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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감각통합치료사
사회 1일 현장체험

[1일 현장체험] 감각통합치료사

3살때 감각발달이 여든살까지 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평행을 유지한 가운데 소리를 듣거나 걷고 뛰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인간이 일상의 평범한 일들을 쉽게 할수 있다는 건 몸의 감각기관들을 통해 들어오는 수많은 정보들을 잘 받아들이고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능력이 ‘감각통합’ 혹은 ‘감각정보처리’ 능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과정을 쉽게 생각하지만 이는 신경학적으로 아주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거친다. 뇌는 신체나 외부환경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신호를 해석해 반응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유아기에 감각기능의 형성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양한 문제행동을 보일 수 있으며 자기의 몸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아이들의 경우 성장하면서 사회성에 문제점이 발생하는 등 또다른 장애와 상처들이 생길 수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미연에 방지하고 어린이의 행동발달을 도움으로써 학습능력과 사회성의 발판을 마련하도록 돕는 직업이 ‘감각통합치료사’이다.

지난해 겨울, 지인으로부터 감각통합치료사가 하는 일에 대해 설명을 듣고 호기심을 갖게 된 기자는 1일 현장체험 순서가 돌아오면 반드시 체험해보기로 스스로 다짐했다.

특히 명절마다 조카들의 인기를 한몸에 독차지 할 정도로 평소 어린이들과 놀아주는 데 일가견이 있는 만큼 기자는 자신 있게 감각통합치료 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택시 독곡동에 위치한 한 유치원으로 향했다.

■ 감각통합 능력은 집중력과 학습의 기초

유치원에 들어서자 1일 사수인 문경업 감각통합치료사(30)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라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함박웃음을 띤 얼굴로 기자를 반겼다.

문 치료사는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학습을 강요하지만 정작 원활한 학습을 위해서는 촉각, 시각, 청각, 고유감각, 전정감각 등의 발달이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 감각이 발달해야 운동실행계획 능력과 집중력 등이 생기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예컨대 아이들에게 바르게 앉은 자세를 한번 보여주고 따라하라고 하면 이를 따라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러한 아이들은 운동 계획 능력이 없어 따라하고 싶어도 자신이 원하는 신체상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치료사는 특히 “운동 계획에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들의 경우 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감각통합 이상으로 인한 것일 수 있다”며 “따라서 선생님들이 이런 어린이들을 심하게 꾸짖거나 때리면 과잉행동이 동반된 주의력 결핍장애(AD/HD)가 나타나는 등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문 치료사는 “하지만 감각통합 놀이를 통해서 한글, 수 관련 기초학습에서 이해력이 향상되고 정상적인 지능 발달을 이룰 수 있으며 친구와 놀거나 사귀는 데 어려움이 없어지는 등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접촉은 사회성 형성의 시작

교육이 시작되자 20여명의 어린이들이 일제히 “선생님,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병아리떼처럼 달려 왔다. 어린이들과 마주 앉아 ‘배꼽 인사’를 한 뒤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자 문 치료사에게 배운대로 어린이들에게 눈ㆍ코ㆍ손가락으로 인사하기와 음악을 튼채 각자의 귀를 잡아 당기도록 지도했다.

그러자 어린이들은 이내 장난기어린 표정으로 옆에 앉은 친구들과 눈을 마주치며 코를 부비기 시작했다. 이는 어린이들이 친구들과 눈을 마주치고 코와 손가락, 어깨 등을 접촉하며 상대방에 대해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어 기자는 어린이들에게 “친구와 두명씩 짝을 지어보자”고 안내했다.

하지만 이때, 문 치료사가 수업 진행을 잠시 멈추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 문 치료사는 한참을 앉아 미소 지으며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낯선 상황에 기자가 당황하자 문 치료사는 “조금만 기다려보라”며 아이들을 바라봤다.

잠시 후 수업이 재개됐고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문 치료사는 “친구들과 짝을 짓는 과정에서 사회성에 대한 적극성을 볼 수 있다”며 “일부 어린이들은 서로 만지는 걸 싫어해서 친구를 만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관찰해 고쳐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짝을 찾지 못한 친구들은 주변 친구들이 짝을 짓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가’를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모든 운동 계획 프로그램 설계는 스스로

이날 이뤄진 교육은 운동 계획 기르기. 프로그램에 따라 어린이들은 둘씩 짝을 이뤄 뜀틀과해먹타기, 좁은 구멍 통과, 암벽 오르기, 회전그네 타기 등을 경험한다.

프로그램이 체육활동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차이가 있다고 한다. 체육활동이 손과 발을 사용해 경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감각통합 놀이는 체육활동에서 사용하지 않는 근육들을 사용하며 경쟁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기관을 움직여 자극을 머리로 전달해 궁극적으로 뇌의 발달을 돕게 되는 것이다.

문 치료사는 “체육활동 시간에는 경쟁이 수반되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울고 다투기도 하는 반면 감각통합 놀이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화기애애하다. 아이들은 설사 넘어지더라도 절대 울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기자가 첫번째 도전에 나선 어린이들의 손을 꼭 붙잡고 외나무 다리를 건너도록 도와주자 문 치료사가 “도와주면 안 된다”며 제지했다.

‘정해진 시간 내에 교육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내자 문 치료사는 “감각통합 프로그램은 아이들 스스로 운동방식을 계획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목표이기 때문에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지도하거나, 무엇을 하라고 강제할 필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후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먹 위에 누워 있던 한 어린이가 기자에게 “어떻게 나가는지 모르겠다”며 도움을 청했다.

드디어 기자가 나설 차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어린이를 안아 번쩍 들어올리자 문 치료사는 기자를 제지하며 “다치지 않는 수준에서만 도움을 주면 된다”며 “이런 경우, 어린이들은 마음으로는 나가고 싶지만 뇌에서는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어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도움만 줘야 한다”고 말했다.

■ 어린이들의 반응 관찰하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일부 어린이들은 코스를 다 돌지 않고 돌아오거나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어린이들의 경우 감각통합 이상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의와 관심이 요구된다. 특히 이런 반응을 보인 어린이들은 실제로 선생님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거나 수업 중 교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문 치료사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감각통합 이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면서 “학부모와 담당 교사에게 알려주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놀이과정에서 도움을 청한 어린이들의 상황을 일일이 체크하고 담당 교사에게 이를 전달하면서 이날의 교육 일정을 모두 마쳤다.

이날 체험을 통해 그동안 TV 등에서만 봤던 주의력 결핍 장애 등 어린이들의 행동발달 장애가 쉽게 치부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감각통합 놀이를 활성화한다면 우리나라가 향후 더욱 발전하는 주춧돌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갖게 됐다.

송우일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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