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맞아 정부가 ‘제본책’ 단속에 나서기로 했지만 정작 제본책을 생산해내는 대학가는 시큰둥한 분위기다.
3일 경기도 내 대학가에는 수많은 복사업체(복사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학회 포스터나 강의 보고서, 현수막 등을 인쇄함은 물론 교재나 도서 등을 제본해준다고 간판에 내걸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일부터 29일까지 대학 교재 불법복제 행위를 집중 단속키로 하고, 특별단속반까지 구성한다는 입장이지만 ‘제본’ 행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수원 성균관대학교 인근에서 25년 이상 복사집을 운영 중인 A씨는 “개강하면 ‘도서관 전쟁’이 시작된다.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빌리고 그 책으로 수십 명의 학생이 제본을 요청한다”며 “요즘 워낙 책값이 비싸 학생들이 제본책을 이용할 수밖에 없으니 어쩌나. 우리도 그걸로 먹고산다”고 말했다.
아주대학교 근처의 다른 복사집 사장 B씨도 “매장 입장에선 제본책이 어떻게 쓰일지 분간할 수가 없다”며 “개인이 책을 구매하고 따로 복사해 소장하려는 용인지, 교재비를 아끼려고 여럿이 한 권의 책을 복사하는 용인지 모르니 모두 제본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단속에 나서더라도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는 이상 모든 복사집이 벌금만 내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이 같은 대학가 복사업소는 물론 불법복제물 전자파일 생산, 유포자도 잡을 계획이지만 학생들의 목소리도 무덤덤하다.
한 대학교에서 만난 대학생 C씨는 “한 권당 5만 원이 넘는 책을 여러 권이나 살 형편이 안 돼 제본을 선호한다”며 “어떤 학생들은 선배한테 물려받은 책을 복사 맡기고 팔면서 약간의 용돈을 챙기기도 하는데 이러한 것을 어떻게 단속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출판업계는 창작자의 사기 진작 및 사회적 저작권 인식 개선을 위해 ‘대학가’부터 많은 동참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관계자는 “책을 불법 스캔하거나 유포하는 등 저작권법을 위반하지 않길 바란다”며 “출판 관련 단체들도 대학가에 저작권 침해 예방 캠페인 등을 병행하면서 저작권 인식을 높이는 데 앞장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연우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