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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용의 더 클래식] 버림받을 위기에 처했던 빛나는 두 협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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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용의 더 클래식] 버림받을 위기에 처했던 빛나는 두 협주곡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에게 단번에 연주 거절을 당한 이 두 작품은 오늘날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는 차이코프스키의 대표곡이자 음악사를 통틀어 손꼽히는 협주곡에 드는 명곡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그러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은 언제나 있는 법이다. 독일의 명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였던 한스 뵐로라는 사람은 이 <피아노 협주곡>의 악보를 받아들고는 무척이나 감동한 나머지 미국으로 연주여행을 떠나 직접 초연하기에 이른다. 청중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후에 이 곡의 진가를 뒤늦게 깨달은 루빈스타인도 그에게 미안함을 표했다.

또한 차이코프스키가 남긴 단 한 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아우어에게 거절당한 이후 한동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작곡된 지 4년 후인 1881년 빈에서 아돌프 브로즈키란 바이올리니스트와 세계적인 악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피아노 협주곡 초연 때와는 달리 반응은 매우 차가웠다. 그것은 이 길고 어려운 작품을 처음 연주하는데도 불구하고 리허설이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혹평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런 혹평에도 이 곡이 바이올린 협주곡의 걸작이란 믿음을 잃지 않은 바이올리니스트 브로즈키 덕분에 그 후에도 자주 널리 연주되었다. 그 결과 청중의 사랑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애초 ‘연주 불가능 판정’을 내렸던 아우어조차 이 작품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 곡의 위대한 해석자가 되어 자신이 연주함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가르침을 전하게 된다.

한스 폰 뵐로와 아돌프 브로즈키가 차이코프스키 작품들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뒤늦게라도 루빈슈타인과 아우어가 이 작품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우리는 협주곡에서 최고로 빛나는 두 곡을 모르는 채 살아가야만 했을 것이다.

정승용 작곡가ㆍ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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