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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줌-in]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로 독립영화계 돌풍 일으킨 김세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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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줌-in]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로 독립영화계 돌풍 일으킨 김세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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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 감독. 찬란 제공

서로 죽일 듯이 달려드는 뒤틀린 모녀 관계를 담아낸 이야기로 독립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이 있다.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2021)로 첫 장편 연출작을 선보인 김세인 영화 감독(30)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내외 각종 영화제에 초청되고 수상하면서 화제 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비롯한 5관왕, 제10회 무주산골영화제 뉴비전상, 제2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발견 부문 대상 등을 받아 국내 유수 영화제를 휩쓸었다. 멜버른국제영화제, 에딘버러국제영화제 등 해외에서도 초청받아 이목을 끌었다.

 

영화가 지난달 10일 극장가에서도 개봉하면서 일반 관객들과 함께 하는 더 폭넓은 교류의 장이 열렸다. 12월 들어서는 한국영상자료원의 독립영화 연말정산 상영이나 지난 2, 3일 수원미디어센터에서 열렸던 제7회 수원사람들영화제에서의 관객과의 대화 자리 등을 통해서도 지역 곳곳의 관객들과 소통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가까운 인간 관계 속에서 쉽사리 표출할 수 없는 감정들, 몸과 몸이 가까워지거나 멀어지는 순간에 주목해 왔다. ‘뮤즈가 나에게 준 건 잠수병이었다’(2013), ‘햄스터’(2016), ‘불놀이’와 ‘컨테이너’(2018) 등의 단편에 이어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로 그의 행보가 이어진다.

 

그의 단편엔 불안정한 성장기에 놓인 인물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외로움에서 촉발된 다양한 감정들을 응시했던 김 감독은 문득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사실을 느꼈고 장편 연출작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준비했다. 최근 수원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2016년에 처음 트리트먼트를 쓰기 시작했을 때, 삶에서 직면했던 문제가 ‘엄마와의 관계’였다”며 “처음엔 무게 중심이 딸 쪽에 있었지만, 갈수록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균형 있게 다루는 방향으로 계획했다”고 회상했다.

 

그에 따라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보는 관객들은 엄마 수경과 딸 이정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고민에 빠진다. 엄마는 자동차로 딸을 받아버리고, 딸은 엄마의 스카프를 난도질하고, 서로 죽일 듯 달려들다가도 다시 가까워진다. 김 감독은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만 느껴지는 미묘한 감정의 골을 포착하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 이를 위해 젖은 속옷, 피다 버린 담배 꽁초 등의 물건으로 둘 사이의 심리적 거리감을 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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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포스터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세인 감독. 송상호기자

 

그는 사회적인 메시지 자체를 강조하는 데엔 재미를 못 느끼는 편이라 인물들을 묘사하는 데 더 흥미를 느낀다. 특히 그의 관심사는 모자라고 부족해도 자아와 내면을 조금씩 형성하는 인물을 바라보는 작업에 맞닿아 있다. 이는 평소 그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연결된다. 삶은 명쾌하게 정리될 수 없기에, 계속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불완전한 순간을 잠시 붙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는 주로 전체 대신 부분을 담는다. 신체의 일부나 얼굴로 화면을 채우는 구간들이 그렇다. 그는 이에 대해 “인물이 느끼는 촉감 등의 감각에 늘 관심이 많았다”면서 이로 인해 스크린을 메우는 피사체들의 몸에 주목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저마다 지닌 몸의 흉터나 피부의 촉감, 근육 형태에 생활 습관과 살아온 모습이 배어 있다고 여기며 작업을 이어 왔다.

 

김 감독은 정신 없이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는 차기작에 대해선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지금껏 그래 왔듯 어두운 감정을 다루는 일도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부드러운 감성을 풀어놓는 이야기도 시도해 보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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