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탈’, ‘누락’은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고 숨기고 싶은 것들이다. 사회에선 화려하고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가도 혼자 있을 때는 한 없이 작아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모습을 숨기려 한다. 사회는 남들 눈에 멋지고 성공한 부분만 주목하기 때문이다.
누락되고 유실된 것을 주목하고 조명하는 작가가 있다. 내달 18일까지 협업공간 한치각에서 개인전 <못-된 MOT>을 진행하는 김윤아 작가다.
김윤아 작가는 버려진 패브릭을 이용해 관객들과 소통에 나선다. 김 작가는 관객들에게 “나는 이런 것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당신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나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작품을 통해 풀어낸다.
그는 7년 전 우연히 접하게 돼 누군가는 버린 것이지만 본래 가진 습성을 이용해 세상이 주목하지 않은 ‘누락’을 표현한다. 그가 가지고 온 헌옷은 사람들이 입고 생활해 묻어 있는 생활 때, 음식을 먹다 흘린 자국 등 흔적이 남아있는 것들이다. 김 작가는 “헌 옷 주인들이 아무리 세탁을 해도 안감, 소매 부분에 그들의 흔적이 남아있다”며 “헌 옷을 세탁하고 탈색하고 염색해 작품에 재료로 쓰이지만, 이것들이 가진 원시성은 버리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윤아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힘들었다고 전한다. 오는 31일 협업공간 한치각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각살롱> 역시 코로나19 상황으로 개최할 수 없게 돼 아쉽다고 말한다. <각살롱>은 비평가와 함께 작가의 이야기를 심도 있게 전하는 프로그램으로 김윤아 작가 인터뷰 영상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꾸준하게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못-된 MOT>에서 선보인 작품들 역시 대면 활동을 활발히 할 수 없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작업하고 발표한 신작들로 구성됐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전시, 프로그램이 취소됐다. 하지만 여전히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게 많다”며 “내가 보는 세상과 타인이 보는 세상이 다른 만큼 또 다른 관점을 소통하면서 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누락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다. 나에겐 이 누락이 잘 보이고 누락들을 아름답게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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