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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장애인을 위한 공연 모델 제시한 경기도문화의전당 <알퐁스도데의 별>
문화 리뷰

[공연리뷰] 장애인을 위한 공연 모델 제시한 경기도문화의전당 <알퐁스도데의 별>

공연이 시작되자 일부 관객은 눈을 감았다. 흰 지팡이를 짚고 온 시각장애인들은 몸을 가다듬으며 집중했다. 무대엔 화려한 장치와 소품 대신 라이브 음악을 들려줄 연주자 5명이 악기 앞에 앉았고, 주연 배우들은 맨발로 정장을 입은 채 무대에 올랐다. 사물 고유의 소리를 담당하는 폴리아티스트 두 명이 무대 양옆에 자리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문화의전당이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라이브 사운드 드라마 <알퐁스 도데의 별>을 선보였다.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음성 해설 대신 온전히 배우와 음악, 음향, 효과음만으로 극을 채웠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 무대에 오른 배우들과 연주자들은 재치있는 설명으로 가볍게 분위기를 풀었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 있는 산 뤼브롱의 대자연과 알퐁소의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향한 사랑, 별들의 속삭임이 한 시간여 동안 귓가에 쏟아졌다. 눈을 감아도 부엉이와 귀뚜라미 소리가 밤을 느끼게 했고, 분주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이 산 뤼브롱의 아침을 알렸다. 요란한 비의 천둥소리는 폴리 아티스트가 섬세하게 흔드는 패널 소리가, 알퐁소가 스테파네트의 몸을 녹이려고 피우는 모닥불 소리는 뽁뽁이가 대체했다. 옷 입는 소리, 침구 펴는 소리,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 등 일상의 소리와 자연의 소리 하나하나가 무대 위에서 구현됐다.

음성 해설의 빈자리는 극 중 상황을 배우 대사에 녹여서 전달했다. 이를 구현하는 덴 특별한 음향장치가 사용됐다. 먼 곳과 가까운 곳에서 벌어지는 상황, 상하, 좌우의 각각 다른 공간감을 소리로 재현하고자 벽면과 천장에 60여 개의 스피커로 이머시브 사운드(Immersive Sound) 시스템을 구현했다.

무대 한쪽에서 효과음을 만들어내는 폴리아티스트들의 움직임도 또 다른 볼거리였다. 공연을 관람하러 온 김상균 성남아트센터 무대운영부장은 “옛날 라디오를 듣는 새로운 느낌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며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눈을 감고 공연을 즐겨도 좋은 새로운 모델로 정립해도 좋을 듯 하다”고 말했다.

소리만으로 공간이나 모든 상황을 대체하기엔 아쉬운 점이 있었고, 중간 중간 대사가 잘 들리지 않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은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구종회 경기도문화의전당 무대기술팀 총연출은 “이번 경험을 통해 다른 공연장에도 노하우를 알리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공연 등 장애인이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바람처럼 이번 공연을 계기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연 모델이 개발되길, 새로운 공연 문화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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