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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장체험] 전통한과 공장을 가다
사회 1일 현장체험

[1일 현장체험] 전통한과 공장을 가다

‘바삭바삭’ 고소한 맛… 맘따로 몸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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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평군의 전통 한과 제작 업체 ‘다물농산’에서 한과 제작 일일체험에 나선 정자연 기자가 정성스럽게 매작과를 반죽하고 있다.
어릴 적 사진을 보면 추석이나 설엔 알록달록 색동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포동포동한 한 손엔 늘 한과가 쥐어져 있었다. 

얼굴엔 조청 탓에 유과가 여기저기 달라붙어 있었지만, 제법 맛이 있었는지 얼굴엔 미소가 한가 득이었다. 시대가 변해도 추석이나 설하면 떠오르는 것이 우리 고유의 전통 먹거리다. 특히 전통한과는 빼놓을 수 없다.

발효된 찹쌀을 손수 시루에 쪄 내고 말려 튀겨내고서 조청을 바르는, 할머니와 어머니의 정성이 듬뿍 들어간 한과라면 현대의 아무리 달콤하고 맛있는 과자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추석을 3주일 가량 앞두고 옛 전통 한과를 직접 만들러 지난 5일 다물한과를 찾았다. 명절이 아직 남았지만, 다물한과는 명절 맞이를 위한 준비 작업에 벌써 분주했다.

 

■ 신선한 한과 배달 위해 주문 시기 돼서야 작업

다물농산은 지난 1998년 양평군 읍면 단위 생활개선회원 5명이 뜻을 모아 설립한 영농조합법으로 농촌에 사는 여성들이 꾸려나간다. ‘다물’은 옛것을 되찾고 우리 것을 지킨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다물한과는 우리나라 전통의 과자인 한과를 전통적인 방법을 고집해 생산한다. 옛 조상이 즐겨 찾은 과자의 맛을 재현하기 위해서다. 방부제와 첨가제를 쓰지 않고 좋은 찹쌀을 물에 담가 자연발효 한 이후 13번 이상의 공정을 거쳐 자연발효 한 이후 13번 이상의 공정을 거쳐 만든다. 어머니의 손맛으로 정성껏 만든다는 자부심이 문성균 대표를 비롯해 직원들에게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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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기자가 한과 제작을 하기 전 위생복을 갖춰입고 있다.
한 달가량 남기는 했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줄 알았던 작업장은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직원도 13명인데, 두 명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고추 따기 등 각자 농사일을 하러 갔다고 한다. 순간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들었다. ‘청탁금지법으로 한과 업체 직격탄?’ ‘경기불황에 명절 호황도 없어….’

 

먹고사는 일이 일인지라,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머릿속에서 술술 그려졌다. “벌써 만들어놓으면, 소비자들한테 오래된 한과를 파는 거잖아요. 나중에 퇴근도 못하고 작업을 해도 추석을 이삼 주 앞두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야 가장 맛좋고 신선한 제품을 드릴 수 있어요.” 문 대표의 말에 문득 생각에서 깨어났다.

 

이미 한과 주문은 가득 들어와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가장 맛있는 상태의 한과를 전달하려면 명절을 이주일 가량 앞두고 항상 야근과 밤샘을 하며 작업을 한다고 한다. 기름으로 튀기고, 엿으로 코팅해도 신선도는 다르다는 거다. 지금은 곧바로 나갈 상품만 만들고 있다.

 

■ 정성 가득… 소비자 평안 바라는 마음도 담아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위생복을 입고 위생모와 마스크를 착용한 후 소독실에 들어가 소독을 마쳤다. 식품을 만드는 곳이다 보니 무엇보다 위생이 중요하다. 특히 한과는 날씨나 습도 등에 예민해 이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 만들 한과는 매작과다. 그 모양이 ‘마치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모습과 같다’고 해 한자로 매화 매(梅), 참새 작(雀) 자(字)를 써서 매작과(梅雀菓)라고 한다. 밀가루에 생강을 갈아 넣어 반죽해 얇게 밀어서 네모나게 썰어 가운데에 칼집을 넣고 뒤집어서 꼬인 모양을 만든 다음 기름에 튀겨 꿀에 즙청한 과자다. 

달콤하고 고소하고 부드러워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드는 대표적인 우리 과자다. 재료도 간단하다. 밀가루, 밀가루에 색을 입힐 뽕잎이나 백련초, 설탕, 칼만 있으면 된다. 모든 게 간단하니 만들기도 간단하다고 생각했다. 문 대표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정 기자가 정성스럽게 만든 한과 앞에서 함께 한과를 제작한 문성균 대표와 정호영 실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 기자가 정성스럽게 만든 한과 앞에서 함께 한과를 제작한 문성균 대표와 정호영 실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밀가루에 소금 간을 반죽한 것을 국수 반죽기에 넣어 차지고, 밀도 있는 바탕을 만들어 내면, 크기에 맞춰 네모난 모양으로 잘라낸다. 잘라낸 밑판에 칼집을 5개 낸다. 양옆 2개의 칼집은 작게, 가운데 있는 3번째 칼집은 길게 낸다. 

길게 칼집 난 부분을 벌리고 반죽을 위에서 아래로 넣어 뒤로 빼내면 꽈배기 모양이 꼬아진다. 꾹꾹 눌러 고정을 하는 끝. 문 대표의 설명은 쉬웠다. 보기에도 쉬워보였지만, 서툰 솜씨는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봐도 참새가 매화나무에 앉아있는 모양은 내가 만든 반죽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몇 번 망쳤다 만들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제법 모양이 잡혀갔다. 뽕잎 가루와 백년초 가루를 넣어 빻은 반죽을 활용해서도 모양을 만들었다. 연분홍, 청록의 매작과가 완성되며 더욱 알록달록해졌다. 이후 기름 솥에 반죽을 넣어 튀긴다. 튀기는 과정은 3번 반복한다. 이후 물엿으로 코팅해 포장하면 끝이다. 깨끗한 기름에 반죽을 넣자 제법 고소한 냄새가 났다. 색깔이 입혀지면서 먹음직스러운 색감도 났다.

 

포장 역시 중요한 과정이다. 다물한과의 한과는 약과, 쌀강정, 매작과, 유과, 참깨강정, 검은깨강정으로 구성됐다. 약과에 잣, 해바라기씨로 모양을 더하자 곡식 그대로의 색감이 살아난 매작과부터 분홍과 청 녹의 조화를 이룬 유과, 검은깨의 향연이 이어지는 강정까지…. 그야말로 아름다운 한과 박스가 완성됐다. 그 어떤 포장보다 한과 그 자체가 더 기품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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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작과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있다.
■ 올 추석선물, ‘한과’ 어떠세요?

다물한과에서는 찹쌀을 2주 동안 삭히고 갈아서 찐 다음, 손으로 반죽해 절단하고 말리기까지 모두 수작업을 한다. 이후 튀기고 가루를 입히는 포장과정만 자동화로 한다. 기계 사용이 보편화 된 시대에, ‘전통’의 방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맛 때문이다. 한과의 맛은 튀기기 전 손으로 하는 작업과정이 좌우한다.

 

지금은 기계식 작업이 일반화됐지만, 예전에는 명절만 되면 대가족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직접 한과를 반죽하고, 튀기며 웃음꽃도 피웠다고 한다.

 

문 대표는 유과 등 우리 고유 과자인 한과가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문 대표는 “어릴 때 할머니께서 밥을 많이 먹고 나면 유과 한두 개를 꼭 주셨어요. 배가 부른 데 왜 유과를 주실까 궁금했는데, 유과를 소화제 대신으로 주신 것이었어요. 요즘 식후에 먹는 디저트 겸 소화제로 조상은 유과를 먹은 거지요. 실제 유과에 묻은 조청은 소화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어 고기 등을 먹은 후에 한과를 먹는 것도 좋아요.”

 

처음에는 기계화가 보편화 된 시대에, 굳이 힘들게 손작업을 하는 게 과연 효율적일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묵묵히 손으로 반죽하고 모양을 만드는 문 대표와 다물한과의 직원들을 보면서, 전통의 맛을 살리려면 이 정도의 수고는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맛을 사로잡는 초콜릿부터 달콤한 과자까지, 간식이 넘쳐나는 시대이지만 올 추석엔 우리 고유의 과자인 한과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곡식의 향은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니 말이다.

 

정자연기자

사진=조태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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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스럽게 반죽한 매작과를 튀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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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한과 고르는 팁!

묵은 냄새·지나치게 선명한 색상 일단 의심을

선물로 한과를 고를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 중 하나는 ‘과연 어떤 게 좋은 한과인가?’ 하는 부분이다. 시중에 나온 한과 중에서 맛좋고 건강에 좋은 한과는 어떻게 고를까. 정호영 다물한과 기획실장에게 물어봤다.

 

우선, 한과에서 오래된 냄새가 나거나 기름 냄새가 나면 좋지 않다. 기름은 한 번 쓰면 버리지만, 오래 쓰는 곳이 종종 있기도 한다. 사용된 기름과 물엿이 신선한지 알아보려면, 샘플로 나온 한과의 냄새를 맡아 상태를 확인하면 된다. 한과에서 기름 냄새가 많이 난다면 오래됐거나 재료가 신선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든 지 오래된 한과면 색이 바래있을 수 있다. 한과의 색감이 너무 선명해도 좋지 않다. 인위적으로 색을 내기 위해 인공색소를 사용했거나 방부제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기 전 샘플을 맛봐 곡식을 볶은 향긋한 냄새가 나고, 색감이 적당한 한과를 선택하면 된다. 가격이 저렴하다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다. 재료의 상태가 가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과에는 제품 성분 표시가 잘 돼 있으니 꼼꼼하게 살펴보고 비교하면 된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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