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관현악으로 빚어낸 동·서양의 하모니
전통악기 소리·현시대 음악 조화… 국악의 새로운 방향 제시 돋보여
원일, 그리고 경기도립국악단만의 음악이었다. 지난 6일 저녁 8시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린 경기도립국악단 기획공연 <반향>에는 다른 형용사를 붙이는 게 의미가 없는 듯하다.
보통이 아닐 거란 예상은 했다. 국악에선 보기 드문 ‘콘서트 메디테이션’을 접목하고 관객 참여형 콘서트로 전례 없는 형식을 예고했다. 영상과 무용도 아우른다 했다. 공연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다. 장르의 파괴이자 독창적인 무대였다. 1장부터 9장까지 음악이 끝나는 90여 분 동안 공연장의 그 모든 시간이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삶과 죽음, 공포와 침묵, 흑과 백, 동양과 서양, 이분법적인 것들이 국악관현악으로 하모니를 이뤘다.
막이 오르고 관현악 ‘천장’과 진혼곡 ‘Bardo-k’가 연주됐다. ‘천장’이 국악기와 탬버린, 트라이앵글까지 아우르며 삶과 죽음을 말했다면, 여창가객 강권순과 용인시립합창단이 함께 하는 ‘Bardo-k’는 죽은 이가 저승으로 천도가 되기까지 머무는 ‘살고도 죽은, 죽고도 산’ 상태를 이르는 티베트어인 바르도(Bardo)의 분위기를 음악적으로 묘사했다. 강권순과 용인시립합창단의 목소리는 산자의 슬픔과 고통, 절규, 죽은 자를 향한 위로를 고스란히 관객에 전달했다. 존 케이지의 ‘4분 33초’와 관객 참여형 공연인 ‘현악영산회상 中 상령산’은 메디테이션 공연의 취지를 잘 살렸다.
뒤이어진 무대들은 전통 악기의 소리를 현시대에 작곡된 음악으로 아름답게 드러냈다. 무대 연출과 기획 역시 매우 세련됐다. 무용수가 무대로 나와 국악에 맞춰 춤을 출 땐 땅에 기반을 둔 국악의 본성, 공중으로 치솟으려는 발레의 속성이 아슬아슬하게 동양과 서양의 것을 자연스럽게 빚어냈다. 유희경의 시 ‘구름은 구름처럼 구름같이 구름이 되어서’를 편곡한 곡에서는 영상으로 시를 선보이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귀와 눈으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 애써 현대적으로 변신하려고 하지 않았다. 한국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국악을 애써 살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국악의 ‘변신’, 국악의 ‘재탄생’이 아니라, 우리 악기로 만들어 낸 현재의 음악이자 이야기, 울림이었다.
한류가 세계무대에서 넘실대고, 케이팝이 주목받으면서 국악의 정체성과 방향에 대한 고민 역시 깊은 시기다. 경기도립국악단의 <반향>은 국악이 어떻게 현시대와 소통하는지, 또 미래의 음악이 되는지를 잘 보여줬다.
<반향> 공연을 앞두고 만난 한 국악단원은 “새로운 길을 가는 거라 설레면서도 두렵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너무나 떨린다”라는 말을 했다. 단언컨대, 경기도립국악단의 새로운 길은 그게 무엇이든 흥미롭고, 감각적이고 신선한 여정이 될 거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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