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넘쳤지만… 스토리 빠진 ‘아쉬운 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 K-CULTURE SHOW!’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제작한 기획공연 <별의 전설> 팸플릿에 쓰인 문구다. 지난 26일부터 28일까지 전당이 선보인 <별의 전설>은 말 그대로 쇼였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K-CULTURE SHOW’라는 것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좀 의아했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난 뒤, 이처럼 공연의 특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문구도 드물겠다고 생각했다.
공연은 고전설화 견우와 직녀의 사랑이야기를 현란한 비보이 군무와 전통무용의 콜라보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화려한 조명과 3D 입체영상을 도입한 무대, 인물의 디테일을 살린 의상은 무대의 사실감을 더했다. 여기에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카운트테너 루이스 초이의 독창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70여분의 공연은 아주 쉼 없이 흘러갔다.
견우와 직녀의 만남부터, 직녀를 차지하기 위한 견우와 풍백의 대결, 그리고 견우 대신 화살에 맞아 죽은 직녀가 별이 돼 다시 견우와 만나기까지. ‘킹오브커넥션’ ‘애니메이션크루’ ‘프로텍트’ 등 비보이댄스 팀과 의정부 대표 예술단체인 ‘이미숙무용단’ ‘K-DANCE ART MOVEMENT 무용단’의 파포먼스는 틈을 주지 않았다.
전당이 자신있어하던 견우군대와 풍백군대의 전투장면도 흥미진진했다.
물론, 공연이 100%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혹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스토리가 빠졌기 때문이다. 지나친 무대 장치와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혼을 빼놓기엔 충분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을 전달하는데는 방해가 됐다. 70여분의 무대는 너무 화려한 나머지 지루하게 느껴졌다. 쉽사리 공감하고 몰입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는, 함께 공연을 관람했던 지인의 말 때문이다. 공연이 끝나고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 그는 대답했다. “에너지 넘치는 무대였어, 가끔 이런 공연 보면 나조차도 저들의 에너지를 받고 간다니까.”
스토리 전개와 극의 억지스러운 흐름은 아쉬웠지만, 공연은 쇼의 역할을 다했다. 아니 넘치고도 남았다. 지역의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누군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에, 그 시작을 응원한다.
송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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