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천일… 단원고 학생·교원들과 동고동락한 김은지 스쿨닥터
“이젠 상처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
안산 단원고등학교에서 생존 학생과 교원을 상대로 심리 치료를 담당했던 김은지 소아정신과 전문의 박사(39·여)는 아직도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목이 메인다.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이들과 1천일에 가까운 시간 동안 동고동락했던 기억이 그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3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그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들어주고 상처를 보듬어 주었다”면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세월호 참사 직후 안산 단원고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는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지난 2014년 4월18일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안산 단원고를 처음 찾은 김 박사는 처음 보는 광경에 탄식을 금치 못했다. 교실마다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오열하는 학생, ‘언니, 누나들 보고 싶어. 제발 돌아와’라는 피켓을 학교 곳곳에 붙이는 학생까지.
학생들의 얼굴은 눈물 자국이 선명했고, 지친 표정이 역력했다. 이 모습을 보고 그는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 김 박사는 “당시 한 학생이 ‘후배들은 차가운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데 이 정도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한마디에 말을 잇지 못했다”면서 “믿기 어려운 현실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 날”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단원고에서 교실을 돌면서 학생들을 위로했다. 이후 같은해 7월 스쿨닥터로 채용, 더욱 본격적으로 학생들과 교감을 나눴다. 새벽에도 학생들에게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에 잠을 잊은 채 그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를 찾은 대부분 학생들은 보고 싶은 친구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주변의 소소한 이야기를 말했다. 와중에 눈물을 쏟아낸 학생도 부지기수다.
특히 그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단원고 교감 선생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이라고 회상했다. 교감 선생님의 안타까운 소식이 날아든 날 단원고의 어두운 분위기는 더욱 침울해졌는데, 김 박사는 이같은 분위기에 휩쓸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또 다른 이가 나올까 노심초사했다. 이에 빈 교실을 잠그고, 수시로 학생들을 들여다보는 등 하루하루가 외줄타기 하듯 불안했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의 곁을 지켰다. 이제는 대학생이 된 아이들을 지켜보며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와 같은 일이 나타나지 않도록 옆에서 도와줄 뿐이다. 김 박사는 “외부로부터 학교와 아이들을 지켜야 했던 시간, 단원고 존치교실로 또다시 상처받은 시간까지…
그들이 상처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이제는 우리 사회가 생존 학생과 교사 등 세월호로 상처받았을 이들에게 ‘너희 잘못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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