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총소리·‘펑’ 폭발음 뒤 장병들 피흘리며 뛰쳐 나와
“부대와 가까운 마을서 불미스러운 일 발생… 불안” 호소
해병대 해안초소가 위치한 강화군 길상면 선두4리는 4일 오전 11시50분께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주민들은 이날 오전 발생한 해병대 총기 난사사고로 또 다시 북한의 도발이 시작된 것으로 우려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만 했다.
총기 난사사고가 발생한 부대 생활관에서 주택가는 고작 5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대낮에 울려펴진 총소리와 수류탄 폭발음 등에 놀란 주민들은 긴급 대피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선두4리 주민들은 해병대 2사단 8연대 1대대 선두중대에서 이날 오전 11시50분께 5~6발의 총성과 ‘펑’하는 폭발음을 들었다.
잠시 후 부대에서 장병 5~6명이 속옷 바람으로 뛰쳐 나와 사방으로 흩어지고, 군인 1명은 도로에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주민 원모씨(51·여·강화군 길상면 선두4리)는 “평소와 달리 대낮에 총소리가 나 밖에 나가 보니 부대에서 장병들이 맨발에 속옷만 입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 부대 밖으로 뛰어나왔고, 피흘리고 쓰러진 장병의 모습에 너무 놀라 그만 자리에 주저 앉았다. 북의 도발이 발생한 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유호열 선두4리 이장(62)은 “읍내에 볼 일이 있어 나갔다 들어 오니 부대에서 총기 난사 사고로 장병들이 죽고 다쳤다고 해서 인근 3리와 5리 이장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부대와 가까운 마을에서 이처럼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 주민들이 매우 예민해져 있다”고 말했다.
김주성 선두5리 이장(52)도 “부대에서 한달에 한번 야간사격을 할 때도 주민들에게 알리는데, 대낮에 총과 포탄 소리가 들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마을에 끔찍한 사건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주민들은 대부분 생업 현장으로 돌아갔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강화=허현범·박용준기자 powervoice@ekgib.com
사령관 금품수뢰 음해·백령도 소총 사망·민항기 오인 사격…
“잇단 사고… 해병대 기강 무너졌나”
4일 오전 11시 50분께 해병대 2사단의 강화도 해안 초소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날 오후 경기도 김포시 우리병원에서 응급진료를 마친 한 부상자가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하면서 총체적으로 기강이 무너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오전 강화군 길상면 선두4리 해병 2사단 소속 소초 생활관(내무반)에서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기강 해이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우선 지난 5월말 유낙준 해병대사령관을 음해한 혐의로 제2사단장을 맡은 박모 소장이 구속된데 이어 홍모 소장이 구속된 게 시작이었다.
박 소장은 이달 전역을 앞둔 홍 소장과 함께 지난해 6월 취임한 유 사령관이 여권의 핵심 실세에게 금품 수억원을 건네 이 핵심 실세의 입김으로 경쟁자를 제치고 진급했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후 이 사건을 두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유 사령관에게 큰 부담을 안겨 줬고 해병대 사기도 추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달 15일에는 백령도 해병6여단에서 이모 상병이 K-2소총 실탄에 맞아 숨진 사건도 발생했다.
해병대는 이 상병이 왜 숨졌는지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설명하지 않고 있어 구타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같은달 17일에는 교동도 대공감시초소에서 근무하던 초병 2명이 아시아나 민항기를 미확인 비행체로 오인, 예광탄 등 99발의 경고 사격을 가했다.
대공감시초소 임무는 미확인 비행체를 포착하면 즉각 1차적으로 강화도의 모레이더 관제소에 통보한 뒤 2차 대응지침을 받아야 하는데도 경고사격을 가한 뒤 인근 부대에 보고, 적절성 논란도 일었다.
군 관계자들조차 미확인 비행체를 식별하는 건 공군 전투기이고 전투기가 출격, 적기 여부를 판단하고 대응해야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당시 초병들의 오인사격에 대해 일각에선 국방부의 ‘선조치 후보고’와 ‘적극적 대북 억제지침’이 일선 부대에 전파되면서 과잉 대응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지난해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이후 훈련 강도가 높아지면서 전·후방 부대 장병들의 피로가 극에 달했다”면서 “해병대의 총기 난사사건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화=허현범·박용준기자 powervoice@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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