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진으로 수두 확산…성의없는 병원 태도에 ‘분노’

“병원, 사과·피해 보상 없이 환불만”…성의없는 태도에 '분노'
관할 보건소까지 소극적 대응 ‘분통’
보건소, 경기일보 취재 시작되자 현장조사
병원 “충분히 사과, 추가보상 도울것”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통해 제작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뉴스 이미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를 통해 제작된 일러스트. 경기일보 AI 뉴스 이미지

 

수원 지역 한 피부과에서 격리가 필요한 제2급 감염병인 수두를 단순 피부 질환으로 오진, 환자 가족과 직장 동료에게까지 전염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진을 한 병원과 관리 감독 기관인 수원시 보건소도 모두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 피해자들은 “피해자가 자구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대 환자 A씨는 수포, 발진 증상이 일자 8월5일 수원특례시 소재 B 피부과를 내원했다. 당시 의료진은 단순한 성인 여드름으로 진단, 처방했다.

 

하지만 수포는 온몸으로 번졌고, 불안감을 느낀 A씨는 이틀 후인 7일 다른 병원을 찾아 수두 진단을 받았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두는 전파력이 높아 격리가 필요한 ‘제2급 법정 감염병’으로, 의료 기관은 진단 즉시 관할 보건소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오진으로 격리 시기를 놓친 탓에 A씨의 형제와 직장 동료가 이미 전염됐으며, 이들도 격리돼 직장과 학교 등에 가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

 

A씨 측은 병원이 오진 사실은 인정했지만 진료비 환불 외 피해 보상 등 후속 조처는 언급하지 않고 있고, 관할 보건소 역시 ‘알아서 소송하라’며 방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가족과 주변인이 수두에 전염되는 오진 피해를 입혔음에도 병원은 사과나 보상 없이 두 번째 병원 진단 서류를 가져오면 진료비는 환불해주겠다는 입장만 내놨다”며 “병원 관리감독 주체인 보건소도 사실 관계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의료분쟁 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내놨다. 피해자가 알아서 하라는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이와 관련, 병원 관계자는 “타 병원이 실제 수두 진단을 내렸는지 확인하고자 서류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충분히 사과했고, 추가 보상을 원하면 의료배상공제조합을 통해 보상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장안구 보건소는 경기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현장 조사에 나선 뒤 “오진만으로 의료법 위반 여부를 단정하기 어려워 의료분쟁조정원 신청을 권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형준 보건의료연합 정책위원장은 “의료진 개개인이 독립적인 진료 주체로 인식되기에 오진이 발생해도 보건소가 직접 개입해 판단하거나 제재할 권한은 없다”면서도 “오진에 의한 감염병 확산 시 보건소가 해당 의료기관에 적극 감독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확충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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