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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미래다_인터뷰] 14년동안 한 아이 위탁해 키운 위탁부모 윤미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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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미래다_인터뷰] 14년동안 한 아이 위탁해 키운 위탁부모 윤미자씨

“아이와 보금자리 꾸릴 시간 필요땐 친척집에 잠시 맡겼다고 생각하세요”
14년간 친모처럼 위탁아동 양육 최근 ‘복지부장관상 수상’ 영예

14년 동안 위탁아동을 양육한 윤미자씨가 최근 가정위탁사업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4년 동안 위탁아동을 양육한 윤미자씨가 최근 가정위탁사업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딸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건 제가 세상에 없을 때를 위한 준비였습니다” 자녀의 행복한 성장을 바라보는 건 부모의 가장 큰 기쁨이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 이후 빈자리를 더 걱정하는 엄마가 있다.

 

엄마 윤미자씨(78·부천시)는 딸 L양을 작정하고 길렀다. 비록 육신을 빌어 태생한 인연은 아니지만, 더 소중하게 옥(玉)같이 키웠다. 아이의 친모는 갓 스무 살을 넘긴 미혼모였다. 애기를 갖고 시댁에 들어갔으나 며느리로 살지 못했다. 친모는 ‘꼭 데려가겠다’라며 각서 한 장 남겨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벌써 15년이 흐른 이야기다.

어느 날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받은 윤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이하 위탁지원센터)로부터 L양이 세대주라는 것, 친모가 등본상 기록에서 아이를 지웠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때부터였다. L양을 친딸로 키우겠다고 남들보다 버젓이 보란듯이 잘 키우겠다고 맘 먹었다. 하지만 1매월 10만원의 양육 보조금에 기초생활수급비 40만원이 보육비의 전부. 살림은 빠듯했다. 하지만 천상 밝은 성격의 아이는 친모를 찾지도 기다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윤씨의 그늘을 고마워하며 잘 자라주었다.

 

윤씨는 “친척집에 아이를 잠시 맡겼다고 생각하면 덜 걱정이 될 것 같아요. 보육원 등 시설입소가 전부는 아닙니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아이들이 맘 놓고 기대고 따뜻한 밥 먹고 비싼 옷은 아녀도 깨끗한 옷을 입고 지낼 수 있는 집(가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해요”라며 “세상 태어나 죽으란 법은 없습니다.

살다 보면 햇살도 뜨고 형편도 좋아질 수 있지요.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해 내 아이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릴 시간이 필요하다면 가정위탁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저 처럼 하릴없고 애들 좋아하는 푸근한 늙은이를 포함해 엄마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미자씨는 지난 2003년 8월부터 L양의 위탁모로 책정, 14년 동안 아동에게 건정한 양육 환경을 제공해 위탁아동의 건전한 양육에 힘쓰는 등 가정위탁사업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으로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권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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