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합창단이 지난 3월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제172회 정기연주회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를 열었다.
공연은 1부 루이스 바칼로프의 ‘미사탱고’, 2부 ‘창작칸타타 달의춤, 조국의 혼’으로 구성됐다.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라는 공연명이 어색하지 않은 것처럼 탱고에 담긴 정서는 우리 민족이 가진 그것과 많이 닮았다. 탱고는 우리나라처럼 굴곡진 역사를 가지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음악이다. 흔히 탱고를 사랑과 유혹의 음악으로 여기지만, 본래 탱고는 우울하고 격렬한 감성을 담았다.
앞서 국립합창단은 3.1절 99주년을 맞아 기획공연<한국의 혼>을 지난달 1일 선보였다. 탁계석이 구성곡인 <달의 춤>과 <조국의 혼>의 대본을 쓰고, 우효원과 오병희가 각각 작곡을 맡았다.
27일 공연에는 소리꾼 고영열과 전영랑, 국악기 연주자 장광수, 정은, 이경은, 김민아, 연제호, 조규식 등이 출연했다. 국립합창단과 국악 연주자들이 함께했다.
작품은 한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세련된 조화로움으로 전달한다. <달의 춤>은 우리 민족이 살아온 삶의 희노애락과 정서를, <조국의 혼>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 정서라 할 수 있는 흥과 한을 주제로 민족의 고난 극복을 보여준다.
모든 성악곡을 이루는 건 가사이기에 가사가 합창곡의 성격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다. <달의 춤>에서 시적인 가사는 이미지처럼 그려진다. 어둠과 푸른색, 눈물 많은 새, 별과 바람, 나비, 불, 달 등… 한국인이 친숙하게 여기는 상징이 등장한다. 쉽게 감정을 투영할 수 있는 소재를 사용해 몰입이 편안하다. ‘엄마야 누나야’, ‘새야새야’, ‘밀양 아리랑’ 등 귀에 익은 곡이 들려 더욱 그렇다.
오케스트라와 국악기가 어우러지는 반주와 함께 소리꾼 고영열과 합창단의 호흡이 자연스럽다. 합창단의 목소리가 소리꾼의 소리를 탄탄히 받쳐주는 느낌이 이색적이다.
<조국의 혼>은 음악서사시로 한민족의 흥과 애환, 고비마다 역경을 이겨낸 민족의 힘찬 기백을 나타낸 곡이다. <달의 춤>보다 웅장하다. 관객을 긴장시키는 노련한 강약 조절이 돋보인다. 흥(興), 한(恨), 비(悲), 희(希) 등으로 곡을 구성해 주제에 맞게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
‘흥(興)’에서 타악을 맡은 연주자의 독주가 하이라이트다. 윤의중 지휘자와 타악 연주자가 몸짓을 주고받으며 호흡을 맞추는 드문 모습이 객석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어 ‘한(恨)’과 ‘비(悲)’는 한민족의 한을 되새기는 구슬프고 애절한 정서를 담아 여운을 남긴다. 청소년 합창단이 ‘희(希)’를 노래하며 힘차게 공연을 마무리 짓는다.
이번 창작칸타타에서 느껴지는 우리네 한의 정서는 탱고와 비슷하다. 그러나 작품이 ‘한국적’이기에 차이가 있다. 심오한 인생을 전하는 탱고의 가사와 달리 <달의 춤>과 <조국의 혼>의 가사는 서정적이고 친근해 더욱 와닿는다. 또 탱고 악기인 반도네온의 묘한 선율 대신 구슬픈 대금과 해금 소리, 가슴을 치는 북소리가 울린다.
국립합창단과 소리꾼, 오케스트라와 국악기의 하모니는 시종일관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어느 하나 과하지 않아 오히려 큰 시너지를 일으켰던 무대다. 다만 공연 초반 소리꾼의 가사가 잘 들리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탁계석 대본가는 “이번 작품을 각각 독립된 칸타타로 확장할 계획”이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세계의 레퍼토리로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진다”라고 밝혔다.
이 말처럼 우리만의 색깔을 담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세계적인 작품이 되길 기대해본다.
손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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