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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장에 가다> “산세 좋지, 물 맑지~ 가평 봄나물은 차원이 달라”

“영감이랑 달랑 둘이 사는 집에 있으면 뭐해. 5일에 한번씩은 장에 와서 나물도 팔고 수다도 떨고 사람냄새에 취하는 게 낙이야.” 씀바귀, 참나물, 머위, 생취나물 등 봄나물을 좌판에 깔고 옆의 동료에게 한참 수다를 떨고 있던 이계옥 할머니(70)는 인근 명지산 등에서 딴 나물을 판 돈으로 생선과 고기 등을 사서 저녁상에 올릴 거란다.

이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전문 장꾼은 아니지만 집에서 농약을 안치고 키운 봄나물과 산에서 직접 딴 산나물을 가져와 좌판을 펼치고 있는 아주머니 부대는 어림잡아 30여명.

이들은 가평장이 펼쳐지는 인근에서 농사를 지으며, 5일에 한번씩 장이 열릴 때마다 나물 등을 팔아 용돈을 벌거나 생선 등 먹을거리를 되사가고 있다.

좌판을 깔고 있는 아주머니들은 나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손님의 질문에 너 나 할것 없이 나물 소개에 여념이 없었다.

한 아주머니는 “산세 좋지, 물 맑지, 그런 곳에서 직접 딴 봄나물들은 차원이 달라. 암 비교가 안되지”라며 자신이 파는 나물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뽐냈다.

가평장은 말 그대로 물물교환까지 이뤄지는 시골장 특유의 분위기가 흠뻑 묻어난다.

5·10일장인 가평장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탓에 산천 곳곳에 떨어져 사는 주민들이 5일마다 한 번씩 이 곳을 찾아 인근에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가평장에서는 장이 열릴 때마다 인근에서 오는 아마추어 장꾼들 30여명과 장이 서는 날이 다른 인근 장터를 누비던 전문장꾼들이 함께 어울리고 있다.

‘장에서 살고 장에서 죽는다’는 신념(?)으로 강원도 춘천까지 넘나드는 전문장꾼들 수십여명은 가평장에 5일에 한번씩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양상춘 가평장 상인연합회장은 “춘천장을 포함한 인근 장들을 돌아다니며 생계를 이어가는 회원이 80여명에 달한다”며 “가평장은 인근의 장 중 가장 큰만큼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1·6장인 설악장, 2·7장인 청평장, 3·8장인 마석장, 4·9장인 강원도 춘천장, 5·10장인 가평장까지 1년 내내 뻥튀기 차량과 함께 시장을 누빈다는 전문 장꾼 이동근씨(52)도 손님맞이에 여념이 없다.

이씨는 “특별히 비나 눈이 많이 오지 않는 한 두달에 한번 오는 31일만 공식적으로 쉰다”며 “요즘 경기가 좋지 않은 탓인지 뻥튀기 매출도 많이 줄어들었지만 이중 가평장은 장사가 가장 잘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평장 끝자락에는 화창한 봄바람과 함께 살랑거리는 트로트 메들리가 퍼지며 시골장 특유의 흥겨움을 더했다.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카세트테이프를 리어카에 싣고 팔고 있는 김승철씨(58)는 15년째 가평장과 마석장 등을 돌아다니고 있는 전문 장꾼이다.

김씨는 “예전에는 수십개씩 팔며 생계를 이어가는데 지장이 없었지만 3~4년전부터 내비게이션인가 뭔가가 나오고 나서 10개도 채 못판다”며 “‘배운게 도둑질’이라 계속 장터를 돌아다니지만 세월의 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탄식했다.

이러한 가평장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가평군이 가평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가평5일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

기존에 장이 서는 가평읍 읍내리 405일원 3천320㎡의 면적에 26억2천900만원을 들여 기존의 상설시장에는 철근콘크리트 라멘구조를, 5일시장에는 철골구조(지붕-막구조) 등으로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다.

391㎡의 야외공연장도 마련해 가평주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할 예정이다.

오는 8월까지 공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목표아래 지난해 말부터 사업에 착수해 공사가 한창이다.

또한 군과 상인연합회 측은 협의를 통해 장꾼들의 자리 배치문제 등 현대화된 시장의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가평장은 인근에 남이섬과 자라목 등 유명 관광지가 많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가평장까지 찾는다는 점에 착안, 관광단지 조성과 함께 관광일정에 가평장을 포함해 외지인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이와 함께 기존에 장이 서면 장을 찾는 사람들이 주차할 공간이 부족해 주변 도로까지 막아서는 불편을 없애기 위해 주차공간도 마련할 방침이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20여대의 주차공간만 확보한 상태여서 다른 대책이 없다면 주차문제는 풀지 못할 숙제로 남겨질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경춘전철복선화를 통해 서울과 인근 지역이 1시간 내에 다닐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가평을 찾을 것”이라며 “보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해 현대화로 거듭난 가평장이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관기자 mk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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