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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일보 어울림] 오래오래 사랑하시고 행복하세요

경기일보는 지난 1988년 창간 이후 20여년간 ‘열린세상 열린이웃’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어려움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소외 이웃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왔다. ㈔정다우리와 공동으로 진행해온 ‘사랑의 커플링’ 행사도 그중 하나.

 

“반지 하나 나눠 끼는 것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예물은커녕 결혼식조차도 올리지 못했던 이들에게 커플링은 새 희망의 씨앗이 됐다.

 

커플링의 주인공들은 이 사회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부부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두 사람 모두 거동조차 어려운 장애인 커플, 결혼이민자 가족, 외국인 노동자 부부 등 이 커플들의 애달픈 사연이 소개될 때마다 독자들은 마음이 울컥하기도 하고, 때론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

 

그렇게 경기일보의 사랑이 담긴 커플링으로 소중한 부부애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커플은 어느새 78쌍에 이르렀다.

 

■ 사회적 편견 이겨낼 작지만 큰 선물

 

2004년 2월 첫 테이프를 끊은 ‘사랑의 커플링’ 1호 커플은 백명진씨와 카자흐스탄서 온 줄리아나씨 부부로 국제결혼이민자가족이었다. 최근에는 결혼이민자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개방됐다고 하지만, 당시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게다가 줄리아나씨가 심장병을 앓고 있었기에 두 사람의 생활은 험난하기만 했다. 어려운 경제 형편때문에 결혼식은 엄두도 못내고 혼인신고만 한 채 단칸방에서 신혼살림을 살고 있던 부부에게 첫 결혼 예물인 커플링은 용기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경기일보의 소박한 보답이었다.

 

경기일보-정다우리 이웃나눔사업

 

장애인·외국인 노동자·이주민 등

 

애달픈 사연 가진 부부 78쌍

 

사랑의 커플링 선사

또한 경기일보는 줄리아나씨의 심장 이상에 대한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필요할 경우 수술도 받을 수 있도록 약속함으로써 두 사람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안겨주었다.

 

■ 구부러진 손가락에 끼어진 결혼반지

 

“‘사랑의 커플링’을 받은 뒤에야 비로소 정말로 결혼한 것 같다”고 말하는 박재훈·이승윤 부부. 남편 박씨는 지체장애 3급, 아내 이씨는 지체장애 1급이다.

 

두 사람이 커플링에 이렇게까지 큰 의미를 부여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반지를 나눠 낀 뒤에 여러가지 행운(?)이 찾아왔기 때문.

 

첫 번째 행운은 어렵게 시작한 결혼생활이어서 결혼사진조차 없던 부부에게 기사를 본 서울의 한 예식장에서 무료로 결혼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나섰다. 게다가 박씨의 직장이 멀어 결혼한 지 1년이 넘도록 주말부부 신세였던 그들에게 지인의 소개로 집 근처로 직장을 옮기면서 매일 함께할 수 있게 됐다.

 

여전히 부모가 물려준 빚 때문에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부의 꿈은 내집 마련이다. 두 사람은 그들만의 보금자리에서 또 다른 희망의 씨앗이 될 첫 아이와 함께 오순도순 살아갈 날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 새 희망의 씨앗

 

‘사랑의 커플링’의 다섯번째 주인공 임후빈·전경희씨 커플.

 

전씨는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 4급이지만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없는 편이었다. 전남 나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다 지난 1989년 임씨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었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함께 가정을 꾸린 부부는 미용실을 그만두고 여러 가지 장사를 시도했으나 실패를 거듭, 빚만 지게 됐다. 여기에 임씨는 98년 가스공사 일을 하다 대형 철판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요추 3, 4번이 손상돼 대형수술을 받고 18개월간 병원 신세를 졌다. 사업 실패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임씨는 일용직이란 이유로 산재보험 적용도 받지 못하고 빚독촉에 시달리자 술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무작정 안산으로 올라온 두 사람. 커플링은 사회로부터 깊은 상처를 입고 지쳐 있던 이들에게 따뜻한 부부애를 되살려준 계기가 됐다.

 

현재 임씨는 지체 5급 장애인이지만 시화공단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고, 전씨는 안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의 소개로 중증장애인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며 삶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 “컵쿤캅 컵쿤카! 까오리!(감사합니다! 한국!)”

 

말조차 통하지 않는 한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들어오는 외국인 노동자들. 다들 나름대로 피치 못할 사정을 안고 한국을 찾았지만 사장을 잘못 만나 폭행과 욕설을 견디는 등 갖가지 사연을 갖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태국인 우타이·카이묵씨 부부 역시 한국에 오면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갖고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따가운 한국인들의 시선은 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악덕 사장을 만나 임금도 못받고 쫓겨나기도 하고 공장의 어려운 일은 죄다 두 사람의 차지가 되기도 했다.

 

부부 살림이 있는 조그만 기숙사 방안은 별다른 살림살이 조차 갖추지 못하고 턱없이 부족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태국에 두고 온 두 아이와 하루빨리 다시 만나야 한다는 꿈을 안고 버티고 버텼다.

 

그 결과 다행히 부부는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됐고, 때마침 두 사람에게 주어진 커플링은 한국에 대한 안 좋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지난 2008년 3월 5일 사랑의 커플링의 주인공이 된 두 사람은 입이 닳도록 “컵쿤캅 컵쿤카! 까오리! 컵쿤캅 컵쿤카! 까오리!”를 외쳤다. 고마운 한국에 대한 부부의 소박한 표현이었다.

 

윤철원기자 ycw@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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