는 찌꺼기가 남아 있었으며 길고양이들의 배변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의왕시 오천동에선 발견된 고양이 한 마리는 대접 한 그릇에 담긴 물에 불린 라면 면발을 정신없이 먹고 있었다. 이윽고 앙상하게 마른 길고양이 두마리가 혹여나 떨어진 음식을 찾는 듯 서성거리고 있었다. 일부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으로 길고양이들이 몰려 배설물, 벌레 꼬임 등 위생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길고양이의 울음소리에 밤잠을 설치는 피해를 호소하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반면 캣맘·캣대디들은 가끔 마주치는 주민들의 날선 반응에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안양시에서 활동했던 이은서씨(54·가명·여)는 “멀쩡한 차를 두고 ‘길고양이 때문에 흠집이 생겼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길고양이들도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데 너무 야박한 일부 주민들의 태도에 속이 상한다”고 서운해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같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다. 경기도가 지난해 시행한 ‘길고양이 서식현황 및 관리기준 수립 연구 용역’에 따르면 최소 32만4천558마리에서 최대 35만1천343마리의 길고양이가 경기지역에 사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도는 지난 2019년부터 31개 시·군에 총 217개(한 개소당 50만원)의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었으나 이는 도내 모든 추정 길고양이를 수용하기엔 버거운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일선 시·군의 신청에 따라 해당 시설이 설치되는 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의 목소리에 지자체의 행정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개체 수 줄이기도 예산 문제로 난항이다. 도는 올해 52억원의 예산을 책정, 2만5천933마리에 대한 길고양이 중성화(TNR)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포획·방사비, 수술비 등이 한 마리당 20만원 가량 소요되는 만큼 도내 모든 길고양이에 대한 중성화 수술은 예산 문제로 현실화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주민들과 캣맘·캣대디들의 상생의 자세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캣맘과 캣대디들은 밥 자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주민들도 이러한 부분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는 등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공공기관은 고양이급식소 확충 등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기자·김건주수습기자

[현장, 그곳&] 버스 3대는 기본… 무정차 통과에 ‘출퇴근 전쟁’

도내 광역버스 입석 금지 첫날 “평소보다 30분 일찍 나오면 뭐합니까. 보낸 버스만 3대 입니다” 21일 오전 7시30분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수원역 버스 정류장. 수원대학교에서 잠실광역환승센터로 향하는 1007번 버스를 타려는 시민 수십명이 줄지어 서있었다. 1대, 2대 만차를 알리는 광역버스가 지나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낮은 한숨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입석금지 후 첫 월요일 출근길임을 고려해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지만, 지나치는 버스들에 당장 지각 걱정을 해야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판교로 매일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심정희씨(28·가명)는 40분째 버스 앞으로 다가갔다가 물러서기를 반복하며 ‘만석 버스’를 지나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평소에는 6시50분 정도에 나오면 바로 버스를 탔다. 지금 버스를 기다린 지 40분이 지났지만 버스 2대를 그냥 보냈다”라며 “앞으로는 집에서 더 일찍 나와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오전 7시50분께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버스정류장도 수십명의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10분이 지나고 8109번 버스가 도착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며 탑승을 준비하던 시민들은 곧 버스기사가 ‘만석입니다. 다음 버스 타세요’라고 말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고양시 일산동구로 출근하는 김진한씨(41)는 “직장까지 1시간 10분이 걸린다. 입석 금지라고 해서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 보낸 버스만 3대”라며 “회사에 늦을 것 같다고 말을 했지만 매일 이렇게 지각할 수 없는 일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KD운송그룹의 경기지역 14개 버스업체가 지난 18일부터 광역버스의 입석 승차를 전면 중단한 이후 첫 월요일(21일) 출근길, 지역 곳곳에서 발 묶인 시민들의 ‘출근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 18일 일부 혼란이 빚어지자 경기도가 전세버스와 예비차량 등 20대를 투입하고, 내년 초까지 68대의 차량을 투입하겠다는 등의 대안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당장 전세버스 차량을 늘리고, 운전기사를 찾아 배치하는 데만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도는 당장 투입하겠다던 20대의 차량 조차 채우지 못한 채 15대의 차량만을 투입한 상태다. 도는 2차 대책인 전세버스 107대 중 26대(24%), 정규버스 54대 중 31대(58%)를 12월까지 우선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차량 증진 여건과 인력 투입 등에 모두 난항을 겪고 있어 당분간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KD운송그룹이 입석 중단을 하고 있어 예비차를 투입했다. 오늘도 15대를 투입했으며 전세버스, 상용차 등 순차적으로 투입 예정”이라며 “다만 인력과 차량 마련 등으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도민들이 혼잡을 겪지 않도록 이른 시일 내 증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입석 승차를 중단한 버스 업체는 경기고속, 경기버스, 경기상운, 경기운수, 대원고속, 대원버스, 대원운수, 이천시내버스, 평안운수, 평택버스, 화성여객 등으로 경기지역 광역버스 노선 중 46%에 달하는 146개 노선이다. 김은진기자·오민주수습기자

[현장, 그곳&] 그동안 고생했어… 이제 홀가분 해요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홀가분합니다.” 2023년 대학수학능력시험날인 17일 오후 성남 돌마고등학교 앞. 제2외국어 시험 없이 오후 4시37분께 시험이 끝나는 학교 앞은 종료 1시간 전부터 수험생을 마중 나온 가족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우르르 나오기 시작하자, 학부모들은 까치발을 들고 자식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가족을 먼저 발견한 수험생들은 부모님의 품으로 뛰어가 안겼다. 한 대학생은 어깨가 축 쳐진 동생이 터덜터덜 걸어 나오자 꽃다발을 건네며 꽉 안아주기도 했다. 핸드폰 시계만 보면서 초조하게 딸을 기다리던 50대 어머니는 밝게 웃으며 시험장을 나오는 이현경양(19)을 부둥켜 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양은 “그다지 어려웠던 것 같진 않은데, 시험이 끝나니 허무하기도 하고 아쉽다”면서 부모님 품에 안겨 울먹였다. 비슷한 시각 수원 수일고등학교. 이곳에도 시험 종료 시간 30분 전부터 수험생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의 차량들로 교문 앞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후련한 듯 기지개를 펴며 시험장을 빠져나왔다. 재수생 이상훈씨(20)는 “국어는 쉬웠는데 영어랑 수학은 좀 어려웠던 것 같다”며 “일단 끝났으니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다”고 말했다. 어느덧 깜깜해진 오후 6시께 성남 송림고등학교. 제2외국어 시험을 치르고 나온 수험생들이 시원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듯한 표정으로 교문을 빠져나와 가족들에게 달려간다.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이라도 시켜놓을 걸 그랬다”며 고민하던 학부모 안성수씨는 아들 안승주군(19)이 교문을 빠져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활짝 웃어보였다. 비슷한 시각 인천 미추홀구 인명여자고등학교 정문 앞 보행로에도 수능을 끝낸 가족을 마중 나온 이들이 줄을 이었다. 친구와 함께 웃으며 시험장에서 걸어 나온 유채원양(19)은 “시험은 잘 본 것 같다”며 “그동안 공부하느라 줄였던 게임을 제일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경기도에서는 19개 시험지구, 357개 시험장에서 수능 시험이 치러졌다. 도내 수능 지원자 14만6천623명 중 1교시 결시자는 1만7천202명(11.8%)으로 지난해보다 0.27%p 낮았다. 이날 경기지역 수능 부정행위자는 오후 5시30분 기준 8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반입금지 물품 소지 3명 ▲종료령 후 답안지 표기 4명 ▲4교시 탐구영역 응시절차 위반 1명이다. 부정행위자로 최종 확정되면 이번 수능 성적이 무효처리 된다. 한수진기자·김건주수습기자

[현장, 그곳&] ‘밀크플레이션’ 속수무책...동네 커피숍·빵집 속탄다

#1. 개인 커피숍을 운영하는 임향미씨(54·수원)는 몇 달 전 원두값 상승으로 인해 음료 가격을 300~400원씩 올렸다. 그 여파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보다 손님이 줄어드는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임씨의 고민이 추가됐다. 이번엔 우윳값이다. 임씨는 “한 번 가격을 올렸더니 손님이 확 줄었다. 이번에도 가격을 올리게 되면 손님이 더 줄어들까 걱정돼 연말까지는 버텨볼 생각이지만 내년엔 인상이 불가피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2. 경기남부지역의 한 전통시장 입구에서 제과점을 운영 중인 황선영 대표(56) 역시 빵 가격 인상을 고려 중이다. 베이킹 원재료값에 이어 우윳값까지 올라서다. 황 대표는 “빵은 당일에 만들어 당일에 소진해야 하는 제품인데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찾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진을 포기하고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치솟는 물가 상승 품목에 ‘우유’마저 탑승하자 유제품업계 등 경기지역 소상공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가 아닌 소규모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주요 유업계는 최근 우유 원유 가격 인상에 따라 연속적으로 가격을 조정, 17일부터 흰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서울우유의 경우 평균 6%씩 우유 제품 값을 올린 상황이고, 이 외에도 ▲매일유업(평균 9%) ▲남양유업(평균 8%) ▲동원F&B(평균 5%) 등이 각각 값을 높였다. 이로 인해 우유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커피숍이나 제과점 등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볼멘소리가 샌다. 소규모 개인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가격을 올리기도, 유지하기도 난감한 진퇴양난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비단 프랜차이즈 매장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커피 매장 수 1위인 이디야커피 역시 다음달께 커피 및 베이커리 일부 제품의 가격을 높이기로 가닥을 잡았다. 4년 만의 인상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유는 중요한 식재료 중 하나인데 우유 가격이 올라가면 카페, 빵집 등 소상공인들의 원가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며 “원유 가격이 인상돼 커피·빵 가격이 오르면 우유의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가격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진기자

[현장, 그곳&] 경기도내 14만6천623명 수능... 오늘, 힘내세요!

“아직까지 실감은 안 나는데…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어요”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하루 앞둔 16일 경기지역에서도 학교별 수험생 예비소집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성남 한솔고등학교 운동장. 수험표 배분 시간인 9시가 가까워지자 고3 수험생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장도식이나 학생회 응원 등 별도의 행사는 없었지만, 수험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모습이었다. 운동장에 들어선 수험생들은 담임 교사를 찾아 수험표를 받아 들고 친구들과 간단한 응원의 인사를 나눴다. 교사들은 수험생에게 ‘긴장하지 말고 잘 보고 와’ 등의 격려를 하며 수험표와 선물꾸러미를 전달했다. 선물꾸러미 안에는 교사들이 준비한 핫팩과 물티슈, 연필, 수정테이프 등이 담겨 있었다. 무탈하게 시험을 잘 마치고 오라는 교사들의 염원이 담긴 듯했다. 박소현 3학년 부장선생님은 “학생들이 긴장하지 않고 평소처럼 시험에 임해서 원하는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부응하듯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도 당찬 자신감을 보였다. 분당고등학교로 시험장을 배치받은 정원석군(19)은 “그동안 배운 것을 토대로 오늘 마지막 준비를 할 예정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재수생 윤종원씨(20)는 “아직까지는 많이 떨리고 싱숭생숭하다. 그래도 작년에 한 번 경험했으니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수원 칠보고등학교에서도 오전 10시부터 수험표 배분이 시작됐다. 학생들은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와 함께 수험표를 받고 결전의 날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를 나섰다. 박종범군(19)은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 출석한 날이 적어 벌써 수능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준비한대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오겠다”고 힘줘 말했다. 졸업생 성영훈씨(20)는 “지난 1년간 힘들게 준비했다. 생각보다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올해 수능 응시 지원자는 50만8천30명으로 1년 전보다 1천791명(0.4%) 감소했다. 경기지역에서는 14만6천623명이 응시한다. 재학생 9만5천374명과 졸업생 4만6천148명, 검정고시 지원자 5천101명 등이다. 경기지역 고사장은 357개교 7천270실이다. 일반시험장과 격리 수험생을 위한 별도시험장, 입원 치료 수험생을 위한 병원시험장 등으로 나눠 운영된다. 일반시험장에는 코로나19 유증상 수험생을 위한 분리시험실이 설치되고, 별도시험장의 경우 재택치료자 시험실과 재택격리자 시험실로 구분된다. 수험생이 수능 시험일 전 코로나19 확진이나 격리 통보를 받으면 관할 시험지구 교육지원청에 곧바로 알려 시험장 배정 등 응시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한수진기자·김건주수습기자

[현장, 그곳&] 덤프트럭 ‘쌩쌩’, 깨진 보도블록… 통학로 안전 ‘빨간불’

도내 공사장 주변 학교 가보니… “통학로는 좁아졌고 대형 트럭은 ‘쌩쌩’ 달립니다. 매일 매일의 등하굣길이 긴장의 연속입니다” 16일 오전 8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망포동의 잠원초교 삼거리. 학교 맞은 편에선 망포지구공동주택 신축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부터 학교까지 이어지는 보행로 550여m엔 길을 따라 높은 펜스가 설치돼 있는 상태였고 이로 인해 통학로는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아져 있었다. 또한 보도블럭은 곳곳에 파여 있어 등교를 하는 학생들이 고개를 숙이고 발 밑을 살피며 아슬하게 걸어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매일 아침 딸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준다는 박윤아씨(42·가명)는 “가뜩이나 좁아진 통학로에 보도블럭까지 깨져있으니 혹여 아이가 다칠까봐 걱정 돼 매일 아침 등굣길에 함께 나서고 있다”며 “등교 후에도 딸이 ‘수업 중에도 공사소리가 들려서 수업에 방해된다’고 말하곤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찾은 용인, 화성, 군포 등 다른 공사 현장도 마찬가지.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공동주택 신축공사 현장 앞 신호등 앞엔 등교를 위해 문정중 학생 10여명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가 바뀌자마자 건너려는 학생들 앞에 덤프트럭이 ‘쌩쌩’ 달려 멈칫하는 위험천만한 상황도 연출됐다. 박진명군(15·가명)은 “원래 자전거를 타고 통학했는데 자전거 바로 앞으로 트럭이 지나간 적이 있어 사고를 당할 뻔한 적이 있다”며 “이젠 공사장으로 들어가는 트럭만 봐도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망포지구공동주택 신축공사 시공사인 A건설 측은 “지난 9월 교육청에서 현장점검을 진행했다”며 “아이들이 공사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내 대형 공사장 인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대형 공사 시 경기도교육청에선 교육환경평가를 통해 학생들 안전을 확보해야 하지만 관리 당국은 점검현황 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서동용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교육청이 진행해야 할 도내 점검 대상 공사 건수는 196건이다. 이 중 이행 미점검·점검 여부 미확인 건수는 94건으로 드러났다. 절반가량(47.9%)이나 이행사항을 점검하지 않거나 점검 유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교육청은 공사현장이 학교에서 200m 내에 인접해 있거나 공사 건물의 층수가 21층 이상 또는 연면적 10㎡인 대규모 개발사업의 경우 교육환경평가를 진행해야 한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착공 전인 곳도 있어 점검이 안된 곳도 있다”며 “현장 점검에 힘쓰고 있지만 공사 건수를 따라가기에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은진기자·오민주수습기자

[현장, 그곳&] 아비규환 그날, 어떻게 잊어요… 시간 흘러도 선명한 악몽

참사 트라우마 호소하는 도민들 “하늘을 뒤덮은 시커먼 연기, 비명과 울음이 뒤엉킨 아비규환이었던 당시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14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반송동 메타폴리스 상가 일대. 이곳에선 만난 이주형씨(38·가명)는 지난 2017년 5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메타폴리스 화재를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대피하라는 방송을 듣고 어머니와 함께 부랴부랴 집을 나섰는데 까만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며 “시간이 흘러 잊을 만도 하지만 화재경보기만 보면 그날의 악몽이 떠오른다”고 토로했다. 지난 2020년 군포시 산본동 아파트 화재(4명 사망·7명 부상)를 목격한 주민들도 여전히 불안한 감정을 털어내지 못한 채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불이 났던 아파트 앞 동에 살고 있다는 유미진씨(29·가명)는 “그때 아파트가 잿더미를 연상케 할 정도로 까맣게 탔다.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주민들은 그날의 참사를 또렷이 기억하며 괴로워하고 있다”고 불안한 감정을 내비쳤다. 가장 최근 도심 속에서 발생했던 이천 투석병원 화재(5명 사망·42명 부상) 현장은 처참했던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벽 전체가 까맣게 그을린 채로 남아있었다. 인근을 지나치는 주민들은 당시 기억을 떨쳐버리려는 듯 애써 고개를 돌리며 현장을 외면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로 전 국민이 트라우마(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짓눌린 가운데 과거 도내에서 발생한 화재 등 대형 사고를 목격한 도민들도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도에 따르면 도는 화재, 침수 등 사회적 재난을 겪은 이들에게 심리 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각종 사건·사고 이후 경기도가 제공한 심리 상담을 받은 건수는 2017년 755건(651명), 2018년 145건(135명), 2019년 387건(249명), 2020년 592건(417명), 지난해 670건(484명)으로 평균 387명이 509건의 상담을 받았다. 올해는 9월30일 기준 1천193명, 1천453건의 심리 상담이 진행됐다. 이같이 심리상담 지원 방안이 마련됐지만 미비한 홍보 탓에 목격자들이 직접 상담을 찾는 경우가 드물다. 더욱이 초기 상담 대상은 사고 현장에 있는 유가족과 부상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적극적인 발굴·추적 상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도 관계자는 “목격자를 직접 찾아 나서 상담을 권유하지는 않고 있다”며 “사고 발생 시 현장에 투입, 유가족 위주로 상담을 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동귀 한국상담심리학 회장(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대형 사고를 본 사람들은 간접 외상을 호소할 수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상처가 소화되지 않아 무기력, 분노, 우울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지자체가 목격자를 찾아 전화·채팅 상담 등 지속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진기자

[현장, 그곳&] 이태원 참사 얼마 됐다고…인도 막는 불법 매대 ‘빽빽’

수원 팔달문시장 일대 길가에 불법 매대 설치가 버젓이 성행하며 시민들의 통행에 지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태원 핼러윈 대참사가 불법 구조물로 인해 미흡한 대처 및 병목 현상을 가중시킨 만큼 화재 등 재난 상황 시 초기 대응이 늦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오전 9시께 팔달문시장과 남문패션 1번가시장. 시장의 상인들이 하나둘씩 가게 문을 열고 장사 준비에 나섰다. 이들은 각자 가게 상품 정리를 한 뒤 간이 책상, 행거, 나무판자 등으로 만든 매대를 상가 앞 도로에 두고 옷, 신발, 내의, 화장품, 가방 등 판매 상품을 진열하기 시작했다. 상인들이 내놓은 매대가 길목마다 들어서자 도로는 금세 좁아졌다. 6~7m였던 도로 폭은 4m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이후 도로 바닥 소방도로 표식은 상인들의 내놓은 매대에 가려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18년간 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 중인 상인 A씨(68)는 “다들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물건 한 개라도 더 팔아야겠다는 욕심 때문에 매대를 최대한 넓게 펼쳐놓는다”라며 “지금까지 이렇게 장사해왔고 단속 때 매대를 잠깐 들여놨다가 단속 후 다시 펼치고 있다”고 조심스레 시장 상황을 전했다. 이어 “매일 나와서 장사를 하니까 영업이 끝난 뒤에도 몇몇 상인들은 매대를 그대로 두고 쌓인 물건만 치우고 있다”고 귀뜸했다. 문을 닫은 가게 앞이나 골목 곳곳에선 배추, 나물, 문어 등 음식물을 판매하는 노점상이 자리했고 자연스레 좁아진 길목 사이로 배달 오토바이가 들어서면 시민들은 아슬아슬하게 노점상과 매대를 피하기 바빴다. 이날 시장을 찾은 김기석씨(52)는 “주말에는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더 많아 지금보다 훨씬 복잡하다. 서로 부딪칠까 봐 피해 다니기 일쑤”라며 “차가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걸어 다닐 공간조차 부족해 불편할 때가 많다. 혹시 좁은 시장 골목에서 불이라도 난다면 빠르게 대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팔달구청은 매일 현장 단속을 통해 소방도로를 침범한 상인들에게 계고장 전달, 과태료 부과 등 행정처분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팔달구청 관계자는 “상인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3주간 계도기간을 두고 과도한 매대 및 설치물은 철거 요청을 하고 있다”며 “다만 상인들이 30여년간 매대를 활용해 장사를 해왔기 때문에 단기간에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관리를 더욱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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