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한국형 전투기 KF-21

쌕쌔기. 메뚜기목 여칫과 곤충의 이름이다. 어렸을 적 매년 이맘때 들녘에서 자주 봤었다. 떼 지어 하늘을 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그땐 전투기를 ‘쌕쌔기’라고 불렀다. 전투기가 창공을 가르는 소리가 마치 ‘쌕쌕’이라는 의성어(擬聲語)로 들려서였다. 왜 그렇게 많은 전투기가 하늘을 날았을까. 전투기 굉음이 온누리를 흔들었다. 그래도 그 소리가 무섭지 않았다. 되레 믿음직스러웠다. 저런 비행기들이 우리의 하늘을 지켜주겠구나, 그런 안도감이 들었기 때문일까. ▶전투기는 영어로 파이터(Fighter)다. 넓은 공간을 동서남북으로 가르며 적국의 비행체를 격추하는 게 임무다. 대한민국도 이제 그런 전투기를 자체 생산하는 나라가 됐다. 지구촌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힌다. 자랑스럽다. 7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겠다. ▶엊그제 그 자랑스러운 한국형 전투기가 시험비행을 마쳤다고 한다. 알파벳으로 한국(Korea)과 전투기(Fighter)의 첫 글자를 따 KF에 2021년 완성했다는 의미에서 숫자 21을 붙여 ‘KF-21’로 명명됐다. 속도도 소리의 빠르기인 음속(音速)으로 비행한다. 아직은 시험비행 중이다. ▶내년에는 소리의 빠르기를 뛰어넘는 초음속 비행도 가능하다. 기본적인 항공기 시스템 안전성도 확보됐다. 앞서 지난 7월 최초 비행 이후 조종사 4명(공군과 관련 기업 각 2명)이 투입돼 10여회 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KF-21의 성공 비행으로 ‘K-방산’도 급속도로 진화 중이다. 그 비결은 우수한 품질, 사용이 편하고 고장이 적은 운용성, 가격경쟁력 외에 탁월한 운영유지능력 등이다. 올해 방산 수출계약 규모는 지난해 70억 달러에서 100억 달러까지 전망된다고 한다. 전투기는 국가방위의 으뜸이자 완결이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쪽빛 가을 하늘을 비행하는 ‘쌕쌔기’를 올려다보면서 드는 안도감, 그것이 곧 자주국방의 요체( 要諦)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인적 쇄신과 혁신

새 포도주는 새 가죽부대에 넣어야 한다. 낡은 부대에 넣으면 발효를 이기지 못하고 터져 버리는 탓이다. 이 때문에 성경에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나온다. 보통 개혁이나 변화를 이루고자 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다. 기관·단체 등에서는 새 포도주는 사람으로, 새 가죽부대는 조직으로 표현하며 대대적인 인적 쇄신과 더불어 조직개편을 이룰 때 언급이 잦아진다. 지난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 지 4개월이나 지났다. 인천시도 그동안 인사와 조직개편을 1차로 했고, 내년 초를 목표로 대대적인 인사 및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산하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새로운 기관장도 속속 임명 절차를 밟고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들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우선 시와 이들 기관에서 일하는 수많은 직원들은 그동안 엉망이었던 조직, 즉 헌 가죽부대가 새 가죽부대로 바뀔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특히 그동안 권력에 빌붙어 부역자 노릇하며 직원들에게 갑질했던 자를 벌하는 인사, 즉 헌 술을 새 술로 바꿀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높다. 반대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직개편과 인사를 했는데도, 여전히 부역자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각종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여러 차례 봐온 탓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진다. 이 경우 내부에서는 ‘이럴 줄 알았어’, ‘역시 바뀌는 건 없어’라는 자조 섞인 한탄과 자포자기하는 직원들이 많아진다. 이는 민선 8기라는 배가 제대로 달리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는 요소다. 시민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새 술이 만들어지고 새 가죽부대가 꾸려질 것이라 기대하며 투표를 했다. 이제 시민의 선택을 받은 유정복 인천시장과 그의 선택을 받은 새로운 기관장들이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할 때다. 비록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이 있더라도 인적 쇄신을 통한 혁신이 있어야 건전한 조직이 탄생할 것이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인류 첫 지구방어 실험

어렸을 적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꿈을 꾸곤 했다. 소스라치게 놀라 식은땀이 흘렀다. 어머니는 어린 아들의 가슴을 쓸어주고 달래주셨다. ▶소행성은 숱한 소설과 영화 등을 통해 다뤄졌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행성 충돌로 지구가 통째로 공중분해될 수도 있으며 우주 공간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은 실제로 발생했다. 지구역사에 기록된 세 차례 이상 대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거나 부분적으로 연관돼 있다. 대표적으로 6천600만년 전 백악기 말기에 멕시코 유카탄반도 칙술루브에 떨어져 공룡시대를 마감하고 지구상의 생물 75%를 사라지게 했다. 2013년 2월에도 있었다. 러시아 첼랴빈스크 상공에서 폭발하면서 도시 6곳의 유리창을 박살 내고 1천600여명의 부상자를 냈다. ▶소행성은 약 46억년 전 태양계가 행성을 형성할 때 이용하고 남은 암석 잔해로 모양이나 크기, 성분 등이 다양하다.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帶)에 몰려있으면서 태양을 돌지만, 목성의 중력 작용으로 서로 충돌해 지구를 비롯한 내행성 쪽으로 밀려든다. 내행성 궤도에 한 번 들어서면 수백만년 동안 궤도를 돌다 태양이나 내행성과 충돌하거나 다시 소행성대나 그 너머로 밀려난다.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에 4천800만㎞ 이내로 접근하는 지구 근접 천체와 지구 궤도와 교차하는 궤도를 가진 소행성에 주목하고 있다. 지구 근접 천체 중 지름이 140m가 넘는 건 2만6천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름 140m의 소행성은 직경 1~2㎞의 충돌구를 만들며 대도시 하나를 초토화하고 대량 인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우주선이 27일 지구에서 약 1천100만㎞ 떨어진 우주에서 목표 소행성과 정확히 충돌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해당 우주선은 지구 방어를 위해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게 하기 위해 발사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선이 이날 오전 8시14분 운동 충격체가 돼 시속 2만2천㎞(초속 6.1㎞)로 충돌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인류가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실제 소행성을 대상으로 실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지구 방어 실험에 핵탄두 대신 우주선을 택한 연유는 무엇일까.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가족의 범위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 집단이다. 혼인·혈연·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 그렇게 규정돼 있다. 민법 제779조(가족의 범위)도 자기를 중심으로 자기의 배우자, 형제자매, 직계혈족(부모와 자녀)을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는 법률상 또는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이다. 현실은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가족’으로 변화됐다. 친구나 애인끼리 거주하는 비(非)친족 가구수와 가구원이 지난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비친족 가구가 1년 전보다 11.6% 증가한 47만2천660가구로 나타났다. 비친족 가구원도 101만5천100명에 이른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남녀 2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 이상(62.7%)이 가족 범위를 사실혼, 비혼·동거까지 확대하는 데 동의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결혼보다 동거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주거를 같이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각각 87.0%, 82.0%가 동의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기존 가족 단위에 맞춰져 있어 ‘새로운 가족’ 형태에 걸맞은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 가족을 좁게 정의하는 법 조항을 삭제하고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방지 근거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여성가족부가 사실혼 및 동거가구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꿨다.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정의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최근 국회에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혈연 중심의 기존 가족관계 변화를 불편해하는 시각이 있긴 하다. 하지만 여가부의 행태는 비혼 동거, 사실혼, 노년 동거 증가 등 급변한 우리 사회 가족의 실태와 인식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다. 가족 범위 확대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의미이고, 세계적 추세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시대 흐름을 거스르면 안된다. 기존 계획을 철회할 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법적·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핫 마이크

각국 정상이나 고위 관료, 유명 인사들이 마이크가 켜져 있거나 녹음기가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뱉은 사담이나 농담이 여과없이 공개돼 논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핫 마이크(hot mic)’라고 한다. 마이크가 아직 뜨거울 때 터진 사고라는 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브리핑 후 인플레이션 관련 질문을 한 기자를 향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멍청한 개자식(stupid son of bitch)”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 문제에 시달리던 대통령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결국 해당 기자에게 사과했다. 그는 2010년 부통령 시절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서명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이거 ×라 대단한 일(a big fucking deal)”이라고 했다. 부적절한 언사에 비난이 일자, 바이든은 “모든 마이크는 켜져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부주의함을 반성했다. 미·소 냉전 시대인 1984년엔 대참사가 될 뻔한 ‘핫 마이크’가 있었다.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라디오 방송 전 마이크 테스트를 한다면서 “미국인 여러분, 나는 러시아를 영원히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게 돼 기쁘다. 5분 뒤에 폭격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테스트를 겸한 농담이었지만, 고스란히 보도돼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핫 마이크’가 주말 내내 화제가 됐다. 22일(한국 시간) 바이든 미 대통령 주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공개된 것이다. ‘한미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외교참사’라는 비판과 함께 ‘국민들이 (대통령 때문에) 쪽팔린다’는 비난이 거셌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고, ‘이 ××들’은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궁색한 변명에 야당은 반발했고, 논란은 더 커졌다. 공무수행 중 나온 대통령의 말은 ‘사적 발언’일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언행의 품격을 지키고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외래어 전성시대

외국어(外國語)는 외래어(外來語)와 어떻게 다를까. 외래어는 다른 나라의 말이 들어와 마치 우리말처럼 쓰이는 낱말이다. 네덜란드가 고향인 ‘커피(Coffee)’, 멕시코가 친정인 ‘토마토(Tomato)’,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침팬지(Chimpanzee)’ 등이 대표적이다. ▶발음과 형태, 용법 등이 한국어와 결코 충돌하지 않는다는 게 공통점이다. 설명이나 주석 등 특별한 해석도 필요하지 않다. 외국어라는 의식이 없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곰곰이 따져 보면 딱히 그렇다는 얘기다. 이들 외래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해온 세월도 벌써 100년 이상 지났다. ▶이런 가운데 요즘 숱한 외국어들이 외래어로 등장하고 있다. 그것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말이다. 베이비 스텝(Baby Step), 빅 스텝(Big Step),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 등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베이비 스텝은 한꺼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경우다. 빅 스텝은 0.50%포인트, 자이언트 스텝은 0.75%포인트 올리는 정책이다. ▶미국이 세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달리 방법이 없었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앞서 20~2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2.25~2.50%에서 3.00~3.25%로 0.75%p 올렸다. 6월과 7월에 이어 이례적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그만큼 현재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는 뜻이다. ▶연준은 같은 맥락에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기존 5.2%에서 5.4%로 높여 잡았다. 더구나 이런 물가 인식을 고려할 때 다음 달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커졌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의 빅 스텝 가능성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0.75%p까지 벌어진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장기간 방치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원화 가치도 급격히 떨어져 결국 물가 상승까지 부추길 수 있다. 생소한 외국어들이 순식간에 외래어가 아니라 모국어로 치환되고 있다. 그만큼 지구촌 경제 현실이 만만찮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어떻게든 되겠지’는 곤란하다

몇 해 전부터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류. 가요부터 시작해 영화와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치맥 등 음식까지 K-FOOD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K-FOOD의 원료가 되는 농산물 역시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꾸준히 해외 수출 물량을 늘려 왔다. 경기도의 농수산식품 수출액만 봐도 최근 5년(2017~2021년) 사이 12억9천여만달러에서 15억7천여만달러까지 증가했다. 그런 K-농산물에 위기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세계무역기구(WTO) 제10차 각료회의에서 농식품 수출 물류비 지원을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하개발어젠다(DDA) 수출경쟁 분야가 타결돼 그동안 정부가 수출 농가에 지원해 오던 ‘농업 수출 보조금’을 2024년부터 지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 농가에 대한 정부 지원이 ‘딱 1년’ 남았다는 뜻이다. 이미 예고된 수출 보조금 폐지이지만 현장의 반응은 당황스러운 상황이다. 직접 만나본 수출 농가 종사자 분들은 “에이~. 정부와 지자체가 설마 진짜 지원을 안 해 주겠어요? 어떻게든 해주겠죠”라는 의견이고,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지원하지 않기로 약속했으니 내년까지만 지원하는 것이죠. 이미 충분히 예고된 일인데 농가들이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하겠죠”라는 식이다. 이러면 곤란하다. 아직 1년 남았다고 정부와 지자체, 농가가 손 놓고 있으면, 남은 유예기간 1년을 이런 식으로 흘려보낸다면 1년 후 정부와 농가가 극한 상황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다. WTO 협약으로 인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면,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미 경기도 인근의 충남도는 발 빠르게 대처, 자체적으로 ‘비관세장벽 해소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판로 개척 사업에도 앞장서고 있다. 전국 최대 지자체인 경기도 역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남은 시간은 1년뿐이다. 이호준 경제부장

[지지대] 방사능 우려 물품 증가

‘Radioactivity(방사능).’ 1970년대를 풍미했던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 록음악의 제목이다. 독일 출신 밴드인 크래프트 베르크가 불렀다. 체르노빌 원전참사 경고가 메시지다. ▶이 노래의 제목인 방사능은 라듐, 우라늄, 토륨, 폴로늄 등의 원자핵이 붕괴하면서 방사선을 방출할 때 발생한다. 방사선은 외부에서 원자핵에 에너지를 가하거나, 혹은 생성될 때부터 불안정한 상태에서 나온다. ▶방사선은 물질을 이온화시켜 강제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생물의 몸을 방사선이 구석구석 화학적으로 볶아 버린다. 끔찍하다. 인간을 비롯해 여러 동식물은 자연방사능에 피폭되고 있다. DNA 변형도 이뤄진다. 물론 자가수복기능을 통해 어느 정도까지는 예방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급진적이고 장기적인 화학변화가 일어나면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최근 5년 새 방사능 감시기가 설치되지 않은 공항·항만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방사능 검출 우려 물품 규모가 8천t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정문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와 관세청 등으로부터 받은 국정감사 자료가 근거다.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방사능 감시기 미설치 공항·항만을 통해 수입된 방사능 우려 물품은 8천554t으로 집계됐다. 이들 물품은 감시기 미설치 공항·항만 22곳 가운데 5곳(공항 1곳·항만 4곳)을 통해 들어왔다. ▶품목별로는 재활용 고철(3천775t)과 목재(3천740t) 등이 가장 많았고 금속 스크랩(953t), 활석가루(85t) 등의 순이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공항과 항만 39곳 중 항만 15곳과 공항 2곳 등에만 방사능 감시기가 설치됐다는 점이다. 22곳은 사각지대다. ▶관련 당국은 추가적인 방사능 감시기 설치에 소극적이다. 모든 공항·항만에 방사능 감시기를 설치하는 로드맵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제2의 체르노빌 원전참사가 우리 땅에서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나라 밖 문화재

2022년 1월 기준 다른 나라에 있는 우리 문화재는 21만4천208점에 달한다. 식민 지배를 했던 일본이 9만4천341점으로 전체 44.04%를 차지한다. 이어 미국 5만4천185점(25.3%), 독일 1만5천402점(7.19%), 중국 1만3천점(6.07%) 등의 순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밝힌 내용이다. 이들 문화재가 한국을 떠난 사연은 다양하다. 한국을 식민지로 뒀던 일본이나 조선을 침략했던 열강들이 약탈해간 문화재도 있고, 6·25 전쟁 당시 불법 반출된 문화재도 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해 가져간 물건도 있고, 선물로 기증했거나 정상적인 경매 과정을 거쳐 다른 나라로 간 유물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로 환수된 문화재는 많지 않다. 문화재가 국외로 나간 경위가 각양각색인것처럼 환수 경위도 다양하다. 국새 같은 왕실 유물은 접근이 제한된 만큼 국외로 유출됐다면 불법유출인 경우가 많다. 이 때는 상대국과의 수사공조, 정상회담을 통한 반환, 개인 기증 등을 통해 돌아온다. 해외 경매에 올라온 유물을 사들이기도 한다. 중요 유물이라고 판단될 땐, 국고를 사용하기도 하고 민간 지원을 받기도 한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출범한 지 10주년이다. 유물 환수를 위해 여러 나라를 다닌 재단 직원들의 비행거리가 629만㎞에 이른다. 지구를 160바퀴 돌고, 달을 8.2번 오가는 거리다. 그동안 환수한 문화재는 784점(기증 680점, 매입 103점, 영구대여 1점)이다. 이중 널리 알려지지 않은 40여점이 일반에 공개됐다.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이라는 전시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최근 국외소재 문화재의 보존과 복원에 써달라며 재단에 1억원을 기부했다. RM은 지난해에도 1억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에 소장 중인 조선시대 활옷을 보존처리 하는데 보태졌다. 활옷은 이달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미술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있는 RM이 우리 문화재 환수와 보존을 위한 노력에도 한몫하고 있다니 ‘역시 멋지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스토킹 피해자 보호

스토킹(stalking)은 상대방 의사와 관계없이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행위다. 전화·이메일·SNS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상대가 거부 의사를 밝혀도 지속적·반복적으로 계속돼 공포와 불안감을 준다. 이는 단순한 집착과 접근으로 끝나지 않고 신체적 폭력, 성폭력, 납치, 감금, 살인 등 중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 스토킹으로 인한 살인이 여러 건 발생했다. 스토킹 범죄가 심각해지면서 20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됐다. 반복적인 스토킹 범죄는 3년 이하의 징역, 흉기 등을 휴대해 범죄를 저지르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경찰은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응급조치’하고, 재발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100m 내 접근금지를 명령하는 ‘긴급응급조치’와 유치장·구치소 유치가 가능한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서 112신고 건수가 폭증했다. 2020년 4천515건에서 지난해 1만4천509건으로 늘더니 올해 1~7월에만 1만6천571건에 달했다. 처벌을 강화했어도 스토킹 범죄가 늘고 어처구니없는 참극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신당역에서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킹을 해오던 직장 동료에게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올 들어 지난 2월 서울에서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이 스토킹 가해자에게 살해당했고, 6월에도 성남과 안산에서 유사한 스토킹 살인이 벌어졌다. 8월엔 경북 안동시청 여성 공무원이 스토커에게 살해당했다. ‘신당역 역무원 피살 사건’을 계기로 더 적극적인 가해자 접근금지조치와 전자발찌 제도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에 긴급응급조치는 1개월, 잠정조치는 최대 6개월에 불과하다. 긴급응급조치를 위반해도 처벌이 1천만원 이하 과태료로 약하다. 영국은 최소 2년 이상의 ‘보호명령’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우리의 피해자 보호조치는 크게 미흡하다. 가해자 처벌뿐 아니라 스토킹 피해자 보호 법안이 강화돼야 한다. 사건 발생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일 게 아니라 스토킹 범죄로 무고한 목숨을 잃는 피해자가 나오지 않게 전면 손질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중국의 수륙양용기 시험비행

비행기는 일반적으로 육지에 조성된 활주로를 통해 이착륙한다. 그런데 수상·육상 어느 비행장에도 이착륙할 수 있는 비행기가 있다. 수륙양용기(Amphibian)가 그렇다. ▶기본적으로는 수상기(水上機)에 착륙장치를 달았다. 원래 수상기는 기체(機體)에 비해 엔진이 무겁고 형태 면에선 경제성이나 공중성능 등이 우수하진 않다. 이 때문에 일반여객 수송에는 사용되지 않는다. ▶중국이 두 번째 대형 수륙양용기 시험비행을 마쳤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다.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는 최근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에서 자체 개발한 수륙양용기 AG600M의 두 번째 시제품이 22분 동안 첫 번째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종은 중국 당국이 ‘쿤룽(鯤龍)’이라는 암호명으로 개발 중인 수륙양용기 AG600 중 하나다. ▶일각에선 해당 수륙양용기가 대만해협과 국제분쟁 수역인 남중국해 등지에서 군수용품 수송 및 해양 감시용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길이 37m에 날개 폭은 38.8m로 보잉 737과 비슷하다. 터보프롭 엔진 4기를 장착하고 있다. 항속거리가 4천500km이며, 최대 2m 높이의 파도에서도 수상 이착륙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기종이 시험비행을 마치고 실전 배치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수륙양용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쿤룽 프로젝트는 윈(運)-20(Y-20) 대형 수송기, C919 중형 여객기와 더불어 중국의 3대 대형 비행기 개발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달 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후 대만에 대한 무력 시위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이제는 드론까지 동원해 대만을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의 무력 강화는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정치는 민생을 향해야 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 최고의 덕담(?)은 ‘화천대유’였다. 당시 여당의 대선 캠프조차 “오죽하면 국민 사이에 ‘화천대유하세요’라는 한가위 덕담이 오갈 정도”라고 했다. 비판 수위가 낮을 뿐 개탄스러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1천153배의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누군들 상상할 수 있을까. 올해도 추석 민심의 중심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있다. 검찰은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 백현동 사업 관련 허위 사실 유포 혐의다. 경찰도 ‘성남FC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예상됐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야당 탄압. 짐승 같은 정권”이라며 거세게 반발한다. 검찰의 추가 기소 가능성에 이 대표는 “내가 잘못한 게 또 있답니까”라며 표적수사, 망신주기 수사로 깎아내렸다. 웃는 얼굴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여유를 보인다. 하지만, 국민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추석 연휴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검찰수사가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돌이켜보면 이 대표는 이 상황을 예측한 것 같다. 지난 대선에서 그는 즉석연설로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지면 없는 죄 만들어서 감옥갈 것 같습니다(有權無罪 無權有罪)”. 그의 말대로 검찰 공화국의 공포가 실현되는 것인가? 이 대표는 검경의 모든 의혹에 대해 “나와 무관하다. 떳떳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당 대표 직함을 앞세워 울 것이 아니라 떳떳하게 수사 받으면 된다. ‘사법행위=정치탄압’의 프레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역대 대통령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참담할지라도 엄중히 받아들였다. 이 대표는 자신의 복심인 최측근 인사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내정했다. 이로써 취임 17일 만에 민주당 지도부와 대표실 인선이 마무리돼 ‘이재명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앞으로의 정국에 국민은 있을까? ‘전쟁입니다’라는 한 보좌관의 문자가 오버랩(overlap)되는 것 또한 기우였으면 한다. 김창학 정치부 국장

[지지대] 에미상 받은 ‘오징어 게임’

연속극은 공중파 TV가 주된 유통 경로였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래서 해외 드라마는 마니아들이나 찾아보는 비주류였다. ‘미드’로 불리는 연속극들 얘기였다. ▶해외 드라마를 보려면 유료방송 채널에 가입하거나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내려받아 봐야 했다. 만국 공용어로 통하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된 드라마를 자막으로 시청해야 한다는 것도 한국 드라마에는 높은 장벽이었다. 게다가 자막조차 제공되지 않거나 전문가가 아닌 해당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체 제작해 덧입히는 경우도 흔했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이후에 다급하게 자막 작업을 하다 보니 번역 오류도 많고, 자막이 제공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작품을 시청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만 관심을 받았다. 인기는 주로 한류스타에 대한 팬덤이 있는 일본이나 베트남, 태국 등지에 한정됐다. ▶그런데 이런 편견을 깨는 ‘사건’이 발생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에미상 수상이 그렇다. 2년 전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누린 영광이 재현됐다. 13일(현지 시간 12일) 열린 제74회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오징어 게임’은 6관왕에 올랐다. ‘기생충’이 뛰어넘었던 ‘1인치(자막의) 장벽’을 또 넘었다.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이정재) 등도 받았다.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시상식인 에미상에서 비(非)영어권 드라마가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트로피를 차지했다. 2020년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쥐며 92년 오스카 역사를 새로 썼듯 ‘오징어 게임’도 미국 방송계 시상식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국제영화제인 아카데미와 달리 에미상은 미국 TV 프로그램이 중심이었다. 이 때문에 ‘오징어 게임’의 수상은 이례적이다. 한국 방송 시상식에서 미국 드라마가 한국 드라마들과 경쟁해 당당히 수상한 셈이다. 영어권 드라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데는 팬데믹을 거치며 해외 작품을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명절과 전

한 집안의 며느리인 친구는 명절을 싫어한다. 특히 전(煎) 부치는 게 지겹고 힘들단다. 어느 해부터인가, 친구는 시장에서 전을 사갔다. 시어머니는 예쁘게 부쳐진 전을 보고는 “시장에서 사온거지?”라며 못마땅해했다. 조상님께 올리는 차례상에 정성을 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친구는 다음 명절에도 전을 사갔다. 이번엔 반듯하지 않은 못생긴 전으로. 시어머니는 직접 부쳐 온줄 알고 흡족해했다. 명절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여행지에서 차례를 지내는 가족도 있고, 온라인으로 음식을 배달받아 간소하게 지내는 가족도 있다. 반면 아직도 기름 냄새 풍기며 전을 부치고 격식을 갖춰 차례상을 차리는 집안도 있다. 며느리들은 여전히 힘들고, 명절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요즘은 남자들이 전을 부치는 경우가 많다. 성균관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차례상에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반드시 올릴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런 음식을 써 제사 지내는 게 예가 아니라는 기록이 사계 김장생 선생의 ‘사계전서’ 제41권 의례문해에 나온다 했다. 또한 그간 차례상 차리는 예법처럼 여겨왔던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조율이시(棗栗梨枾·대추·밤·배·감)’는 예법 관련 옛 문헌에 없는 표현으로, 음식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고 했다. 조상의 위치나 관계 등을 적은 지방(紙榜) 외에 사진을 두고 제사를 지내도 된다고도 했다.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표준안에 따르면 추석 차례상의 기본 음식은 송편, 나물, 구이(적·炙), 김치, 과일, 술 등 6가지다. 더 올린다면 육류, 생선, 떡을 놓을 수 있다. 이렇게 상차림을 하는 것도 가족이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명절만 되면 ‘명절증후군’과 ‘남녀차별’이라는 용어가 난무했다. 성균관이 진작 이런 발표를 했더라면 명절 스트레스도 줄이고 명절 이혼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성균관의 발표에도, 내 친구는 이번 추석에도 전을 사갔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성공의 열쇠는 ‘멘털’

스포츠는 참 오묘하다. 환경과 지도자에 따라 좋은 기량의 선수가 부진에 빠지기도 하고, 다소 기량이 뒤떨어진 선수가 좋은 선수로 성장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타고난 신체조건과 운동 능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선천적인 소질의 유무를 떠나 노력없이 성공한 선수는 없다. ‘피겨 여왕’ 김연아는 수천번의 점프와 좌절을 딛고 ‘필살기’인 트리플 악셀(공중 3회전 반)을 완성시켜 한국 피겨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일궜다. ‘월드 스타’ 손흥민은 오른발잡이지만 지금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어려서부터 하루 수천개씩 양발 슈팅을 통해 단련한 결과다. ▶프로선수는 자신의 재능이나 기술을 바탕으로 활약하는 직업선수다. 최근에는 아마추어에도 거액의 계약금과 연봉을 받는 세미 프로화된 선수가 많다. 아마추어 선수들의 세미 프로화 경향은 이제 ‘운동 하나만 잘해도 평생을 먹고살 수 있다’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1960~80년대 배고파서 운동을 한 ‘헝그리 세대’들과는 달리 요즘에는 배고파서 운동을 시작한 선수는 거의 없다. 오히려 돈 없으면 운동도 못하는 세상이 됐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일선 지도자들은 요즘 선수들의 정신력에 대해 지적한다. 고른 영양 공급을 받고 신체 조건은 서양 선수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했음에도, 멘털은 오히려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취재 현장에서 보면 체력적으로나 그동안의 과정을 볼때 분명 성공 가능성이 높은 선수가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처절한 생존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악조건을 딛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성공한 선수들도 많다. ▶운동선수에게 있어 좋은 여건에서 지도력이 뛰어난 지도자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환경과 지도자는 조력자일 뿐이다. 성공의 열쇠를 쥔 사람은 선수 자신이고, 열쇠란 바로 멘털임을 전문 선수라면 깨쳐야 한다. 프로정신 없이 성공은 요원하다는 것은 우리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황선학 문화체육부 부국장

[지지대] 중국의 한국어 사용금지

중국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다. 북한 국호(國號) 에 들어간 ‘인민’이란 단어 탓에 국내에선 여간해선 잘 쓰지 않는다. 역대급 기피증이 어디 이 단어뿐이겠는가. ▶‘인민’이란 낱말은 분단 이전까지만 해도 스스럼 없이 통용됐었다. ‘동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였다. ‘벗’과 함께 토속어였다. 그런데 북한정권이 호칭으로 사용한 뒤 금지어가 됐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전유물이 된 지도 70년이 넘었다, ‘인민’과 ‘동무’를 자유롭게 쓰는 나라들의 맹주국이 중국이다. ▶사회주의 이념의 근간은 평등이다. 그래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할 때 마오쩌둥(毛澤東)은 “민족 구분 없이 모든 ‘인민’이 사회주의의 이념 아래 평등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는 소수민족의 언어 존중도 국가정책으로 약속했었다. 이념상으로는 얼마나 근사한 정강(政綱)인가. 무릇 정강은 정부 또는 정당 같은 정치 집단이 내세운 정책의 큰 줄기다. ▶그런데 건국 초기부터 인종차별에 버금가는 반전이 일어났다. 그해 겨울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신분증을 만들면서 민족 표기를 의무화했다. 지금도 중국인들의 신분증 오른쪽 맨 윗부분에는 민족 표기란이 있다. 중국 동포들의 경우 ‘차오셴쭈(朝鮮族)’의 두 번째 음절인 ‘선(鮮)’자가 선명하다. 그런 중국이 서방국가들의 인종차별을 규탄하고 있다. 아이러니의 극치다. ▶중국이 또 모순투성이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옌볜( 延邊) 조선족자치주가 중국어를 우선으로 삼는 문자표기규정인 ‘조선 언어문자 공작조례 실시세칙’을 공포,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해당 세칙은 국가 기관, 기업, 사회단체, 자영업자들이 문자를 표기할 때 중국어와 한글을 병기하도록 명시했다. ▶중국의 이 같은 정책기조는 새삼스럽지 않다. 앞서 2019년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겪고, 독립노선을 강화하는 대만과의 갈등이 고조하자 소수민족 거주지역 수업을 중국어로 통일하도록 했다. 교과서도 단계적으로 국가 통일편찬 서적으로 교체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최근 “민족 분열의 독소를 숙청해야 한다”며 소수민족의 언어 사용을 금지했다. 앞으로 중국에서 한글과 한국어 등을 보지 못하거나 듣지 못할 수도 있다. 추석을 앞두고 중국을 똑바로 응시해야 하는 명쾌한 까닭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지지대] 진화된 n번방

2년 전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n번방’ 사건은 끔찍했다. ‘n번방’의 주범 조주빈은 아동·청소년을 협박해 만든 성착취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유포하고 돈을 챙겼다. 악랄한 범죄의 대가로 그는 징역 42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조주빈은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최근 ‘제2의 n번방’으로 불리는 성 착취물 유포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 ‘엘’은 자신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이라고 사칭하며 피해자에게 접근, 대화방으로 유인해 성 착취물을 요구했다. ‘엘’이 이렇게 만든 영상은 350여개에 이른다. 확인된 피해자 6명은 모두 미성년자였다. n번방 유사 사건의 범행은 더 대담하고 교묘해졌다. 착취물을 제작하는 범죄자들은 여성이나 신뢰할만하고 친밀한 느낌을 주는 이를 사칭해 아동·청소년들에게 접근했다. 경찰·검사 등 수사기관 직원뿐만 아니라 쇼핑몰 최고경영자, 모델, 유학생 등 사칭 대상도 다양했다. 국회는 2020년 n번방 사건을 근절하겠다며 ‘n번방 방지법’을 통과시켰다. 인터넷 사업자가 불법 촬영물을 확인 즉시 삭제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문제는 범행 창구가 된 텔레그램 대화방은 익명 채팅방이 아닌 ‘사적 대화방’으로 분류돼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텔레그램은 해외 서버에 기반을 둬 수사 협조를 받기도 어렵다. ‘n번방’이나 ‘박사방’ 등의 성 착취물 유통 창구 역할을 한 텔레그램을 제재하지 못하는 문제는 법 시행 초기부터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n번방 방지법’으로 텔레그램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진단했다. 성 착취물 범죄의 온상이 된 텔레그램에 대한 근본 대응책이 필요하다. 경찰의 수사기법 보완과 강화로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온라인 수색’ 도입 등 다각도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BTS 병역특례

조선시대 국방의 의무는 16~60세 남성들이 짊어졌다. 왕의 평균수명이 47세였고, 일반 백성도 60세를 넘기면 잔치를 벌였으니 평생 병역의무를 져야 했다. 그때에도 군역과 관련된 각종 논란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군역 관련 기록이 4천건이 넘는다. 백성들은 각종 편법과 불법으로 군역을 면제 받으려 했다. 스님이 되면 면제 받을 수 있어 1483년 전국의 승려가 4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학교에 다녀도 면제돼 성균관도 비리의 온상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병역 문제는 매우 민감하다. 헌법에 국방의 의무가 명시돼 있지만 군대에 안 가는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다. 유명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중에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이 많아,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만 군대 가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컸다. 군대 다녀와야 사람된다는 이도 있지만, 상당수는 안 갈 수 있으면 안 가는게 좋다고 말한다. 20대 남성에게 군대 문제는 큰 스트레스다. 최근 BTS(방탄소년단)의 군 입대를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병역법에 따르면 국위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는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다. 축구선수 손흥민은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이유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국제 쇼팽 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해 군대에 가지 않았다. 하지만 BTS는 군대에 가야 할 상황이다. 대중문화예술 분야는 병역특례 대상이 아니다. 국가에서 훈·포장을 받아도 병역 연기에 그쳐 형평성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쇼팽 콩쿠르 1위는 국위 선양이고, 빌보드 차트 1위는 국위 선양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BTS가 병역 특례를 받으려면 병역법 시행령에 대중문화를 추가해야 한다. BTS가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쌓아 올린 위상과 국가 명예를 높인 점을 감안해 특례를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국방부가 ‘국민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 하겠다’는 식으로 발표했다. 병역의무를 여론조사로 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필요하면 신중한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병역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지지대] 새 지방 정부와 ‘협치’

우리는 올해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등 치열한 선거를 두 번 치러냈다. 선거 과정에서는 서로 상대방을 검증 등의 이유로 비판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어쨌건, 결국 승자와 패자는 나뉘었다. 그로부터 벌써 대통령 선거는 6개월, 그리고 지방선거는 3개월이 지났다. 당선자들은 취임한 뒤, 자신의 정치적 철학을 펼치고 시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조직 안팎에 속속 인사를 하고 있다. ‘인사가 만사다(人事萬事)’라는 말이 있듯, 이들은 신중한 인사를 단행하며 지속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달 마지막 날 인천지역의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거대한 숙제를 내놓으면서 민선 8기의 큰 첫발을 내딛기도 했다. 10명의 군수·구청장들도 자신만의 색깔을 담은 정책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지방정부의 출발점으로 볼 수 있는 지금, 이 같은 숙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협치’다. 협치는 쉽게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의와 공감대 조성을 먼저 하겠다는 것이다. 또는 사전적 의미로 지역사회에서 국제사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공공 조직의 업무를 관리하기 위해 정치·경제·행정적 권한을 행사하는 국정 관리 체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선거 과정에서 모든 정치인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은 바로 ‘시민을 위해’이다. 자신을 위하지 않고 시민을 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시민을 위해 협치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지금 모습을 드러내는 정책은 협치를 통해 점점 나은 방향으로 보완 등이 이뤄진다면, 진정 시민을 위한 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협치와 함께 새출발을 하는 지방정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이민우 인천본사 정치부장

[지지대] 라디오의 부활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습니다(Video killed the radio star)”. 영국 뉴웨이브 밴드 버글스의 ‘Video kill the Radio Star’ 노랫말이다. 발표한 연도가 1979년이니 벌써 43년이 지났다. ▶오디오시대의 종말이 메시지였다. 실제로 이듬해부터 국내에도 컬러 TV가 보급되면서 라디오는 쇠락의 길을 걸어갔다. 신문 기사보다는 TV 뉴스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르면서 또 다른 변화가 일고 있다. 스마트폰이 TV를 갈아 치우고 있어서다. 주말의 거실 모습이 이를 입증해준다. 기성세대는 고집스럽게도 거실에서 TV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 MZ세대는 스마트폰으로 관심 있는 콘텐츠들을 즐긴다. TV 화면을 바라보는 기성세대가 답답해보일 정도다. ▶최근 스마트폰을 일상생활의 필수품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70%를 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전국 4천236가구의 만 13세 이상 남녀 6천834명을 방문해 면접 조사한 결과다. 스마트폰을 일상생활 필수매체로 선택한 응답자는 70.3%였다. 2016년 조사 결과(55.5%)에 비해 14.8%포인트 늘었다. 반면 TV를 필수매체로 선택한 응답자는 27.1%에 그쳤다. 2016년에 비해 11.5%포인트 줄었다. ▶연령별로는 10대 중 TV를 필수매체로 선택한 비율은 0.1%에 불과했고, 20대와 30대 등 각각 4.5%와, 9.2% 등으로 10%를 밑돌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10대는 96.9%였다. 20대와 30대도 각각 92.2%, 85.1%로 집계됐다. 40대와 50대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각각 84.3%, 70.4%로 나타났다. TV 선호(12.6%, 29.1%)를 압도했다. ▶그랬던 라디오가 역주행하고 있다. TV에 자리를 내줬던 라디오가 다시 아날로그 감성으로 되살아 나고 있어서다. 반세기 전 초라했던 모습이 아니라 당당하게 말이다. 문명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그 주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스마트폰이 또 어떤 기기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다. 그때쯤이면 TV도 늠름하게 부활하지 않을까. 라디오처럼 말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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