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국어는 배울 필요 없는가?

지난 10일 한국교육개발원의 ‘2010 교육통계연보’에 실린 전국 일반계 고교의 제 2외국어 교육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제 2외국어를 배운 고교생은 전년도보다 12만여명(16.8%)이나 줄어든 59만6천44명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과목 분류 중 ‘일반선택’과 ‘심화선택’ 구분을 없애는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이 2009년 발표되면서 제 2외국어 대신 다른 과목의 심화선택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 2외국어를 공부하는 학생이 줄어드는 것은 여러 가지 면으로 볼 때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세계화를 영어화로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영어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데 무슨 제 2외국어냐’하고 제 2외국어 무용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어려운가 쉬운가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럼 제 2외국어가 어떤 점에서 필요할까?

 

영어만 의존하면 경쟁력 떨어져

 

첫째는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유용성이다. 요즘 웬만한 국제 교역은 영어만으로 다 이뤄질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때 영어는 1차적 관계만을 터주고 유지해 주는 수단일 뿐이어서 서로 외국어인 영어로 거래를 해봐야 가격과 수량 결정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영어보다는 그 나라 말을 써야 한다. 이런 점에서 영어에만 의존해서는 ‘경쟁력’을 상실하고 만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먼저 공략해야 한다는 것쯤은 이제 다들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전 세계어를 다 배워야 되느냐? 물론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하듯이 전 세계에서 영어 다음으로 통용되는 분야와 지역이 넓은 주요 언어를 배워야 한다. 특히 세계는 점점 블럭화해 가고 있다. 21세기는 지역 분권적인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견이다. EU, 독립국연합, 북미권, 남미권 등으로 말이다. 제 2외국어란 이 같은 지역권의 통용어로서,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러시아어, 아랍어, 중국어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는 정보취득력이다. 세계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으며 외국과의 접촉과 교류가 인터넷, 위성 TV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때 외국어 능력은 곧바로 정보 취득 능력이 된다. 또 선진국인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등으로의 유학은 계속될 것이므로 이를 위해서는 제 2외국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나라들이 왜 선진국일까? 유럽에 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2개국어나 3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의 정보 취득 능력이 생전 서툰 영어 밖에 모르는 우리의 정보 취득 능력과 비교가 되겠는가?

 

세 번째는 문화적인 균형이다. 언어는 문화교류의 최첨단적 수단이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문화를 배운다는 것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영어 교육만을 강조함으로써 영미의 문화를 편식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가 어차피 고립해서 살 수 없다면, 그리하여 외국과의 교류를 하며 우리의 정체성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면 제 2외국어 교육을 통해 문화 교류 창구를 다원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을까.

 

다양한 문화교류의 디딤돌 역할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을 어릴 때부터 세계시민인 동시에 주체적 한국인으로 양성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 문화와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이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새롭고 발전된 안목을 길러줘야 할 것이고, 제 2외국어 교육은 다양한 언어와 문화와의 올바른 방식의 만남에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이다.

 

언어구사능력의 배양은 장기간의 시간을 요하는 일이다. 나중에 필요하게 될 때 시작하면 늦는 것이다. 따라서 제 2외국어의 학습자가 더 이상 줄지 않도록, 그리고 학습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박만규 아주대 불어불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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