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인기 한국 문화, ‘원천 소스’ 지위 획득해 문화 생산 네트워크 핵심으로 거듭
지난달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개봉 직후 여러 국가에서 넷플릭스 영화 부문 1위를 차지했으며 가상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스’의 노래가 빌보드와 스포티파이 차트 최상위권을 점령했다. 메인 테마곡 ‘골든’은 빌보드 핫 100 차트 4위에 오르며 ‘겨울왕국’의 기록을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BTS나 블랙핑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이 현상을 두고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한편에서는 한류가 드디어 세계 주류문화의 반열에 올랐다며 환호한다. 케이팝뿐 아니라 민화와 저승사자 같은 한국 소재가 전 세계에 동시 소개된 것은 문화적 성취라는 평가다.
반면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케이팝의 단물만 빼먹은 ‘가짜 한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제작은 소니가, 배급은 넷플릭스가 맡았고 대사는 대부분 영어다. 한국은 소재만 제공했을 뿐이며 이제 케이팝 최대 기획사는 넷플릭스라는 자조도 나온다. 실제로 헌트릭스 팬덤은 기존 케이팝 그룹을 넘어설 기세이며 퇴마와 케이팝을 결합한 세계관의 슈퍼 IP 경제적 수익은 모두 미국 기업들이 가져간다.
사실 이러한 국제화 모델은 할리우드가 100여년간 구사해 온 비즈니스 전략이다. 디즈니는 유럽 동화로 콘텐츠 제국을 만들었고 뮬란, 알라딘, 모아나 등 각국의 스토리를 애니메이션화했다. 드림웍스의 쿵푸팬더는 중국 무술을 미국식으로 포장했고 픽사의 코코는 멕시코 전통을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었다. 일본의 사무라이와 홍콩의 쿵푸가 할리우드의 소재가 됐듯이 이제는 케이팝과 한국문화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그렇다고 이 작품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단편적 시각이다. 한류가 변방의 문화 현상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원천 소스’의 지위를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도깨비, 저승사자, 호랑이 민화와 갓 같은 전통문화 요소는 물론이고 남산타워와 서울 성곽, 한국식 목욕탕과 길거리 간식 등 대한민국의 매력적인 풍경은 정부가 수십년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도 이루지 못했던 파괴력으로 한국의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고 있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두 문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디아스포라 창작자들의 활약이 있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을 필두로 대니얼 대 킴 등 한국계 미국 배우들과 이병헌, 김윤진 등 글로벌 프로젝트 경험이 풍부한 한국 배우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서구의 영화 코드를 모두 체화한 완충제로서 두 문화가 지닌 최고의 가치들을 조화롭게 융합시켰다. 영어 가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한국어처럼 이들은 한국의 베스트를 세계의 베스트로 성공적으로 업데이트했다.
이제 한류는 한국이 만들어 수출하는 문화상품이라는 정의를 넘어 전 세계가 함께 만들어가는 한국 기반의 글로벌 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더 이상 일방향적 문화 수출이 아닌, 다층적이고 복잡한 글로벌 문화 생산 네트워크의 핵심 허브가 된 것이다.
글로벌 자본과 영향력을 활용하면서도 우리 고유의 목소리를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지키며 세계와 호흡할 수 있는 새로운 세대의 문화 기획자와 아티스트가 필요하다. 한국적 DNA를 지닌 글로벌 디아스포라 아티스트와 세계적 감각으로 무장한 한국의 차세대 인재들이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바다를 항해하며 만들어 갈 지속가능한 한류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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