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희 개인展 미메시스아트뮤지엄서 자연물·약재 염료로 그림 위 퍼포먼스 21일까지 기억의 간격 등 60여점 전시
자연의 흔적들로 추상의 회화 속 인간 삶의 본질을 녹여내는 작가가 있다. 서윤희 작가는 각종 자연물과 약재를 우려낸 염료로 한지 위에 공간감을 가진 얼룩을 만든 뒤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 넣는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서윤희 개인전 ‘MIMESIS SE 20: 나는 나조차 알 수 없는 어디엔가 있다 Where am I’를 선보이고 있다. 서 작가는 여러 지역을 다니며 자연의 현장에서 찾아낸 소재들을 종이와 천으로 된 바닥에 스며들게 하는 퍼포먼스를 한다. 이후 평면에 남겨진 흔적을 오래 두고 바라보며 그 위에 무언가를 더할지 결정해 작업을 완성한다.
작가는 자신의 몸이 붓이나 물감의 일부가 된 것처럼 직접 그림 위에 올라서서 격렬하게 움직이며 그 순간에 몰입한다.
2015년 청주의 벌랏마을에서 가지고 간 ‘닥나무 심’을 베네치아 팔레스트리나섬 해변에 직접 꽂고 바닷물에 천을 적시거나, 2017년 이스탄불 흑해에서는 현지에서 구한 천연 향신료를 옷에 뿌려 스며들게 하는 식이다. 이처럼 특정한 장소와 시간이 담긴 퍼포먼스는 작가의 창작 근원이 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대형 설치 작품 ‘기억의 간격-선물’을 만날 수 있다. 세로 3m, 가로 10m 크기의 천 위에 우도에서 채취한 해초를 얹어 놓고 세 차례의 염료 뿌리기와 말림을 거듭해 제작된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 위를 밟고 다니면서 염료를 거의 던지듯 하는 퍼포먼스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 이 과정은 작가에게 즐거움을 가져오는 동시에 분노와 고통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으며, 작가는 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마치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것과 같았다고 고백한다.
이어 자신을 얼룩말로 비유한 ‘기억의 간격-경계로 이어진 우리’도 눈에 띈다. 작품 속 얼룩말은 개체성과 연대를 동시에 품은 존재로 표현된다. 얼룩말 무리는 리더가 있지만 고정된 권력은 없고, 상황에 따라 앞장서는 개체가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무리 속에서도 늘 긴장과 경계를 유지하는 얼룩말의 모습은 작가 자신을 비유하는 동시에 자유와 불안, 연결과 단절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관계를 이어가는 인간 군상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그의 대표작 ‘기억의 간격-반야용선도’는 2014년 충북 오지 벌랏 마을에서 몇 년간 한약재와 식물을 숙성시켜 만든 염료를 마을 주변에서 채취한 갈대, 닥나무껍질들과 함께 배치해 얼룩, 골, 흔적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작업한 한지 작품이다. 5m의 대형 작품은 공간에 따라 세로로, 가로로 유동적으로 설치돼 비정형성과 추상성을 배가시킨다. 이 작품은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했지만 작가가 머물면서 경험한 공간, 지역과 장소의 역사적 시간성도 함께 끌어안았다.
이 외에도 전시에선 ‘기억의 간격-마술피리’, ‘기억의 간격-모멘티스’ 등 염료로 만든 얼룩에 인물을 그려넣은 작품 60여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2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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