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보금자리 꾸릴 시간 필요땐 친척집에 잠시 맡겼다고 생각하세요”
14년간 친모처럼 위탁아동 양육 최근 ‘복지부장관상 수상’ 영예
“딸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건 제가 세상에 없을 때를 위한 준비였습니다” 자녀의 행복한 성장을 바라보는 건 부모의 가장 큰 기쁨이다. 하지만 자신의 죽음 이후 빈자리를 더 걱정하는 엄마가 있다.
엄마 윤미자씨(78·부천시)는 딸 L양을 작정하고 길렀다. 비록 육신을 빌어 태생한 인연은 아니지만, 더 소중하게 옥(玉)같이 키웠다. 아이의 친모는 갓 스무 살을 넘긴 미혼모였다. 애기를 갖고 시댁에 들어갔으나 며느리로 살지 못했다. 친모는 ‘꼭 데려가겠다’라며 각서 한 장 남겨놓고 홀연히 사라졌다. 벌써 15년이 흐른 이야기다.
어느 날 낯선 이들의 방문을 받은 윤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가정위탁지원센터(이하 위탁지원센터)로부터 L양이 세대주라는 것, 친모가 등본상 기록에서 아이를 지웠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그때부터였다. L양을 친딸로 키우겠다고 남들보다 버젓이 보란듯이 잘 키우겠다고 맘 먹었다. 하지만 1매월 10만원의 양육 보조금에 기초생활수급비 40만원이 보육비의 전부. 살림은 빠듯했다. 하지만 천상 밝은 성격의 아이는 친모를 찾지도 기다리지도 않았다. 오로지 윤씨의 그늘을 고마워하며 잘 자라주었다.
윤씨는 “친척집에 아이를 잠시 맡겼다고 생각하면 덜 걱정이 될 것 같아요. 보육원 등 시설입소가 전부는 아닙니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아이들이 맘 놓고 기대고 따뜻한 밥 먹고 비싼 옷은 아녀도 깨끗한 옷을 입고 지낼 수 있는 집(가정)은 절대적으로 필요해요”라며 “세상 태어나 죽으란 법은 없습니다.
살다 보면 햇살도 뜨고 형편도 좋아질 수 있지요. 방 한 칸이라도 마련해 내 아이와 행복한 보금자리를 꾸릴 시간이 필요하다면 가정위탁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저 처럼 하릴없고 애들 좋아하는 푸근한 늙은이를 포함해 엄마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윤미자씨는 지난 2003년 8월부터 L양의 위탁모로 책정, 14년 동안 아동에게 건정한 양육 환경을 제공해 위탁아동의 건전한 양육에 힘쓰는 등 가정위탁사업 활성화에 이바지한 공으로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권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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