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린체는 지역마다 다른 원주민 언어를 잘 알고 있었고, 특히 나우아어와 베라크루스-타바스코 지방의 마야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기에 코르테스는 그녀를 ‘이 렝구아(나의 혀)’라고 부르며 통역을 맡겼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그의 정부가 됐다.
말린체는 코르테스의 통역사가 되어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나 따라다녔고, 통역을 위해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말린체는 코르테스에게 당시 메소아메리카 전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테노치티틀란과 주변 부족국의 사정을 알려줬고, 족장들이 콰우테목 황제에게 가지고 있는 불만까지 알려주는 정보원 노릇도 했다.
역사적 사건인 ‘촐룰라(Cholula) 부족의 음모’를 말린체가 코르테스에게 밀고하면서 아스테카 제국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던 틀락스칼라 부족과 동맹을 맺는 계기가 됐다. 이 사건으로 코르테스는 말린체를 더욱 가까이 두게 됐고, 에스파냐에 아내가 있음에도 그녀를 정부로 삼았다.
코르테스는 그녀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주변 소국과 함께 테노치티틀란 정복 계획을 세웠다. 1521년 아스테카 제국은 코르테스 침략군 앞에 힘없이 무너졌으며, 그녀는 코르테스의 정복계획에 도움을 주었다. 만약 말린체가 돕지 않았다면 그의 승리는 훨씬 힘겨웠을 것이고, 아스테카 제국은 침략자의 말발굽에 짓밟히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역설적인 추론을 해본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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