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과 소통하는 무용은 이래야 했다. 경기도립무용단의 제42회 정기공연작 <련, 다시 피는 꽃>은 모처럼만에 만난 한국무용극의 가작(佳作)이었다. 지난 8~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공연은 무용수들의 화려한 춤, 뛰어난 미장센, 탄탄한 이야기, 입체감을 더한 음악 등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빛을 발했다.
이야기의 큰 줄기는 권력자의 탐욕과 궁중 질투, 약자의 시련, 소생이다. 사실,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 하지만, 이런 진부함은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과 라이브 연주, 무대효과, 잘 짜인 극의 조화가 어우러져 색다른 감동의 무용극으로 만들어졌다.
경기도립무용단원들의 춤사위는 군더더기 없었고, 기량은 출중했다.
1장에서 제의를 올리는 장면에서 무용수들이 작은 장구를 들고 추는 춤, 2장 서련이 해금을 연주하며 보이는 춤사위, 3장 군사들의 군무, 5장의 이고무 등 장마다 절정으로 치닫는 무용은 경기도립무용단의 역량을 충분히 관객들에게 보여줬다. 서련 역의 이나리ㆍ이선명단원은 역할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해금을 연주하며 아름답게 무대 위를 날아다니는 서련의 모습은 말 그대로 황홀했다.
가장 압도적인 장면은 5장의 서련의 소생을 이끌어내는 춤과 연기였다. 주술적 행위와 어우러져 대규모 북 연주를 펼치는 무용수들의 절도있는 몸짓과 열연, 잘 맞춰진 군무가 극장을 꽉 채우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국무용이었지만, 한국무용의 틀에만 갇히지 않은 점 역시 세련미를 더했다. 서련과 도담이 사랑을 말하는 장면은 발레의 느낌이 어우러졌다. 왕이 서련을 탐하려는 장면에서는 관능적인 몸짓과 분위기가 무용수들의 춤사위로 표현됐다. 2020 시즌제 공연을 준비하는 경기도립무용단의 미래가 충분히 기대되는 무대였다.
또 다른 주인공은 현장에서 연주된 곡이었다. 팀파니와 바이올린, 첼로 서양악기와 대금, 해금 등 국악기의 하모니가 무용수들의 몸짓, 표정 하나하나와 들어맞으며 극에 시너지 효과를 냈다.
100분간의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다. 무대에 오른 무용수들과 감독, 출연진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격려하고 환호했다.
김충한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은 부임 이후 ‘관객과의 소통, 공감, 감동’을 줄곧 강조해왔다. 관객들의 반응만 보더라도 ‘그들만의 예술’이 아닌 도민, 대중과 함께하는 무용예술을 선보이겠다는 그의 의지가 충분히 발현된 무대였다.
경기도립무용단의 <련, 다시 피는 꽃>은 오는 28일 오후 8시 고양 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또 한 번 관객과 만난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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