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내면 속 정처없이 표류하는 의식을 시각화하다…넌지 개인전 <수면 위로 떠올린>

▲ New Learn

안내 섬광, 혹은 광시증이라 불리는 용어는 다소 낯설지만 우리 모두 일상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증상이다. 눈을 감았을 때 어둠 속에서 보이는 빛의 잔상, 전기 자극으로 누군가에게는 뿌옇게 낀 안개처럼, 또 누군가에게는 소금이나 밀가루처럼 하얗고 작은 입자가 공중 속에 떠도는 광경이 연출된다. 한때 심리학자들은 이 같은 현상이 빛의 잔상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이 무의식으로 전환되는 과정 속에서 무의식적 요소가 시각적으로 표현된 것이라 주장했다.

이 같은 무의식적 요소의 시각화를 고찰하고 작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드러낸 <수면 위로 떠올린> 展이 오는 27일부터 예술공간 봄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넌지(이지영) 작가의 첫 개인전으로 그가 뇌전증을 겪으며 느꼈던 고통을 치유하는 과정 속에서 갖게 된 인간의 뇌파 및 전기신호와 연관된 관심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그는 전시에 앞서 “나에게 있어 수면(水面)과 수면(睡眠)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지난 날의 부끄러움,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어우러져 잠들지 못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을 풀며 호흡할 때 고요한 바닷가로 빠져드는 느낌과 함께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 Revolution
▲ Revolution

아울러 작가는 우리 일상 속 무언가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어느 계기를 기점으로 모습을 드러낼 때 ‘수면 위로 떠오른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자기 내면세계 속 생각의 바다에 있는 부끄러움, 노여움, 분노, 기쁨, 환희, 추억 등 다양한 감정을 떠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작품은 자기자신의 내면세계 속 바다에서 정처 없이 표류하는 이미지를 능동적으로 떠올려 건져낸 결과물을 보여준다.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과정에서 차가운 영하의 온도를 지나, 크고 작은 물고기와 고래들을 스치며 수면 위로 조심스레 꺼내 올린 이미지 조각들. 이는 파도의 물결을 타고 눈으로 볼 수 있는 화면으로 구상됐다. 주 소재는 전구와 네온이며 이들은 생명력에 빗대어 표현돼 인생의 양면성인 찬란함과 유한함을 한 군데에 담아냈다.

대표적으로 아크릴 작품 ‘고요한 방’은 심해 혹은 어두운 방을 연상케 하는 배경에 거울 하나와 전구를 늘어뜨려놔 많은 걸 생각하게 한다. 또, 신경 세포인 뉴런(Neuron)과 의도적으로 같은 발음으로 만든 작품 ‘New Learn’은 각 전구들이 촘촘이 연결돼 신경을 연상케 했다. 반면 유화 작품인 ‘Sleep Well’과 ‘Revolution’ 등은 배경은 어둡지만 밝은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는 문구와 색채로 우리 무의식 속 밝은 요소들을 조명했다.

예술공간 봄 관계자는 “우리 모두 자기자신의 무의식에 관심이 크지만 이를 잘 모르면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번 전시는 무의식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끔 시각화한 전시인만큼 관객들이 저마다 메시지를 하나씩 전달받고 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Sleep Well
▲ Sleep Well

권오탁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