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나들목…삼국시대 이래 분쟁 역사의 현장
파주는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자, 파산학(坡山學)의 근거지다. 선사시대 이래 수많은 역사의 현장에서 파주는 늘 요충지였다. 임진강변을 따라 펼쳐진 천혜의 자연환경은 선사시대 인류가 생활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임진강 연안에선 그래서 숱한 고인돌과 집터가 발견됐다. 말 그대로 임진강변은 선사시대 야외박물관이나 다름없다.
고대국가 시기 파주 땅은 삼국의 각축장이었다. 영토 확장을 위한 국가간의 분쟁현장에서 파주는 최일선 전장터였다. ‘삼국사기’에 나타난 파주지역의 전투기록은 그 분량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특히, 적성 칠중성(七重城) 전투는 우리나라 산성전투기록으로는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치열했던 삼국간의 영토분쟁, 그 피비린내 나는 전장(戰場)의 흔적들 역시 임진강변을 따라 오늘날까지 오롯이 남아 있다. 지금도 칠중성에 오르면 당시의 말발굽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파주는 인문ㆍ지리적 요충지면서 중요한 교통로로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 나는 나들목이었다. 고려시대 파주는 그야말로 교통의 요지였다. 수도인 송도(松都)에서 남행(南行)하는 유일한 교통로로 파주가 이용됐다. 그 길은 지금도 여전히 원형의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광탄면 용미리에서 고양시 고양동으로 넘는 길에 혜음령이 있다. 이곳에는 고려 예종때 건립된 국립 숙박시설인 혜음원(惠蔭院)이 있다. 최근 김부식의 ‘혜음원신창기(惠蔭院新創記)’를 토대로 그 베일이 벗겨진 혜음원의 규모는 가히 놀랄만하다. 남한 최대의 고려 건축유적이다.
한양을 수도로 한 조선시대에도 파주는 여전히 수도의 배후지였다. 파주를 관통하는 국도1호 의주로를 통해 수많은 외국 사신과 정치가, 학자, 문인 등이 드나들었다. 사신들의 연행노정(燕行路程:중국 북경을 오고 가는 노정)을 기록한 각종 연행록(燕行錄)은 파주를 거쳐간 수많은 사람들의 행로를 자세히 적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파주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그것을 시(詩)로 남겼다. 호곡 남용익은 래소정(來蘇亭)에 올라 임진강의 아름다운 8경을 시로 남겼다.
파주를 흔히 문향(文鄕)이라고 부른다. 그 역사적 배경에는 파산학이 있었다. 조선시대 파주는 파산학(坡山學)의 근거지며 태동지였다. 파산학은 파주를 근거지로 한 독자적인 학풍으로 걸출한 학자들을 배출했다. 휴암 백인걸과 청송 성수침을 조종(祖宗)으로 한 파산학파는 율곡 이이, 우계 성혼, 구봉 송익필, 사계 김장생 등으로 그 맥을 이었다.
근대 일제강점기 대대적인 만세운동이 파주에서 일어났다. 1919년 3월29일 봉일천 공릉장날을 기해 파주 전역에서 모여든 3천여명이 독립만세를 외쳤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고 옥고를 치렀다.
현대사의 가장 큰 비극 6·25전쟁은 파주를 분단의 끝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지금 파주는 분단의 끝에서 통일로 가는 출발지가 됐다. 변화와 격동의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 대표도시로 우뚝 선 파주.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향해 가는 파주의 행보가 천천히 시작되고 있다.
/이윤희 파주시 문화예술진흥위원회 전문위원
>>> 임진강 내려다 보이는 화석정
아름다운 임진강 풍광 읊은 율곡의 시 편액으로 남아
임진적벽이 수직단애를 이루고 옛날 남북을 오고 가던 사람들에게 뱃길을 열었던 임진나루. 나루 동쪽 기슭 언덕에는 임진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율곡 선생의 화석정이 고즈넉이 가을 햇살을 받고 있다.
林亭秋已滿 騷客意無窮
숲속 정자에 이미 가을이 깊으니 시인의 생각이 끝이 없어라
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
먼 물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서리맞은 단풍은 햇빛받아 붉구나
山吐孤輪月 江含萬里風
산은 외로운 달을 토해내고 강은 만리 바람을 머금는다
塞鴻何處去 聲斷暮雲中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저녁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소리
율곡 선생은 8세 때 화석정에 올라 임진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했었다.
화석정 뒤로는 율곡리라는 마을이 있다. 율곡 선생의 호가 유래된 유서깊은 곳이다.
율곡리에는 왜 이처럼 밤나무들이 많을까?
그 사연을 우리는 지금까지 전해지는 ‘나도밤나무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다. 어린 율곡을 살리기 위해 심었던 1천그루의 밤나무.
그러나 결국 모자란 한그루의 밤나무를 대신해 준 나도밤나무의 절묘한 도움.
율곡리 밤나무골에 가을이 깊어 간다.
화석정 길목에는 어린 나도밤나무 한 그루가 매일매일 자라고 있다.
>>>인터뷰/유 화 선 파주시장
“역사·문화유산의 보고 체험관광 테마별 개발”
“파주는 선사시대로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수많은 역사의 발자취들과 흔적들이 곳곳에 산재한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화선 파주시장은 “파주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문화자원의 종합적 활용방안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유적지 정비를 통해 역사문화자원의 관광자원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시장은 또한 “임진강 유역의 다양한 역사 문화자원들을 활용하기 위해 시대·테마별로 다양성을 갖춘 임진강 유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임진강의 자연생태와 환경 등을 접목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유 시장은 이어 “율곡 선생을 경기도를 대표하는 선현으로 율곡 선생의 명망에 어긋남이 없는 문화교육 유적지로 정비하겠다”고 말했다./파주=고기석기자 kok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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