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현장속으로] ‘물폭탄 맞은’ 용인 모현면 채소농가

“한순간에 쑥대밭… 올 농사 망쳐”

수천동 하우스단지 쓰레기장으로 변해 “빗소리만 들어도 겁나”

 

“출하조차 하지 못하고 물에 잠긴 자식같은 채소들을 생각하면 밤잠을 이룰 수 없습니다. 폭우가 모든 것을 앗아가고 말았습니다.”

 

집중 폭우의 악몽이 채 다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굵은 빗줄기가 내린 4일 오전 용인시 모현면 왕산리 일원.

 

이곳은 133농가가 2천여동의 하우스에서 상추와 청경채, 얼갈이 배추 등 엽채소류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청경채의 80%를 공급하는 등 수도권의 대표적인 비닐하우스 단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지난달 26~27일 이틀간 500㎜ 가까운 집중 폭우가 쏟아지면서 비닐하우스 단지는 말그대로 폐허로 변하고 말았다.

 

단지 진입로 곳곳에는 이번 집중 폭우로 버려진 살림살이와 무너진 하우스 잔해 등이 한데 뒤엉키면서 대형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이를 치우기 위해 대민 지원에 나선 인근 부대 군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쓰레기와 사투를 벌이며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또 2천여동에 달하는 대다수의 하우스는 인근 경안천과 곤지암천에서 범람한 모래와 자갈 등 토사가 흘러 들어오면서 1m 이상 쌓여 출하를 앞둔 상추와 청경채, 얼갈이 배추 등을 그대로 덮쳐 사실상 여름 농사를 망치고 말았다.

 

이곳에서 13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이정일씨(50)는 “13동의 하우스가 모두 물에 잠겼고 2동은 완파됐다”며 “특히 직원들과 함께 생활하는 숙소마저 무너졌다”고 망연자실했다.

 

이씨는 “엽채소류는 1년에 장마철과 겨울철 두 번 시세가 가장 좋은데 출하를 하기 위해 박스 작업을 하던 중 갑작스레 내린 폭우로 농사를 망치고 말았다”며 “밭을 당장 갈아 엎고 씨앗을 뿌려야 10월 출하를 기대할 수 있는데 이 마저도 하우스 내부에 농기계가 들어갈 수 없어 일일이 수작업으로 토사를 빼내는데만 열흘 이상 걸리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이씨는 “앞으로도 계속 비가 올텐데 제방을 쌓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으면 이곳에서 농사 짓기는 더 이상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근에서 100동의 하우스 농사를 짓는 권모씨도 “하우스 꼭대기 50㎝ 정도만 남기고 물이 들어 차 하우스 안이 졸지에 쓰레기장이 됐다”며 “이곳에서 25년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며 넋을 놓았다.

 

그는 “이제 빗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무섭다”며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면 이곳에서 생활하는 농민들은 살길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용인=강한수·김규태기자 kkt@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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