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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본부 검사팀
사회 1일 현장체험

[1일 현장체험]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본부 검사팀

단속인원 5~6명 밤낮없는 사투…특별한 경험후 석유제품 불신 사그라져

평소 가짜석유 단속에 대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를 쓰면서 단속반원들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해오던 차에 ‘현장체험리포트’ 차례가 돌아왔다. 솔직히 순대공장, 고속도로순찰대, 얼음공장 등 현장체험도 할 만큼 했고 기자 중에 고참인데 좀 빼주지는 몰할 망정 이르다 싶은 순번에 요즘 유행하는 ‘대뇌 전두엽까지’ 짜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지면 담당이 후배 여기자 중 평소 까칠하기로 유명한 ‘이모 기자’인 관계로 이의를 제기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내심 불편했지만 그래도 현장체험은 기자가 아니면 아무나 도전해 볼 수 없다는 의미를 부여하며 체험거리를 찾았다. 번뜻 한국석유관리원 가짜석유 단속반원의 활동이 생각났다.

‘이번 도전 미션은 가짜석유 단속반원이다’ 라고 정하자 이내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레임이 온 몸을 자극시켰다.

기름값이 비싸도 너무 비싸다 보니 주유를 할 때면 가짜석유를 주입하는 것이 아닌지 주유량을 속이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특히 지난 2011년 9월 수원의 한 주유소에서는 가짜석유를 보관하는 비밀탱크가 폭발하면서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하는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국민의 가짜석유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고 석유제품에 대한 신뢰 역시 땅에 떨어졌다.

석유제품을 유통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한국석유관리원의 입장에서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터. 곧이어 ‘가짜석유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 홍보실을 통해 현장체험 협조를 요청한 뒤 12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한국석유관리원을 찾았다. 가짜석유 단속의 최첨병인 한국석유관리원 수도권본부 검사2팀에 배속됐다.

팀장님은 회의에 들어가셨고 A 과장님께서 석유관리원 현황과 석유제품 검사업무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다.

그런데 헉~ 서울과 경기남부지역 석유판매업소 등을 담당하는 수도권본부 검사2팀의 인원은 고작 10명, 팀장과 과장, 행정 인력 등 차·포 떼면 실제 단속 인원은 5~6명에 불과했다.

통상적으로 처음 만나면 명함을 주고받고 인사를 나누는데 A과장과 B직원 등은 아예 명함이 없다고 했다.

그럼 휴대전화 번호라도 알려달라고 했더니 단속 전용 휴대전화기를 사용한다고 그 번호를 알려줬다.

무슨 국가정보원 직원도 아니고 극도로 신분 노출을 꺼렸다.

B직원은 “주유소나 판매점에서 검사팀원들의 얼굴과 전화번호 등을 미리 알면 단속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얼굴 사진이 지면을 통해 나가면 안 된다”며 “검사 차량도 노출 차량과 비노출 차량으로 구분하는 등 신상과 휴대전화, 차량 등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현장 단속에 앞서 거래상황기록부 등 서류 분석을 통해 검사 대상 주유소를 선정했다. 단속에 나설 지역은 수원, 안산, 광주, 용인. 이 지역을 하루에 다 돈단다.

단속에 함께 동행하게 된 8년차 B직원과 신참 C직원이 차량에서 검사 장비를 점검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시료를 채취할 용기와 비밀탱크를 찾는 데 사용하는 내시경 등 확인해야 할 장비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장비에 대해 설명해 주던 B직원은 “검사 중간에 소비자 신고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계획한 대로 검사를 마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또 주유소 직원들과 실랑이라도 벌이게 되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 조언했다.

첫 번째 검사 대상 주유소는 수원이었다. B직원은 주소를 적어주고 근처에 와서 연락하면 같이 해당 주유소에 들어가자고 했다.

주유소에 들어서 점장에게 B직원은 석유관리원에서 정품, 정량 검사를 나왔으며 주유기와 탱크 등을 점검하겠다고 고지했다.

예전 같으면 주유소 직원들이 검사 자체를 거부하면 경찰이나 해당 지자체 공무원을 불러야 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3회 이상 거부 시 과태료가 부과돼 순순히 검사에 응했다.

유종별로 한 개 주유기에서 2개의 시료를 채취했다. C직원은 “하나는 검사용이고 하나는 해당 주유소에서 이의를 제기하면 다시 재검사할 수 있도록 2개의 용기에 시료를 채취해 봉인한다”고 설명했다. 휘발유는 1.5리터씩 2개, 경유와 등유 기타 석유제품은 1리터씩 2개를 채취해 점장의 확인 사인을 받은 뒤 봉인했다.

정품(가짜석유 여부 확인) 검사를 하기 위한 시료를 확보하는 것이다. 다음은 정량 검사를 실시했다. 주유기에서 7리터 가량을 먼저 뽑아낸 뒤 20리터를 측정기에 주유해 정량 주유 여부를 확인했다. 정량 확인 결과 20리터에는 조금 모자랐지만 기준 오차 범위 이내여서 다행히 정량 주유 위반은 아니었다.

C직원은 “주유량을 조작하는 주유소에서는 20리터까지는 정상적으로 주유하고 20리터 이상 주유하면 기름을 적게 들어가게 조작하는 경우가 있어 보통 5~10리터 정도를 먼저 뽑아낸 뒤 정량 확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량 확인에 이어 주유기 내부를 확인했다. 주유기 내부를 조작해 리모컨 등으로 주유량을 조절하거나 가짜석유가 유입될 수 있는 다른 주유 배관 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손 드릴을 들고 주유기 뚜껑을 열고 내부를 열심히 살폈지만 사실 뭐가 잘못된 건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B직원은 “자주 다니다 보면 처음 직원들이 검사팀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가짜석유 취급 업소인지 알 수 있게 된다”며 “입사 당시 대부분이 화공학 전공자지만 단속을 하려면 전기 장치도 공부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주유기도 특별한 이상이 없고 이번에는 가짜석유 단속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탱크 내부 내시경 탐색을 실시했다.

비밀탱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내시경을 탱크 내부에 넣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내시경으로 탱크 내부를 확인하는 것도 요령이 필요했다. 신참 C직원과 기자는 B직원의 지시에 따라 내시경을 돌렸다, 뺐다를 반복했고 정상적인 탱크로 확인되자 작업을 마쳤다.

B직원은 마지막으로 점검 사항에 대한 결과와 석유제품 판매 시 유의사항 등을 주유소 점장에게 설명하고 확인 사인을 받았다. 검사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여 남짓, 기자가 없었다면 좀 더 빠르게 진행됐을 것이다. 이같이 3곳을 더 검사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B직원은 “하루에 200km이상 운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택에서 검사하다가 소비자 신고가 들어오면 서울이나 여주, 이천 같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검사 차량을 타고 안산으로 이동하는데 차안이 석유 냄새로 진동해 머리가 속도 메스껍고 머리도 아파져 왔다. 매일 이 차량을 타고 장거리 운행을 하는 직원들은 오죽하랴. 불평을 내 놓을 사이도 없이 다음 주유소를 향해 검사 차량은 내달리고 있었다.

다른 주유소에서도 검사 방식은 동일했다. 주유소 직원들과의 별다른 마찰도 없어 순조롭게 모든 검사가 진행됐다. 이들 주유소 직원들은 정품ㆍ정량의 석유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석유관리원 직원들의 검사에 응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B직원은 “검사할 때마다 가짜석유를 적발해 낼 수는 없지만 단속 활동을 벌이는 자체가 석유제품 판매자들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가짜석유 유통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최소의 인력으로 가짜석유 근절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석유관리원 직원들은 특별한 사명감으로 일하는 것 같았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조차 얘기하지 않는다는 이들은 주ㆍ야는 기본이고 주말도 잊은 채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가끔 석유관리원에서 가짜석유 적발 보도자료를 보내면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도 있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 좀 더 관심을 두고 이날의 경험을 되새기며 기사를 작성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일당백의 석유관리원 검사팀 직원들이 있기에 석유제품에 대한 의심의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졌다.

최원재기자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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