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연 아태반추동물연구소 연구원
인류와 동물은 지구를 공유하는 존재로서 서로의 이익을 나눌 때 지속가능한 관계로 발전했다. 지금까지는 인류가 동물을 바라본 시각을 살펴보며 현재의 개선 방향에 관해 기술해 왔다. 이제는 인류와 동물의 관계를 고찰하는 마무리 단계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애써 온 모든 분의 노고를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야생동물 서식지 복원 연구자는 험한 산에서 산양을 따라 길을 헤매고 반달가슴곰을 추적 관리한다. 이분들 덕분에 지구 생태계는 건강한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동물보호 운동가는 정책과 법률로 변화를 만들고자 국회 앞에서 온종일 피켓을 들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끈질긴 노력으로 한 줄 문장을 법전에 새겨 넣을 때 그것은 수많은 생명을 지켜낼 것이다. 어디 이분들뿐일까. 동물을 소중히 대하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마음에는 생명 존중의 씨앗이 심긴다. 시장의 냉정한 계산 속에서도 영양에 충실한 사료를 만드는 사람들, 곱고 노련한 손길을 담은 미용사, 필요한 곳에서 동물을 정성껏 관리하는 돌보미와 훈련사의 하루는 어제보다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할 것만 같다.
사고 현장에서 동물을 구하는 구조대원들과 아픈 생명을 살리기 위해 늦게까지 동물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수의사의 발길은 많은 동물의 고통을 끊고 생을 이어주고 있다. 동물원에는 동물의 상태를 살피고 행동을 풍부하게 만들어 제한된 공간 안에서도 행복을 피워 내려는 사육사가 있다. 실험실에는 동물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으로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 애쓰는 연구자들이 있다. 이들의 진지한 양심 앞에서 과학은 더욱 위대해진다. 가축을 기르는 농장에는 주말이나 휴가도 없이 아무리 덥고 추워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밥을 주고 깔짚을 치우고 아픈 가축 옆을 지키는 관리자들이 있다. 우리의 식탁 뒤에는 이렇게 성실한 손길이 숨어 있다. 유기동물 보호소는 어떤가. 너무 많아 보호소의 기능을 잃어갈 때 한 마리라도 더 귀가시키고 입양 보내려고 재활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봉사 와서 냄새 진동하는 오물을 치우고, 사료 포대를 옮기고, 땀범벅이 돼도 버려진 강아지 걱정에 임시 보호를 자처하는 이들의 손길은 상처를 희망으로 바꾼다.
무엇보다 이 모든 노력의 토대가 된 사람은 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당신이다. 아침저녁 밥을 챙겨주고, 비 오는 날 젖은 발을 닦아주고, 마지막 숨을 지키는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끝까지 함께 살아간다. 한 집에 사는 털북숭이와 오래도록 생활을 공유해온 사람들은 오늘의 사소한 눈맞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고 있다. 첫 만남의 귀여움이 세월이 흘러 볼품없는 안타까움으로 변해도 한층 깊어진 유대감은 작은 생애를 끝까지 품게 한다. 이는 사람과 동물이라는 대상을 넘어 생명이라면 누구나 나누고픈 관계의 참모습이다.
삶은 유한하다. 그래서 우린 서로 부둥켜안고 의지해야 한다. 그러다가 어떤 삶이 떠나가면 당장은 참을 수 없는 슬픔에 먹먹한 시간을 보내겠지만 끝내 떠난 삶은 우리에게 밑거름이 돼줄 것이다. 그렇게 잊지 못할 관계는 남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를 끌어주는 힘으로 싹틀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동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당신을 온 마음을 다해 존경한다. 앞서 소개한 이들의 길은 다르지만 모두가 향하는 끝은 같다. 지구라는 행성 안에서 인간과 동물이 더 나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 부디 여러분이 꿈꾸는 따뜻한 공존의 고리가 더 굵어지고 단단해져 생명 존엄이 더 많은 이의 가슴속에 숨쉬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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