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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경기필과 마시모 자네티가 전한 앤솔러지 IV "음악이어야 한다"
문화 리뷰

[공연 리뷰] 경기필과 마시모 자네티가 전한 앤솔러지 IV "음악이어야 한다"

▲ 경기필1

6개월여 만의 만남이었다. 연주자들은 환한 미소로 관객은 박수로 서로를 맞이했다. 기약없는 만남을 고대했던 이들은 무대에 불이 켜지자 오래도록 응시했다.

지난 18일 오후 5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앤솔러지 시리즈 IV - 모차르트&베토벤’이 무대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년 간 관객에 닫혔던 대극장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 속 진행하는 첫 대면 공연인 만큼 철저한 사전 방역 작업도 필요했다. 티켓은 대극장 1천514석 중 30%인 438장만 열었다. 객석은 ‘거리두기 좌석제’를 시행해 관객들이 지그재그로 앉아 겹치는 접점을 최소화했다. 관객들은 입구에서 발열체크 등을 하고 마스크를 낀 채 공연을 지켜봤다. 관객의 동선을 최소화하고자 공연 중간 인터미션도 없앴다.

▲ 경기필2

긴 기다림이었던 만큼 음악은 더 빛났고 묵직한 메시지를 줬다. 앤솔러지 시리즈 네 번째 무대는 70명의 합창단이 출연하는 말러 교향곡 3번을 연주할 예정이었으나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트라우스 등 프로그램을 소규모 편성으로 변경했다. 소규모 편성에도 무대 위 음악의 울림은 대극장을 가득 메웠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생을 마감하기 전 각각 완성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과 베토벤 현악 사중주 16번(오케스트라 버전)은 두 음악가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객석으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피아니스트 이진상의 연주는 음표가 날개를 단 듯 명쾌했다.

관객이 지그재그로 앉고 사람 대신 음악이 공간을 채우다 보니 시야도 넓어졌다. 공연장이 북적이지 않은 탓에 연주자들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여유롭게 제대로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공연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무대는 관객에게 많은 여운을 남겼다. 고양에서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수민씨(43)는 “코로나 사태 이후 공연장을 찾은 것이 처음인데, 멋진 음악을 들은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공간에 다시 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좋고, 감격스럽다”면서 “공간을 넉넉하게 쓰니 감염 걱정 없이 공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경기필3

이우종 경기아트센터 사장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관객 비중을 안정적으로 늘려 하반기 시즌제 공연 때는 50%의 관객이 공연장에 들어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공연 프로그램 중 하나인 베토벤 현악 사중주 16번 제4악장에는 ‘Muss es sein?(그래야만 하는가?)’ ‘Es muß sein.(그래야만 한다.)’ 라고 적혀있다. 마시모 자네티는 앞서 진행된 온라인 인터뷰에서 “나에게 이 질문은 ‘음악이어야 하는가? 그렇다, 음악이어야 한다’ 이다. 음악은 삶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음악이 지속할 수 있게, 삶이 지속할 수 있게 공연장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 날이 오길 기대한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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