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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잃은 사회적 합의, 택배노조는 왜 계속 파업할 수밖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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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잃은 사회적 합의, 택배노조는 왜 계속 파업할 수밖에 없나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파업에 돌입한 지 8일째인 4일 오후 광주시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 배송되지 못한 물품이 쌓여 있다.조주현기자
전국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파업에 돌입한 지 8일째인 4일 오후 광주시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 배송되지 못한 물품이 쌓여 있다. 조주현기자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택배산업이 필수로 자리잡았지만, 계속되는 노조의 파업(경기일보 2021년 12월31일자 6면)으로 이용자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노사 대립이 지속되는 배경으로 업계 구조의 문제가 지목되고 있는 만큼 사측의 적극적인 책임 이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는 지난해 12월2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는 쟁의권을 가진 조합원 1천650명과 자발적인 참여자가 함께하고 있으며, CJ대한통운이 배달하는 물량 중 하루 평균 40만건 안팎의 배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노사 대립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택배업계의 특수한 고용 구조가 있다. 택배사는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다시 대리점이 개인사업자인 기사와 계약한다. 이 때문에 원청인 택배사는 택배기사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성립되지 않으며, CJ대한통운 역시 이런 이유로 노조와 교섭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선 사회적 합의도 노사 단체교섭이 이뤄지지 못해 정부가 나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던 것이다. 결국 노조는 교섭에 불응하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제기했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이를 인정했다.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에 대해 사용자(고용주)의 위치에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한 28일 오전 광주시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조주현기자</p><p>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가 택배 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을 시작한 지난달 28일 오전 광주시 CJ대한통운 성남터미널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조주현기자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다시 제기했고 현재에 이르렀다. 전문가 집단은 파업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을 우려하면서도 택배업계의 고용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택배산업이 우리 생활에 필수적으로 자리잡은 만큼 빈발하는 노사 양측의 이해관계 조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택배 현장에선 대리점이 경영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하는 게 아니라 택배사가 ‘진짜 사장’인 건 너무나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사측은 갈등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노사 갈등이 지속되면 사회적으로도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택배 파업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노동자와 대리점, 원청으로 이뤄지는 비정상적인 업계 구조 탓”이라며 “원청 입장에선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교섭에 응하는 게 소송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원만한 대화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번 사안을 CJ대한통운만의 사안이 아닌 업계 전반의 문제로 키워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수수료 문제가 터진 건 CJ대한통운이지만, 택배업계의 구조를 고려하면 어느 회사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CJ대한통운만의 개별적인 문제로 접근할 게 아니라 산업 전반의 문제로 인식하고 상시적인 논의 기구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진단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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