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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지체ㆍ시각 장애인이 되다
사회 1일 현장체험

[1일 현장체험]지체ㆍ시각 장애인이 되다

휠체어 타고, 지팡이 짚고… ‘장애 많은 세상’과 마주하기

‘세상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다르다. 아니 달랐다’

휠체어에 앉아 바라보는 세상이 그랬다. ‘내 키가 이렇게 컸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늘과 건물 심지어 사람들까지 더 높게 올려다봐야 했다.

그런 탓인지 버스에서나 길거리에서 휠체어를 탄 나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부담스럽기만 했다.

그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쳐다보는 것은 아닐텐데, 위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시선 때문일까? 왠지 모르게 위축됐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특별한 눈길을 받는다면 오히려 상처가 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런게 자격지심일까? 묘한 감정선이 마음을 뒤흔들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불편하다. 장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힘든데 사람들의 시선 등 세상의 편견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동행을 한 사회복지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기자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실제 장애인들의 부담은 훨씬 크다”라며 “시설도 시설이지만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 때문에 장애인의 심리상태는 더욱 위축되고 결국 집 밖으로 나오기를 꺼리게 된다”고.

우리 나라 전체 장애인 중 70%가 한 달에 다섯 번 가량만 집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거의 대부분의 장애인이 바깥 세상과 차단된 채 창살없는 감옥에서 살거나 TV를 통한 간접체험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장애인이 아닌 그저 보통 사람들처럼 대해주는,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 함께 공감대를 만들며 사회에 조금씩 발을 들여 놓을 수 있게 힘이 되주는 그런 게 아닐까.

아직은 장애인들이 보통 사람들처럼 다양한 삶을 향유하는 것은 그리 쉽지않아 보이는 현실에 한숨이 새나왔다.

▲휠체어 탄 지체장애인

오늘의 일정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탈 수 있는 저상버스를 타고 수원역까지 가서 맛있는 식사와 영화관람을 하는 것이다.

‘그게 뭐?’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일상생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는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도 철저히 해야하는 큰 일이라는 사회복지사의 설명에 따라 이같이 계획했다.

수원역을 가기 위한 교통수단은 저상버스였지만, 처음부터 녹녹치 않았다. 저상버스가 다니는 시간과 노선부터 인터넷에서 확인해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이다.

저상버스 정차시간을 확인한 뒤, 정거장으로부터 50여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지체장애인으로의 하루를 시작했다.

1차 목표는 버스를 탈 장안구청 정거장까지 휠체어로 가기.

그러나 혼자 힘으로 휠체어를 밀기 시작한 지 얼마 안돼 난관에 빠졌다.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경사가 진 주차장 진입로가 두곳이나 돼 도저히 혼자서는 정류장까지 갈 수가 없었고, 보도블럭과 시각장애인들의 안내판인 선형블럭 곳곳이 깨져 휠체어 바퀴가 걸리는 등 위험천만이었다. 혼자서는 50m 길이의 인도도 가기 힘든 장애인으로서의 첫 비애였다.

힘겹게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지 얼마 안된 오전 10시15분께 저상버스가 왔다.

버스기사는 차를 정류장 옆에 일자로 정차한 뒤 휠체어로 탈 수 있게 버스와 인도를 연결해줬다. 말로만 듣던 저상버스의 위력이었다.

버스승객들과 행인들도 처음 본다는 듯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 상황을 지켜봤다. 따가운 시선을 뒤로 한 채 탑승 후에는 교통카드로 차비를 내고 접이식 의자를 접은 뒤 휠체어를 고정시키고 안전벨트까지 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옆에 있던 사회복지사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바퀴를 고정시키는 안전고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고정된 휠체어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몸은 흔들렸다.

처음이라 서툰 탓도 있겠지만, 혼자서 이 모든 것을 해나가기에는 불편한 몸으로는 역부족일 듯 싶다.

1시간 가량 버스를 타고 수원역에 도착했다. 수원역에 정차할 때 휠체어를 내려주기 위해 버스기사는 인도와 평형정차를 하느라 얼마간의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을 참지 못한 몇몇 승객들은 “여기서 내려요”를 연방 외쳐댔다. 휠체어를 쳐다보는 한 승객의 눈길에 괜시리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힘겹게 버스에서 내린 뒤 인도로 가기위해 휠체어 바퀴를 힘차게 굴렸지만 또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바로 차도와 인도사이에 있는 불과 10㎝가량의 턱.

혼자 힘으로는 인도로 오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 고꾸라질 뻔 했다. 보통사람이라면 인식도 못할 만큼의 10㎝의 턱은 장애인에게는 도저히 혼자서는 넘을 수 없는 ‘벽’ 그 자체였다.

이런 모습이 시민들의 눈에는 낯선 모습인가 보다. 쳐다보는 시선들의 부담은 갈수록 부담으로 와닿았다.

수원역 건너편에 내렸기 때문에 길을 건너기 위해 정류장에서 가까운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1층으로 내려갔다. 지하상가를 누비며 150m 가량을 갔을 때 계단을 만났다.

그러나 계단만 있을 뿐, 장애인리프트도 설치돼 있지 않아 장애인이 계단을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왔던 길을 되돌리는 방법 외에는 선택할 수 있는 겨우의 수가 없었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음에 또한번 실망한 순간이다.

다시 밖으로 나와 새롭게 만들어진 지하철역사 옆의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갔을 때에는 장애인도 갈 수 있는 길이 있었다. 건물 안에서 첫번째 도전한 일은 바로 화장실 이용.

그러나 몇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노하우가 없어 변기로 이동하는 데는 실패했다. 더욱이 수평손잡이가 움직이지 않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장애인이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사회복지사의 지적도 제기됐다.

우여곡절끝에 힘겨운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목표로 한 극장에 도착했다.

그러나 극장매표소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너무 높았다. 잠시 기분이 상했지만, 극장에 들어서자 마음이 풀어졌다. 극장 직원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뒷자석 두자리를 떼어낸 뒤 휠체어가 자리할 수 있게 했다. 한사람의 표값으로 두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조금은 쑥쓰럽기도 했다.

영화 관람 후 늦은 식사시간이다.

용기를 내 수원역사 건물을 벗어나 역전 앞 식당에서 밥을 먹기로 결정했다. 다시 길을 건넌 뒤 역전 앞 식당가로 이동했지만, 식당 대부분이 턱이 있어 휠체어를 돌려야만 했다. 심지어 편의점조차 높은 턱때문에 장애인이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시 역사로 돌아와 식사를 마쳤다.

▲앞이 깜깜, 시각장애인

늦은 점심 후에는 시각장애인의 삶이다. 세상을 볼 수 없다는 것은 얼마나 불편하고 큰 두려움일까?.

역사 바깥쪽으로 나와 안대를 쓰고 한손엔 흰색지팡이를 짚었다.

첫 목표는 시각장애인이 이용하는 선형ㆍ점형 블록을 이용해 20m 가량 직진하기.

어려웠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 힘겹게 한걸음 내디딜때마다 똑바로 가고는 있는 지 두렵기까지 했다. 또한 길 중간에는 점형블록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일반 보도블럭이 있기도 했다. 아마 보수과정에서 발생한 것 같지만, 점형블록을 따라 이동하는 시각장애인은 당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동행한 사회복지사로부터 약간의 도움을 받은 뒤 역사로 가기위해 계단을 올랐다.

한손엔 흰색지팡이를, 다른 한 손은 계단 손잡이를 잡고서. 그런데 계단 손잡이를 잡은 손이 까칠해진다. 볼 수는 없었지만 먼지가 가득묻는 것 같은 촉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확인해보니 손은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이처럼 손잡이가 더러운 곳이 많고, 심지어는 껌이 붙어 있거나 가래나 콧물 같은 이물질이 손에 묻을 때도 있다는 것이 동행한 사회복지사의 귀뜸이다. 또한 계단의 시작과 끝을 표시하는 점자스티커도 없는 등 2% 부족한 시설이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건물안으로 들어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선형블록과 점형블록에 의지한 채. 그런데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지하1층의 어느 한 곳에서 출입문을 찾기위해 점형블록이 표시된 끝까지 같지만 문은 잡히지 않았다.

안대를 벗어보라는 사회복지사의 말에 따라 확인해보니 출입문 있어야할 곳에 통으로 된 유리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시각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겪어야 할 불편이 함정처럼 곳곳에 숨어있었다.

▲보통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어설프지만 나름 열심히 느껴보려던 장애인 체험을 마치고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로 돌아왔다.

체험을 마친 후 협회 직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조금은 더 장애인을 잘 이해하게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마음 한켠이 무겁게 자리했다.

이윽고 결심했다. 오늘 느낀만큼 나부터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기로. 그리고 장애인을 만나면 조금은 더 친절하게 웃고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노력하리라고 다짐했다.

오늘 얻은 지혜를 지인들에게도 전하리라는 마음과 함께…

이명관기자 mk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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