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세가 되면 강제출국… “언제까지 떠돌아야 하나요”
“고려인 4세는 외국인이라 열아홉 살이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니… 말 그대로 이주와 이주를 반복하는 떠돌이 삶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만 19세가 되면 한국에 있는 부모와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 고려인 4세들이 여전히 국내 정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랑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현행 ‘재외동포법’에 따르면 고려인 3세까지 재외동포로 인정해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으나 4세 이후는 외국인으로 분류된다. 4세라 해도 미성년자는 방문동거비자(F-1)를 받아 부모와 함께 한국에 머물 수 있지만 만 19세가 되면 재외동포 제외 적용을 받아 한국을 떠나야 한다. 강제 출국인 셈이다. 성인이 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만 19∼24세 때 대학진학을 못 하면 가족과 헤어져 살든가, 아니면 90일짜리 관광비자로 본국 입ㆍ출입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어 국내 취업도 할 수 없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지난해 7월 한국 땅을 밟은 고려인 4세 김이겐나디씨(23)가 그렇다. 그는 자동차 부품공장과 호텔 카운터에서 일하는 아빠, 엄마가 살고 있는 안산에 정착했다. 부모님과 한지붕 아래 살기까지 단기비자를 받아 수차례 러시아를 오갔다. 그의 동생 김슬라바군(18)은 러시아에서 고1을 자퇴하고 지난 5월 한국에 왔다. 한국말이 서툰 김군은 현재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 내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안녕 공동체학교’에서 기초적인 한국어를 배우며 고등학교 진학을 꿈꾸고 있다. 김군은 “나는 한국인이다”며 “한국말을 못해 완벽한 한국인은 아니지만 가족과 한국에서 살게 돼 좋고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두 형제는 한국이 좋지만 불안한 정주여건 때문에 이래저래 낯설고 조심스러운 나라가 한국이라고 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안산 경일관광경영고 1학년에 재학 중 박올가양(18)은 대학진학 후 승무원이 되는 게 꿈이다. 그러나 3년 후엔 한국에 있는 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이제 첫 돌을 갓 지난 남동생과 생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에 항상 불안감이 크다. 올가양의 소원은 딱 하나. 고려인 2세 할머니부터 3세 엄마, 아빠 그리고 4세인 동생과 행복하게 사는 것.
안산글로벌청소년센터 관계자는 “고려인 학생들은 만 19세가 되면 유학비자(D-2)를 받아 재입국하든가 비전문취업비자(E-9)로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한국어 문제로 대학진학이 쉽지 않아 유학비자를 받는 게 쉽지 않다”며 “정부가 올 초 고려인의 안정적인 국내 체류를 지원하고자 재외동포법 시행령의 3세 제한 규정을 없애고 직계비속으로 전면 확대하는 개정안이 빨리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재원ㆍ강현숙ㆍ설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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