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에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된다. 삼성은 용인시 남사읍에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단일 단지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기흥·화성·평택·이천에 있는 기존 반도체 클러스터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워낙 중량감 있는 발표라서 세세한 내용 검토에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다. 그중 우리가 주목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 발언이다. “지역 사회 발전 없이는 회사도 전진할 수 없다.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성장하자.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과감하고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지지 및 지원 의사 표시다.
통상 국가균형발전은 국가 정책의 어젠다다. 기업의 경영논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경영논리는 이윤추구를 근거로 한다. 입지는 이 이윤 추구의 핵심 조건이다. 교통 접근성, 고급 인력 접근성 등을 따진다. 여기에 생산 시설 집적화도 중요한 조건이다. 전국에 균등 분배하는 국가균형발전 논리와는 여기부터 안 맞는다. 그래서 정부가 아무리 강조해도 기업의 지방 이전이 지지부진하다. 혹여 이전한다 해도 그저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 회장의 발언이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지역 발전과 이에 대한 기여를 약속한 것으로 들린다.
구체적인 밑그림도 내놨다. 그룹 차원에서 10년 동안 60조원을 지역에 투자하기로 했다. 충청·경상·호남 등 비(非)수도권 지역을 분화했다. 충청권에는 반도체 패키지 특화단지(천안·온양), 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아산), 차세대 배터리 마더팩토리(천안) 등을 배치한다. 경상권에는 차세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부산), 스마트폰 마더팩토리(구미), 첨단 소재 특화 생산 거점(구미),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연구소(울산) 등을 세운다. 현재 광주 사업장에서 생산 중인 가전제품을 프리미엄 제품군(群) 중심으로 확대 재편해 스마트 가전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
지역상생을 위한 직접 투자 계획도 밝혔다. 60조원 외에 10년간 3조6천억원이다.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국내 협력사와의 공동 연구개발(R&D)에 5천억원을 투입한다.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에 대한 반도체 시제품 생산 지원 서비스(MPW) 확대에도 5천억원을 투자한다. 지방 산업단지 입주 중소기업과 오·폐수 재이용 기술을 공유하고 현재 서울과 대구에서 운영 중인 벤처·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 C랩을 광주 등에도 구축할 방침이라고 한다.
경기도의 발전만큼 비수도권의 발전도 중요하다. 부의 지나친 지역적 편중은 국가의 건전성을 해친다. 삼성이 이번에 내보인 지역균형발전 의지는 적절했다. 지지한다. 지방이 피부로 느낄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실현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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