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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용의 THE 클래식] 숨어 있던 만학도 차이콥스키의 음악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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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용의 THE 클래식] 숨어 있던 만학도 차이콥스키의 음악 열정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을 가진 차이콥스키는 조금 늦은 나이에 음악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의 부모님은 그를 음악가로 키우기보다는 법률을 전공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공무원이 되길 바랐기 때문에, 그의 음악적 재능과 감성은 무시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음악을 사랑했던 어머니의 성향을 그대로 받은 그는 공무원 일을 그만두고 1861년 스물한 살 나이에 안톤 루빈슈타인이 설립한 상트 페테르부르크 음악원에 입학하여 음악 수업을 받게 된다. 숨어 있던 음악성은 그곳에서 빛을 발하게 되고, 3년 후인 1864년부터는 안톤 루빈슈타인의 동생인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이 설립한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10년 동안 교편을 잡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음악 인생은 절대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족족 퇴짜를 맞는 등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런 그는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현실을 피하기 위해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게 되고, 이때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것은 바로 부유한 폰 메크 부인과의 인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음악가를 후원하는 돈 많은 미망인, 이것이 바로 차이콥스키와 폰 메크 부인과의 관계이다. 평소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무척이나 좋아한 폰 메크 부인은 13년 동안이나 차이콥스키를 경제적으로 후원했다.

이런 폰 메크 부인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졌던 차이콥스키는 <교향곡 4번>을 만들어 그녀에게 바쳤다. 그리고 이들의 각별한 우정은 그가 이 곡을 작곡하는 도중 그녀에게 보낸 편지와 이 교향곡의 표지에 적힌 ‘나의 가장 좋은 벗에게’란 말에서 잘 드러나 있다.

“나는 이 작품을 당신에게 바치고 싶어요. 당신은 이 속에 당신의 생각과 느낌이 담긴 것을 분명히 찾아내리라고 봅니다.”

이렇듯 그는 어떤 곡을 만들기 시작할 때마다 그때의 심정을 담은 편지를 곧잘 그녀에게 보내 자신의 생각과 느낌들을 전하곤 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의 관계는 참 미묘하고 의문스러운 부분이 많았는데, 그것은 이들이 단 한 번도 만남을 갖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려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을 오로지 편지로만 왕래했던 것이다.

정승용 작곡가ㆍ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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