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나눔의 하모니… 세대·지역 간 벽 허물다
임진각 평화누리서 이산가족 등 1만여명 참석… 예술 축제 즐겨
대한민국에서 탈북 청년들의 자립을 돕는 벤처기업 ‘YOVEL’의 대표이사로 바쁘게 산다. 분단의 상처를 되짚는 질문에 내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던 그의 얼굴에 드디어 온기가 번진다. 현재진행형인 달콤한 연애 이야기를 물었기 때문이다. ‘제1회 평화나눔페스티벌’에서 ‘평화선언’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른 탈북청년 박요셉씨의 이야기다.
지난 6일 경기문화재단(대표이사 조창희)과 (사)한국YWCA연합회(회장 차경애)는 공동 주최로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차상위 계층과 이산가족, 전국의 YWCA 회원 등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평화나눔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분단의 실체를 안은 경기도에서 평화와 나눔의 의미를 문화예술로 재조명하며 남북, 세대, 지역 간 갈등을 극복하자는 것이 기획의도다.
이날 탈북청년 박씨는 1950년 6월25일생, 이산가족 등 10세부터 100세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주인공 12명 중 한 사람으로 ‘평화선언’을 낭독했다. 아직 혼자인 그는 “평화는 가족이다”를 외치며 관객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박씨는 “20년 가까이 가족과 생이별한채 너무 바쁘게 살아 평화와 나눔을 생각하지 못했다.
통일되지 않더라도 임진각 인근의 남한 북한 주민들이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왕래하며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시쓰는 그런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날 평화나눔페스티벌 현장을 찾은 모든 사람들은 박씨와 같은 마음인 듯 보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지팡이에 의지해 힘겹게 한 발을 떼는 노인, 나들이가 마냥 즐거운 소외계층의 어린이 등 모두 함께 어우러져 평화누리 전역에 펼쳐진 자연과 예술, 체험 프로그램을 즐겼다.
‘해방둥이’인 최영희(70ㆍ 여ㆍ강원도 원주)씨는 “새삼 마음이 울컥하고 서로 나누고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고, 북으로 보내는 편지를 쓴 이금숙(57ㆍ여)씨는 “얼굴을 보진 못했지만 엄마가 항상 그리워하는 삼촌들에게 대신 마음을 전하게 돼 뭉클하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대중가수들의 화려한 무대에 이어 <우리의 소원은 통일>과 <그날이 오면> 등 연합합창단의 하모니는 올해 처음 열린 평화나눔페스티벌의 의미와 가치를 각인시키며 객석 사이에 깊은 감동을 남겼다. 평화와 나눔이라는 두 단어는 그렇게 하나가 됐다.
류설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