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잇다] 대치 극복 협치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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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지사는 국민의힘 도의원들과 협치를 놓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②경기도의회 전경 ③김진표 국회의장은 7월4일 국회의장 당선 인사에서 “여야는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④여야가 후반기 국회 원 구성 문제를 놓고 53일간 국회 공백을 초래, 여론의 비난을 자초했다. ⑤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다음날인 3월10일 오전 국회에서 당선 인사 기자회견을 하며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국회, 허니문 기간 ‘소통’ 말뿐… 여야 원구성 깊은 상처

도의회도 ‘판박이’… 김동연 지사·국민의힘 도의원들 ‘동상이몽’

국정운영의 경우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3월24일 민주당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어 “국회와 함께 잘 소통해서 협치를 이끌어가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다음날인 25일에는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을 통해 축하 난을 전달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안보와 민생에는 여야가 없기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화답하며, 국회 존중과 소통을 당부했다. 이어 4월8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되고 5월29일 62조원 대의 추경안을 통과시킨 뒤 전반기 임기가 끝났지만 후반기 원 구성을 놓고 여야의 지루한 공방전으로 53일간 국회 공백을 초래, 여론의 비난을 자초했다.

54일 만에 민생를 외면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에 떠밀려 가까스로 합의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야는 각각 다수야당의 협치, 집권여당의 협치를 먼저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해 ‘입법독주’, 민주당은 정부·여당을 향해 ‘국정독주’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자극하기도 했다.

도정 역시 국회와 여야가 뒤바뀌었을 뿐 공방을 벌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책 조정의 낮은 수준 협치부터 주장하는 민주당 소속 김동연 지사에 대해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협치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남경필 전 지사가 펼친 연정수준의 협치를 주장하며 맞서, 도의회 원 구성도 못하는 파행이 이어졌다.

김진표 후반기 국회의장 “송무백열, 여야는 좋은 친구” 일성

담판 중심 협상문화, 토론 중심 여·야·정 협치문화로 변화 기대

국회에서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는 동안 김진표 의장(5선, 수원무)이 내세운 ‘협치’가 시선을 모았다.

김 의장은 지난 달 4일 후반기 국회의장 당선인사에서 “송무백열(松茂柏悅), ‘소나무가 무성하니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말처럼 여야는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며 협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정부에서 일할 때 ‘미스터 튜너’ 즉 ‘조정자’로 불렸다. 81석 소수야당의 원내대표로 일할 때는 동물국회라는 오랜 악습의 고리를 끊어낸 국회선진화법 타협을 이뤄내기도 했다”면서 “조정과 중재에 능숙한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피력했다.

역대 국회의장 중 ‘협치’를 강조하면서 막판 법안 일방통행에 힘을 보태 비판을 받았던 사례가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김 의장의 협치 강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경제·교육 부총리 출신의 5선 중진인 김 의장은 덕망이 높으며 온화하고 합리적인 성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이번에도 거의 매일 여야 원내대표를 불러 협상을 주재해 마침내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그가 말한대로 ‘담판 중심의 여야 협상문화를 토론 중심의 여·야·정 협치문화로’ 바꾸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의 진단

대학의 정치학 교수들은 정치권의 협치에 대해 대선 공약 중 공통적인 부분부터 함께 추진하거나 대통령과 여당이 정책 방향을 제시한 뒤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들이 해결을 원하는 현안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부터 협치를 하고 조금씩 넓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협치보다는 책임정치를 강조하는 의견도 나왔다.

대선 공약 공통사안 구체적 합의 추진 통해 협치 확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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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출 건국대 교수

이현출 건국대 교수는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야가 대선 때 같이 공약한 사항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합의를 이뤄 추진해나가면서 협치를 확장해 나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여야가 거대 담론만 외치면 협치가 잘 안되니 일단은 대선 때 같이 약속한 것을 공통의 과제로 생각하고 같이 추진해 나가는 작업부터 하면 빠른 정책 추진 속도감도 낼 수 있고 협치 공간도 확장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거대 야당과의 당정협조에 대한 새로운 모델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간 흉금없는 대화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먼저 큰 정책들 제시해야… 지금은 방향성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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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국민대 교수

김경래 국민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먼저 방향성 내지는 어떤 큰 정책들을 제시해줘야 하는 데 그런 게 없는 것 같다”면서 “그러다보니까 뭘 어떤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협치를) 이야기를 해야 될지, 협치라는 게 지금 이뤄질 수 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의문을 표했다. 김 교수는 야당에 대해서도 “여당에 대해 먼저 (방향성 제시를)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를 하고 아니면 우리는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된다라고 제시를 해야 한다”며 “그런 방향성 제시 또한 야당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여소야대’ 윤석열 정부 책임정치 한계… 민생 협치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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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만 덕성여대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대통령과 여당이 협치를 하겠다고 해도 야당이 파트너십을 갖고 받아주지 않으면 나갈 수가 없다”면서 “대통령과 여야가 총체적으로 협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치 환경 등이) 그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않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민생이나 국가적으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국민들이 해결을 원하는 현안에 대해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들이 꽤 많이 있다”며 “이런 어려움이 협치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공간들을 잘 살필 필요가 있다”면서 “그래서 조금씩 협치를 넓혀가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협치가 안된다 그러면 한 쪽 진영에서의 확실한 책임정치 부분도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지방선거에서 압승했지만 (소수여당이어서) 책임정치 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무능·냉전적 사고 기반 극단주의·편가르기가 가장 큰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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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우 국민대 교수

윤경우 국민대 교수도 책임정치를 거론했다. 윤 교수는 “반드시 협치가 답이 아니다”면서 “협치와 대비되는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선 능력이 받쳐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능과 더 나아가 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극단주의와 당파적 편가르기가 협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치의 특성상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가 중요하다”며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상생의 철학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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