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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장용휘 감독 ‘그 여자의 소설’
문화 리뷰

[공연 리뷰] 장용휘 감독 ‘그 여자의 소설’

몰입감 있게 그린 우리네 할머니 인생사

“넌 우리처럼 살지 말고,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그렇게 예쁘게 살아!”

 

연극 <그 여자의 소설>의 마지막 장면, 마지막 대사다. 작품 속 주인공 ‘작은댁’이 할머니가 돼 결혼을 앞둔 손녀에게 자신이 걸어온 세월을 모두 풀어놓은 후 건넨 말이다.

 

작은댁은 일제강점기 남편을 독립운동으로 떠나보낸 뒤 가난을 견디다 못해, 쌀 한가마니를 받고 10년 동안 대를 잇지 못하는 김 씨 집안에서 ‘씨받이’로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여자다.

지금은 이해할 수도 이해가 되지도 않는 상황이지만, 불과 70여 년 전의 이야기다.

 

수원시립공연단(장용휘 예술감독)이 뮤지컬 ‘바리’에 이어 준비한 두 번째 작품 <그 여자의 소설>은 시대에, 제도에 짓밟힌 한 여성의 인생을 담고 있는 정극이다.

 

장용휘 감독의 연출로,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이번 작품은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할머니들의 비극적인 인생사를 그려냈다.

 

연극은 할머니가 결혼을 앞둔 손녀에게 자신이 왜 작은할머니가 됐는지 지난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며 시작된다.

 

할머니가 작은댁으로 큰댁에 들어가는 장면, 첫째 아들을 낳는 장면, 독립이 되고 본 남편이 살아돌아오지만 큰택의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어 그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는 장면,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피난길에 큰택이 끔찍한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성인이 된 아들이 작은댁이 친모라는 사실을 알고 호적에 입적하는 장면, 평생을 폭언과 폭력으로 괴롭힌 남편이 치매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등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어진다.

 

극의 흐름을 깔끔하다. 장 감독의 만의 군더더기 없는 연출에 관객들은 극에 쉽게 몰입하고, 따라간다. 한 장면 한 장면에 울다가 웃으며, 연극 속 그 여자의 인생을 오롯이 이해하고, 공감한다.

특히 거침없고 직설적인 대사는 비극적 시대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여기에 이미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남희ㆍ이 경ㆍ임선애의 연기는 극의 몰입을 더하고, 애절하게 울리는 대금 소리는 극의 감성을 더한다.

 

장 감독의 <그 여자의 소설>은 13일 오후 5시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어 내년 2월26~28일 음악극 ‘춘향전’으로 또한번 변신을 거듭해 관객을 찾는다. 기대 이상의 선전을 보인 뮤지컬 바리, 여기에 정극 도전까지 성공적이다. 그의 세 번째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이유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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