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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점자표기’ 대부분 외면 시각장애인들 오용사고 노출

약사법 시행규칙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의약품 점자표기’를 권장하고 있으나 제약회사들이 의무규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외면, 시각장애인들이 의약품 오용사고에 노출되고 있다.

21일 식약청과 한국장애인협회 등에 따르면 2002년 이후 개정된 약사법 시행규칙(75조 의약품 표시 및 기재사항)은 제약회사가 의약품의 명칭·제조업자의 상호 등을 표기할때 시각장애인들의 식별을 돕기위해 점자를 병행해 표기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점자표기 제품을 생산할 경우 20~40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제약협회관계자는 “2002년 의약품점자표기가 약사법시행규칙에 추가됐지만 강제성 없는 권고사항에 불과해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현재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약사법시행규칙을 받아들여 점자표기를 할 제약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로 현재 유통중인 수천여개의 의약품 중 점자표기가 된 제품은 ‘아로나민 골드(일동제약)’, ‘후시딘(동화약품)’, ‘포비론점안액(태준제약)’ 등 6~7개 품목에 불과하다.

시각장애인 K씨(53)는 “몸에 열이 나서 고생할 때 소화제를 해열제로 알고 잘못 복용한 적이 있었다”며 “20~30원의 단가가 더 든다는 이유로 점자표시를 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들의 정보접근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위배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시각장애인협회 경기지부 김용만 상임이사(46·시각장애인)도 “독일과 이탈리아 등은 시각장애인의 의약품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의약품 점자표시를 법적으로 의무화했다”며 “시각장애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의약품만이라도 점자표기를 의무화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정부도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지만 점자표기 의무화가 자칫 제약회사에 대한 규제로 작용할수 있어 수년째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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